풀꽃나무 일기

개암나무꽃, 생강나무꽃 피는 골짜기에서 얼음놀이 즐기고...

모산재 2009. 3. 20. 00:02

 

개암나무꽃, 생강나무꽃 피는 골짜기에서 얼음놀이 즐기고...

2009. 03. 14. 토

 

 

 

꽃샘추위 치고는 아주 제대로 매운 날씨다.

 

엊저녁부터 살을 에는 바람이 몹시 불더니

시베리아 기단이 서울에 몰려와 아주 떡하니 연좌농성하는 기세 아닌가.

 

그래도 햇살은 유난히 환하게 내리니

이 산 저 산 낙엽을 들치고 움직거리고 있을 꽃맹아리가 못내 궁금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몸 상태가 썩 개운치 않은 것이

어제 분회송환영회 자리에서 재채기가 나고 감기 기운이 돌았는데

내 속에 내가 너무나 많아 그만 찬바람을 두어 시간 쐬는 일을 겪은 탓...

 

 

늘 지나치기만 했는데 오늘 따라 뻥튀기하는 풍경을 물끄러미 구경한다.

 

고소한 향기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하고

찬 바람 속에 내 마음이 덩달아 따스해지며 기분도 환해진다.

 

 

 

3월도 한가운데 중순을 지나고 있으니

어쩌면 꽃송이들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바지런히 등산로를 향해 걷는다.

 

 

예상했던 것이었는데

등산로에서 제일 먼저 만난 꽃은 개암나무,

말미잘 같은 저 붉은 암꽃의 매력은 참으로 묘하다.

 

 

 

숲속에서 겨울의 흔적을 가장 먼저 지우는 나무,

귀룽나무가 새싹을 내밀고 있다. 

 

 

 

엊저녁 밀어닥친 한파에

그 동안 다 녹아내렸던 골짜기는 고드름 등 영롱한 얼음으로 풍경을 이루었다.

 

 

 

 

산괭이눈도 희미한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앉은 부채 불염포 속에는 꽃방망이(육수)가 더욱 뚜렷한 모습으로 성숙하고 있다.

 

 

 

혹시나 복수초와 노루귀를 볼 수 있을까 하여 숲속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꽁꽁 얼어붙은 비탈엔 봄의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목질화한 덩굴줄기가 꽤 굵은 사위질빵이나 담아보다가

 

 

 

갑자기 나무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는

정체를 잘 식별할 수 없는 새도 담아보고

 

 

 

심심한 카메라를 달래기 위해

바위에 희미하게 붙은 엽상지의류도 찍고

 

 

 

파릇파릇한 이끼를 발견하고 그나마 반가워한다.

 

 

 

이것이 참깃털이끼였지 아마...

 

 

 

발길을 돌리고 골짜기를 내려오다 버들개지를 만나 인사치레하고

 

 

 

다시 얼어붙은 고드름이나 찍을까 하여 계곡으로 내려서다

희미한 꽃맹아리가 보이는 처녀치마를 만난다.

 

 

 

꽃을 보기는 쉽지 않으니

얼음과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늘 찾던 앉은부채 밭에 가서 증명사진 몇 방 찍고

 

 

 

산을 내려서는 길에 몇 송이만 핀 생강나무꽃을 만난다.

 

 

 

진달래꽃이 피지 않았을까 둘러 보지만

붉은 꽃보오리를 빼물고 선 모습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개암나무에 붙어 서서 암꽃이나 제대로 담아보자고 낑낑댄다.

 

 

 

다음 주쯤 다시 찾으면 노루귀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