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꽃눈 기지개 켜는 홍릉수목원의 봄

모산재 2009. 3. 15. 18:18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봄기운에 놀라 뛰어나온다는 경칩도 지났으니

어쩌면 꽃망울 터뜨리는 풀과 나무들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을 향한다.

 

바람도 별로 없는 화창한 날씨는 봄나들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어서

꽃탐방객으로 붐빌 거라고 생각랬는데 수목원은 생각보다도 한산하다.

 

 

한 무리의 아줌마들이 새삭과 꽃을 찾아서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는 장면 외엔

잘 생긴 젊은 연인 한 쌍과 나처럼 외로운 탐사객 몇이 눈에 띌 뿐이다.

 

아직은 꽃을 관찰하기엔 많이 이르나 보다.

 

 

한눈에 보아도 약초 식물원은 아직 겨울 모습 그대로인데,

그래도 혹시나 싶어 주마간산격이나마 살펴보기로 한다. 

 

 

독말풀 씨방 벌어진 모습은 처음이라 카메라를 들이대 본다.

씨앗이 어떻게 생겼나 살피기 위함인데 또렷이 보이지 않아 유감이다.

 

 

 

청노루귀가 앙증스럽게 꽃을 피웠는데

숲그늘 아닌 들풍경과 어울린 모습이 괜히 안쓰럽기만하다. 

 

 

 

좀 떨어진 곳에 한 송이만 꽃을 피운 복수초의 모습도 마찬가지...

 

 

 

귀여워라!

 

싹이 올라오면서 함께 꽃을 피운 미치광이풀이

오늘 이곳을 찾은 최대 수확인가 싶다.

 

 

 

 

봄은 약용식물원보다는 관목원에 더 많이 몰려온 모양이다.

 

 

관목원 작은 연못가에는

개암나무 수꽃이삭이 따스한 햇살에 길게 늘어졌고

붉은 암꽃이 말미잘 같은 촉수를 내밀고 있다.

 

 

 

 

홍릉수목원의 풍년화는 꽃잎이 연한 노랑색을 띠는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이 원산지라는 풍겐스소나무라는 게 눈에 띄어 담아 본다.

 

거칠어 보이는 검은색 수피가 언뜻 리기다소나무를 닮았는데,

줄기에 곳곳에 솔잎을 달고 있지 않는 점이 다르다.

 

 

 

 

섬노루귀는 꽃봉오리만 달았을 뿐 아직 피지는 않았다.

 

특이하게도 지난해의 잎은 시들지 않고 겨울나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딱총나무도 줄기에 새싹과 함께 꽃이삭을 만들고 있다. 

 

 

 

진달래와 다른 산철쭉의 꽃봉이리와 포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혹시나 꽃이 피지 않았을까 찾아본 미선나무는

지난해의 열매를 단 채 꽃눈을 한창 부풀리고 있는 모습이다.

 

 

 

 

마른 해당화 열매도 나름 아름다워 담아본다.

 

 

 

땅에 떨어지지도 않고 매달려 있는 납매 열매를 보다가

궁금하여 씨앗을 살펴보니 아래와 같이 팥 비슷한 모습이다. 

 

 

 

 

바위남천의 어떤 가지는 금색 무늬의 특이한 잎을 달고 있다.

 

 

 

가침박달도 지난해의 씨방을 간직 한 채 붉은 새싹이 움트고 있다.

 

 

 

 

섬말나리 새싹도 쑥쑥 자라 오르는 모습.

 

 

 

털이 숭숭한 열매들이 뜩 떨어져 있어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포포나무(이름표에는 뽀뽀나무라고 되어 있다.)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 그루밖에 없는 나무에 이렇게 많은 열매가 달렸단 말인가...

(이 외에도 많은 열매들이 흩어져 있었다.)

 

 

 

개산초나무 열매

 

 

 

쪼글쪼글 말라붙기는 했지만

선연한 붉은 열매를 단 채 새싹이 나는 까마귀밥여름나무

 

 

 

무심히 지나치던 왕괴불나무에 몇 송이 꽃이 핀 것을 발견하고 발길을 멈춘다.

 

그런데 꽃을 살피다가 이게 과연 왕괴불나무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꽃은 5-6월에 핀다는 왕괴불나무가 올괴불나무보다도 먼저 필 수 있는 것일까,

길마가지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어쩐 일일까...

 

 

 

개비자나무도 꽃이삭을 주렁주렁 달았다.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같은 백송의 줄기를 보다가

이 녀석의 열매를 본 적이 없어 올려다보며 살피다가 드디어 발견한다.

 

보통 소나무의 솔방울에 비해서는 씨를 감싸고 있는 열매조각(실편)이 듬성하다.

 

 

 

 

털조장나무는 꽃이 피려면 아직 두 주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열매가 엄청나게 달린 나무를 바라보며 물오리나무이지 싶었는데

사진으로 열매를 살펴보니 굴피나무이다.

 

수목원에 이렇게 커다란 굴피나무가 있는 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수목원을 돌아나오는 길,

싱그러운 상록식물 뿔남천이 꽃이삭을 매달고 있는 모습을 만난다.

 

 

 

서울 하늘 아래

꽃을 만나기엔 아직은 이른 봄...

 

다음 주 쯤이면 산수유, 매화, 생강나무 꽃망울이 터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