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영춘화, 좀매실나무, 장수만리화, 털조장나무 꽃 피는 홍릉수목원의 봄

모산재 2009. 3. 26. 23:48

 

영춘화, 좀매실나무, 장수만리화, 털조장나무 꽃 피는 홍릉수목원의 봄

2009. 03. 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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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전까지도 앙상한 줄기만 보이던 가지에

거짓말처럼 샛노란 영춘화가 화려하게 피었다.

 

영춘화(迎春花)는 이름 그대로 봄맞이꽃이니

내가 쓰는 별명과 같아 더욱 마음이 끌리는 꽃인데

(물론 앵초과인 봄맞이꽃과는 달리 이 녀석은 재스민과 같은 식구이다.)

중국 원산인 이 꽃을 멀리 중국 운남땅에서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Winter Jasmine이라는 영명처럼

한겨울 고산지대에 노랗게 피어 있는 꽃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좀매실나무'라는 이름표를 단 녀석은

이름처럼 꽃이 좀 작다 싶기는 하지만 등록된 이름이 아니어서 궁금하기만 하다.

 

사실 고전 작품에서 만나는 매화의 이미지와는 달리

쭉쭉 벋은 나뭇가지와 허여멀건한 보통의 매화꽃에서 별 매력을 몰랐는데

울퉁불퉁 틀어진 줄기와 짧은 가지에 달린 작고 앙증스런 이 좀매실나무와 꽃에서 오히려 기품을 느끼지 않는가... 

 

 

 

개산초나무 있는 곳을 지나오다가

그 곳에 올괴불나무가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런데 꽃이 거의 다 지고 쌀알만한 열매조차 달렸으니

두 주 전쯤 찾았을 때 이미 꽃이 피기 시작했을 텐데 왜 그걸 보지도 못했을까.

 

 

 

장수만리화라는 이름표를 단 녀석이 활짝 피었다.

 

아직도 나는 만리화(금강개나리)나 장수만리화를 개나리꽃과 왜 구별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인데,

도감의 설명에 따르면

 

몇 개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형성하나 줄기가 곧추 서 개나리처럼 늘어지지 않으며 

작은 가지 밑부분에 융모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비스듬히 위로 자라긴 하지만

가지끝이 아래쪽으로 늘어지지 않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황해도 장수산에서 자생한다는 장수만리화를 장수개나리라고도 부른다는데

잎에 윤채가 없는 점이 만리화와는 다른 점이라고 한다.

 

개나리들도 이렇게 종류가 믾아 머리를 아프게 한다.

 

 

'왕괴불나무'라는 이름표를 단 녀석은 이미 꽃이 시들고 있었다.

두 주 전에는 겨우 꽃봉오리 상태였는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이 방면에 전문 식견이 있는 분이 아닐까 싶은 어떤 남자분이 

돋보기로 이 나무를 살피다가 길마가지나무 같다고 하는데,

 

5월이 되어야 핀다는 왕괴불나무가 올괴불나무와 같은 시기에 피는 게 이상해 

나도 길마가지나무가 아닐까 생각해 왔다고 하니 

 

함께 있던 여자분은

길마가지와는 수형이 달라보인다는 의견을 보인다.

 

 

 

그나저나 저렇게 억센 털(강모)이 있는 것이 왕괴불나무라기보다는

길마가지나무에 가깝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옆에 선 '청괴불나무'라는 이름표를 단 녀석은 지금 꽃이 한창인데

과연 이 녀석도 6월쯤에 꽃이 핀다는 청괴불나무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자분은 이 나무의 가지에 털이 보이지 않는 점과

청괴불나무의 꽃은 괴불나무처럼 꽃이 위를 향해 핀다는 점을 들어

숫명다래나무가 아니냐는 견해를 보인다.

 

이분의 말처럼 국립수목원 도감에 제시된 청괴불나무의 꽃은 위로 향하고 있다.

 

 

 

숫명다래나무는 잎과 꽃이 작지만 왕괴불나무와 닮은 나무로

잎자루에는 잔털이 있지만 붉은색을 띤 잔가지에 털이 없다고 한다.

 

앞에서 본 이미지는 숫명다래나무의 특징과 부합되는 듯도 한데

숫명다래나무도 5, 6월에 꽃이 피는 걸로 되어 있으니 어떻게 보아야 할지...

 

사실 숫명다래나무는 이 분을 통해 처음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인데,

어쨌든 오늘 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홍릉수목원의 두 괴불나무에 대한 의문이

객관적으로도 정당한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다시 연구동 옆에 있는 약초원을 향해 이동하는데

뜰에는 냉이와 꽃다지도 꽃을 피우고 있다.

 

해마다 만나는 흔한 꽃이지만 새 봄 처음 만나는 꽃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냉이

 

 

 

꽃다지

 

 

 

약초원 화단 뒷구석에서 산괴불주머니꽃도 올해 처음 만나는 녀석이다.

 

 

 

두 주 전 꽃봉오리만 보이던 섬노루귀는 활짝 피었는데

어느 여자분이 그 앞에 철퍼덕 퍼져 앉아서 사진을 찍는데 열중하고 있다.

 

저 여자만 그런 것은 아닌 것인지

섬 노루귀가 핀 자리만 빼고는 사방의 땅이 아주 운동장처럼 다져진 모습이다.

 

 

 

화단이 아닌 고랑쪽에 서서 조심스럽게 찍으면 안 될까...

표현은 하지 못하고서 화가 난 나는 속으로 욕을 많이 한다.

 

 

언제나 때를 놓쳐 담지 못했던 털조장나무 꽃을 만나는 데 드디어 성공!

 

가지 끝에 달린 잎눈을 빙 둘러싸고 피는 꽃송이가 얼마나 특이한가.

 

 

 

 

약초원에서 기다리던 일행은 기다림에 지쳐

밖으로 나가 술집으로 이동했다는 전갈이다.

 

 

엊저녁 감기 기운 속에서도 거절하지 못하고 마신 술로

몸상태가 엉망이라 그냥 갔으면 한다고 대답하는데 얼굴이나 보고 가잔다.

 

 

흐드러지게 핀 미선나무꽃을 한번 더 담고선 수목원을 나선다. 

 

 

 

 

고대앞 유명하다는 순대집을 겨우겨우 찾았더니

두 사나이는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나를 기다리던 분이 시간에 쫓겨 그냥 가버렸다고

늦게 온 것을 타박한다.

 

무슨 말인가 나는 멀뚱거리는데

지난 수요일 밤 만난 술자리에서

야생화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나에게 소개하기로 약속했다는 것.

 

3차인지 4차인지 이어진 술자리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까페 라이브 가수인데 예전 유명 가수 장**의 동생 어쩌구 하는 이야기에

비로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 떠올린다.

 

웃기는 것은

엊저녁 바로 그 까페에서 우리 일행이 술을 마셨고

그 라이브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춤까지 추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이 사나이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지 않는가!

 

ㅎㅎ 어쨌든 희안하고 재미 있는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