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대모산 쓸쓸한 풀꽃 산책
2008. 11. 2
작년 이맘때쯤 대모산 양지 풀밭언덕의 풀꽃들은
잎들은 고운 단풍이 든 채로 꽃들은 햇살 받아 꿈꾸듯 피었지.
그 동안 제초제에 말라 버린 풀꽃들이지만
지금쯤은 기력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안고
오늘도 바람쐬러 대모산을 찾는다.
그렇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입구 풀밭 언덕에선
패랭이꽃들이 모여앉아 청순한 숨결을 뿜어내고 있군!
그리고 미역취도 올해의 마지막이 될 불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나,
너머의 묏등언덕은 기대와는 달리 아주 잔디 뿌리까지도 다 죽어버린 모습이다.
저 상태로는 내년 봄 어떤 생명도 만나지 못하리라...
그냥 실망스런 마음으로 등성이 너머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마르고 시들고 스러져 휑해져 버린 숲길에서
이제는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풀꽃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이 풀은 새로 보는 견해가 많았지.
단풍든 까치수영을 담아 본다.
그리고 꽃을 피우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게 될 고추나물도 담아 보고...
산과 들이 이어지는 골짜기의 들판에 들어서고...
서늘해진 공기에 무더기로 자라는 좀고추나물은
물이 흐르는 고랑 한쪽에 비켜 앉아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기대하지도 않은 밭고랑에서 왜떡쑥을 만나니 반갑고...
아직도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는 십자화과의 농작물,
이베리스는 아닌 듯한데...
꽃잎에 보랏빛이 선명히 배어 있는 이 녀석은 미국까마중이다.
안타까워라,
꽃 피는 봄날 온 들녘을 진한 향기로 덮어주던 아름드리 귀룽나무를
소출에 방해가 되는 그늘이 싫어서인지 밭주인은 저렇게 댕강 베어 버렸다.
고구마를 캐고 야콘을 캐고 밭이랑을 만들고
들 여기저기에 가을걷이와 노동에 바쁜 가족들의 모습들이 정겹다.
참나무 단풍이 저렇게 아름답던가!
들과 이어지는 산언덕에 숲을 이룬 신갈나무 샛노란 단풍에 잠시 감동한다.
꽃 피운 지 얼마되지 않았을 제비꽃은
씨앗을 대지로 돌려보낼 준비를 마쳤고,
내년 봄 폭죽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
씀바귀는 가을 햇볕을 알뜰히 충전하여 겨울나기 채비를 끝마쳤다.
팥배나무 아래 우두커니 선 개기장은
무수한 씨앗들의 봄꿈을 붙들고 서늘한 바람을 흘려보내고 있다.
숲그늘에 안겨 차가운 바람을 피한 까마중은
차례차례 조용히 꽃을 피우며 착실히 열매를 거두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피부에 껍질이 어지러운 물박달나무를 만나서 반갑다.
신갈나무 숲가에 뿌리내린 엉겅퀴는
뿌리잎을 사방으로 펼치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겨울나기 준비를 끝냈다.
칼날 같은 북서풍이 불어오는 날 신갈나무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포근한 이불이 되어 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엉겅퀴...
벌초 당한 쥐꼬리망초는
잘린 줄기마다 다닥다닥 새 꽃을 피워
어려울수록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한다.
내년 봄이나 되어야 다시 찾겠구나.
폐허가 된 풀밭 언덕 봄비가 내려
새 생명들이 기지개 켜고 환하게 불꽃들을 피워 올릴 그날을 기다려...
'풀꽃나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고향의 산과 들 풀꽃나무 산책 (0) | 2009.02.01 |
---|---|
남한산 겨울 마른 풀꽃나무 산책 (0) | 2009.02.01 |
개나리꽃 만발한 늦가을 자굴산 (0) | 2009.01.05 |
갑자기 찾은 고향 들녘의 늦가을 풀꽃들 (0) | 2009.01.05 |
단풍산의 풀꽃들 / 담배풀, 조개나물, 그령, 개쑥부쟁이, 꽃향유, 자주쓴풀, 할미꽃, 미역취 (0) | 2009.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