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성 벌봉 가는 길

모산재 2008. 12. 26. 01:36

 

지지난 주 산행에서 만난 한 여인이 자주쓴풀을 보았다는 말을 떠올리고

그 녀석들이 어디에 자생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집을 나선다.

 

무엇보다 기분 좋을 만큼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잖은가. 

 

 

아주 막연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울 김서방 찾기'를 시도한다.

 

무식하게 대들다 보면 통할 때도 제법 있으니

무작정 변산을 찾았다가 변산바람꽃도 만났고

이 산을 한바퀴 돌고 훑으면서 참꽃받이(?)도 찾지 않았느냐!

 

 

시간 절약을 위해 성 위까지 오르는  버스를 타니

단풍 막바지에 날씨까지 좋으니 버스 안은 아주 북새통이다.

 

 

일단은 벌봉을 돌아오기로 하고 북문을 향해 걸어간다.

 

 

 

 

북문 앞에서 산여뀌를 만나 마수걸이를 하고...

 

 

 

이곳에 괴불나무가 있었던가,

키가 제법 높게 자란 나무에는 온통 붉은 열매들이 보석처럼 달렸다.

 

 

 

막바지가 아닐까 싶은 들깨풀들이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 반갑다.

 

 

 

잎모양이 모범적인 고려엉겅퀴에 잠시 눈맞춤해 준다.

 

 

 

비탈에 나란히 선 까실쑥부쟁이꽃도...

 

 

 

얼마나 기분 좋게 화창한 날씨냐,

산성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저 하늘만 넋 놓고 쳐다보고 있어도 행복할 듯하다.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핀 개쑥부쟁이가 좀 아름다운가,

발치에 햇살만 들지 않는다면 더 예쁘게 담을 수 있었으련만...

 

 

 

소나무숲이 아름다운 그늘엔 쑥부쟁이꽃들이 유난히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고들빼기

 

 

 

산성의 외곽에 솟은 벌봉을 아마도 한자로 봉암(蜂岩)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 벌봉을 중심으로 쌓은 외성을 봉암성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문을 지나면 봉암성에 들어서게 된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들이 벌봉에서 성 안의 동태를 정탐하였기 때문에

숙종 때 남한산성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봉암성을 쌓았다고 기록하고 있는 표지석.

 

 

 

외동장대지 표지석

 

 

 

벌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능선이어서 길다란 치와 같은 모습,

길은 밋밋하기만 한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정상으로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바위 봉우리로 되어 있어서 벌봉이 봉암(蜂岩)이란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봉암 위에서 바라본 남한산성, 

청나라 군들이 이곳에 올라 남한산성 성내를 정탐하였다고 하는데 과연 성 안이 훤히 잘 들여다 보인다.

 

 

 

봉우리 위에는 한 사나이가 앉아서 느긋이 풍광을 조망하고 있다.

 

나도 더불어 자리잡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 분이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서는

 

"드릴 게 이것밖에 없네요."

 

하고 내민다.

 

포도즙 팩,

건강을 위해 휴대한 것을 선뜻 건네는 인심에 참 열쩍어진다.

 

생수 한 병조차 휴대하지 않고 산을 타는 삭막한 나!

 

 

벌봉에서 하남쪽으로 빠지는 암문 앞을 지나 다시 원위치.

 

 

 

다시 성벽을 타고 돌지만 별로 새로울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황고사리지 싶은 녀석을 만나고,

 

 

 

우드풀인지 야기우드풀인지 하는 녀석도 만나고,

 

 

 

가끔씩 만나지만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버섯도 만나고,

 

 

 

그래도 자주쓴풀은 어디로 숨었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