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1. 토요일
내일은 꼭 천마산을 가리라 다짐하며 잠들었는데
창으로 쏟아져 드는 햇살에 놀라 일어나니 벌써 9시가 넘었다.
후다닥 세수 끝내고 배낭 둘러메고 집을 나서
상가 분식집에 들러 김밥 두 줄 챙긴다.
청량리로 갔다간 시간이 너무 걸릴 듯하여
강변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일단 타기로 한다.
평내 산비탈 어느 고등학교 교문에는
서울대 수시에 2명이 붙었다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저 녀석들조차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쓰레하다.
얼굴이 해사한 여자기사님의 친절한 안내로
수인사 아래에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바꿔탄다.
등산로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난 꽃은 영아자,
끝물이지 싶은데 딱 요 한 녀석 만나고 다시는 보지 못한다.
오늘은 점잖게 임도를 따라 산책을 하기로 한다.
개모시풀로만 생각해오던 녀석인데,
혹시 실물로 보지 못한 왜모시풀은 아닐까 싶어 찜찜하.
큰개현삼은 이미 꽃이 다 져 버린 모습인데,
개구장이 스머프처럼 앞니를 드러낸 딱 한 송이 꽃이 인사를 한다.
두 날개에 검은 줄이 세 개씩인 나방이 눈에 띈다.
무슨 나방일까... 찾아 봤더니 먹세줄흰가지나방이라는 이름이다.
나무의 그루터기에 솔이끼가 포자낭을 잔뜩 달았다.
이 녀석은 탑꽃인가 산층층이인가...
군데군데 작살나무 붉은 열매가 아름답게 달렸다.
제철을 지나긴 했지만
산 언덕 여기저기엔 아직 까실쑥부쟁이꽃이 지천이고
길가 양지바른 풀섶엔 키낮은 쑥부쟁이들이 옹기종기 피었다.
잘 보이지 않는다 했는데
미역취 한 그루 그늘진 비탈에 숨어 환히 불을 밝혔다.
임도 비탈에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독말풀이 열매를 달았다.
양지바른 언덕에 사위질빵 씨앗은 여물어가고
고개를 넘어선 숲그늘엔 멸가치 열매(씨앗)도 길 떠날 차비를 한다.
고개를 넘어선 곳에서부터는 숲속길로 접어들기로 한다.
단풍취가 그림붓 같은 씨앗을 달았다.
흰진범이 곡예를 하듯 덩굴줄기를 벋었다.
이 낯선(?) 열매를 발견하고선 한동안 기억의 저장고를 뒤졌지만 답이 안 나와 애가 탄다.
주변에서 한 몸이었을 걸로 짐작되는 마른 잎사귀를 발견하였는데도...
나중에야 떠올린 것은 꿩의다리아재비,
그게 왜 그리 생각나지 않은 것인지!
갈래진 잎과 길둥근잎이 섞여 있어 특이한 참나물,
노루참나물이나 가는잎참나물보다는 그늘참나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꽃을 보았으면 좋았으련만
서덜취는 이미 열매를 단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어수리의 열매가 이렇게 납작하게 생겼던가?
숲속에서 이렇게 잘 익은 자연산 비짜루 열매를 만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새가 쫀 것인지 까만 씨앗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보는 초오속들은 모두 그늘돌쩌귀로 보면 될까.
열매(골돌과)엔 털이 전혀 없으니 그냥 투구꽃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그늘돌쩌귀든 세잎돌쩌귀든 진돌쩌귀이든 그냥 투구꽃으로 봐 버리면 편하지!
서덜취 모델이 좋아 한번 더 찍고...
오늘은 산의 뒤쪽으로 오르기로 한다.
정상 바로 아래쪽에서 만나는 샘터,
어쩐지 산물통이가 있을 듯하여 주변을 찾아보니 과연!
이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자생하지 싶은 는쟁이냉이 어린풀
층층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길래 바위 위에 올려 놓고 증명사진 한 장!
그ㅡ리고 헉헉대며 오르는 정상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오후의 햇살을 받은 단풍이 눈부시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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