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백목련 꽃과 열매, 목련 이야기

모산재 2008. 12. 13. 15:01

  

아직도 찬바람이 이는 4월 양지바른 정원에서 순백의 꽃을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우며 진한 향기를 선사하는 백목련. 봄꽃 중에서 목련처럼 풍성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드물 것입니다. 중국 악기 비파처럼 생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갈색 열매 속에 보석처럼 붉은 열매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백목련은 이른봄 꽃봉오리가 붓처럼 뾰족하게 생겨 목필화(木筆花)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영명은 Yulan이며, 목련 종류를 통칭할 때는 속명인 Magnolia로 부릅니다.

 

백목련의 원산지는 중국 중부지방입니다. <동국이상국집>에 목필화가 언급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뜰에 심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난초처럼 진한 향기를 풍겨 목란(木蘭) 또는 옥란(玉蘭)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꽃말은 '이루지 못한 사랑'입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라고 하는 박목월 시에 김순애님이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네요.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라는 마지막 노랫말이 '이루지 못한 아픔'을 절절이 일깨워 줍니다.

 

 

 

 

 

백목련 꽃

 

 

 

 

백목련 열매

 

 

 

 

백목련 수피

 

 

 

 

 

 

목련의 하얀 꽃잎이 벌어진 모습을 보고 서양 사람들은 곧잘 팝콘에 비유한다고 하는데, 동양에서는 나무에 핀 연꽃이라는 의미로 목련(木蓮)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목련은 북쪽을 향해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이는 햇볕을 많이 받은 남쪽의 화피조각 세포가 북쪽의 화피조각 세포보다 빨리 자라나 꽃이 북쪽으로 기울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특성으로 목련을 '북향화'라고 부르며 임금을 향하는 충절을 상징하기도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일반화된 인식은 아닌 듯, 옛 문인들의 글에서 이런 근거가 드러나는 예는 보이지 않습니다.

 

 

 

 

연꽃이 그러한 것처럼 목련의 생명력 또한 대단한 것 같습니다. 1982년 일본의 어느 농촌 마을에서 약 2,000년 전에 목련이 서식했던 흔적을 발견했는데, 이 곳에서 발견된 씨앗 중 일부를 심었더니 놀랍게도 싹이 텄다고 합니다.

 

 

목련은 뿌리가 깊게 내리고 잔뿌리가 적어 옮겨심기 어려운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줄기의 경우 탁엽흔이라 해서 잎눈이나 꽃눈을 중심으로 줄기를 빙 두르는 선이 있는데, 줄기를 구부리면 탁엽흔이 갈라져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목련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랍니다.

 

목련은 또한 진화가 덜 된 원시적인 식물이기 때문에 겉씨식물과 같은 완벽한 씨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매가 씨를 완벽하게 감싸지 못하여 열매 속의 씨앗이 일부 빠져 나오기도 합니다. 씨앗은 주홍색으로 익습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약간 매운 맛이 나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신이화(辛夷花)'라고 하여 약용으로 씁니다. 꽃으로 술을 빚거나 말린 꽃을 차로 달여 먹기도 하는데, 목련술은 감기에 잘 걸리고 콧물이 잘 나오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으며, 목련차는 혈압을 떨어뜨리고 비염이나 두통에 좋다고 합니다.

 

 

 

 

 

※ 목련의 종류

 

흔히 우리가 '목련'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원산으로 정원수로 기릅니다. 이 중 순백의 흰 꽃이 피는 것을 백목련(M. denudata), 꽃잎 겉이 연한 붉은빛을 띤 자주색이고 안쪽이 흰색인 것을 자주목련(M. denudata var. purpurascens), 꽃잎 안팎이 모두 검붉은 것을 자목련(M. liliiflora)이라고 하여 구분합니다.

 

목련(M. kobus)은 우리 나라 원산으로 백목련이 꽃잎과 꽃받침잎이 구별되지 않고 전체가 흰색인 데 비하여, 꽃잎이 꽃받침잎보다 길며 꽃잎의 아래쪽이 분홍빛을 띱니다. 백목련에 비해 꽃이 작고 꽃이 핀 모습도 백목련의 연꽃처럼 풍성하게 오무린 모습이 아니라 꽃잎이 하나씩 벌어져 갈래진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우리 나라 자생 목련으로는 목련 외에도 함박꽃나무(M. sieboldii)가 있습니다. 깊은 산에 두루 자생하여 흔히 '산목련'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하며 북한의 국화로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12∼18개나 되는 많은 꽃잎이 별처럼 벌어지는 중국 원산의 별목련(M. stellata), 커다란 타원형의 잎이 돌려난 듯한 줄기 끝에 커다란 흰 꽃이 벌어지는 일본 원산의 일본목련(M. obovata), 상록수로 혁질인 긴타원형의 잎에 5~6월에 흰 꽃을 피우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태산목(M. grandiflora) 등이 있습니다. 모두 정원수로 심고 있습니다.

 

 

참고로 흑산도와 홍도, 제주도에는 목련과의 상록수 초령목(Michelia compressa)이 자생하고 있는데, 목련속(Magnolia)이 아닌 초령목속(Michelia)으로 따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흑산도의 큰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고사하면서 2001년 해제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