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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일기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 고향의 풀꽃나무들(4)

by 모산재 2008. 10. 26.

자고 일어난 아침 날씨는 화창하다.

 

 

오늘 저녁부터 아버지 간병을 위해 어머니는 진주로 내려가셔야 하는데

우리도 함께 동행하여 아버지를 만나보고 상경하기로 한다.

 

 

오전 시간은 별일 없는 자유로운 시간이라

다시 카메라를 메고 띠밭골 산등성이를 따라 산책을 하기로 한다.

 

 

어린 시절 소먹이러 다닐 때 산삐삐(산삘기)라고 불렀던 이 풀의 정명을 몰라 늘 궁금했는데

아마도 막연히 이름만 알고 있었던 개억새가 바로 그 답인가 보다.

 

 

 

그리고 위의 풀과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이 풀은 새로 보인다.

 

 

 

이 산에는 잎밑이 2~3갈래인 등골나물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익히 알고 있는 등골나물(골등골나물이나 벌등골나물)은 잎겨드랑이에서 턱잎이 나서 마치 세 갈래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 녀석을 보면 분명 턱잎은 아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갈래등골나물 아닐까?

 

 

 

 

그리고 노루발풀과 매화노루발풀이 사이좋게 어울려 살고 있기도 하다. 

 

꽃 피는 계절에 고향땅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꽃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렇게 줄기잎은 없고 뿌리잎만 있는 것이 그냥 노루발풀

 

 

 

노루발풀에 비해 잎이 작고 줄기잎이 나는 이 녀석이 매화노루발풀이다.

 

 

 

아, 그리고 산초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이 녀석은 누구인가.

 

생긴 모습을 봐서는 사마귀와 아주 유사한데

보통의 사마귀와 달리 몸의 색깔이 녹색이 아닌 붉은 빛이고 크기가 훨씬 작다.

(나중에야 사마귀붙이라는 걸 확인!)

 

 

 

이고들빼기는 대개 꽃 필 무렵에야 줄기 윗부분의 잎자루 날개가 줄기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이것은 줄기 아랫부분부터 윗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잎이 다 줄기를 감싸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잎 중축의 저 검은 빛 무늬도 낯선 모습이다.

 

 

 

뿌리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는 이 풀은 쑥부쟁이 종류임은 짐작이 되는데,

구체적인 종명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개쑥부쟁이로 보기엔 줄기와 잎이 너무 말끔하고... 가는쑥부쟁이일까...

 

 

 

할머니 산소 가까운 등성이에서 만난 여뀌, 그냥 여뀌인지 기생여뀌인지...

 

 

 

꽃은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달렸다.

 

 

 

그리고 작년에 발견했던 자리에서 개미탑을 만난다. 운 좋게도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나비는 또 무엇인가.

 

 

 

띠밭골 음지 쪽으로 들어서는 길에서 특이한 곤충을 만난다.

 

 

 

늘 다니던 길 옆에서 가막살나무로 보이는 것을 만난다.

 

이 나무가 고향의 산에 자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다.

 

 

 

요 녀석은 세줄나비 종류임에는 틀림없는데, 아무래도 애기세줄나비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나방이 아닐까 싶게 작은 녀석, 까만 눈이나 날개를 접고 앉은 모습 등이 팔랑나비과로 보인다.

 

팔랑나비가 작긴 하지만 이 녀석은 유별나게 작다.

 

날개의 흰점 무늬로 봐선 흰점팔랑나비나 꼬마흰점팔랑나비 중 하나일 텐데

워낙 작은 몸집이 꼬마흰점팔랑나비 쪽에 방점을 찍게 만든다.

 

 

 

증조부님 산소까지 살펴보고 싶어 음지 쪽 길로 들어서긴 했지만,

길은 너무도 무성히 우거진 칡덩굴에 막혀 도저히 헤치고 나갈 자신이 없어 발길을 돌리고 만다.

 

해마다 벌초하는 날 예초기로 걷어내지만 오뉴월을 지나면서 길은 막혀 버린다,

2~3년만 묵힌다면 길은 완전히 사라질 듯하다. 그러잖아도 주변의 논과 밭들이 풀과 나무로 뒤덮힌 지 오래다.

 

혹 여우구슬일까 싶어 담은 녀석은 아무래도 여우주머니인 듯하다.

 

 

 

소나무 숲으로 햇빛이 슬쩍 슬적 새어드는 등성이에서 전초를 잡는 데는 실패한 이 풀 이름은 털새일까.

 

 

 

늘 그자리에서 해마다 엉켜 자라는 괭이싸리.

올해는 꽃을 볼 수 있을까 하여 찾았지만 어쩐 일인지 꽃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꽃이 언제 피는 것인지 가을쯤 해서 찾으면 언제나 씨앗만 발견되니 원!

 

 

 

돌아가는 길은 곰밭골 방향으로 튼다.

 

맷돌바위 사람들이 띠밭골의 논밭들을 포기하더니 길은 이미 풀과 나무들이 다 가려 버렸고,

이젠 곰밭골 밭들도 다 묵어 버렸다.

 

묵어버린 밭은 내 키를 훨씬 넘는 망초들이 숲처럼 들어섰다.

 

산그늘의 혜택을 받는 밭 가장자리에는 수염가래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곳의 수염가래는 비교적 키가 크고 꽃잎이 길게 갈래진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곳에서 긴두잎갈퀴(긴잎백운풀) 군락지를 만난다.

 

백운산에서 처음 발견된 키가 10cm 정도로 작은 꼭두서니과 한해살이풀이다.

작년 저 아래쪽 한 논두렁에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상류쪽인 이곳에도 있지 않을까 짐작만 하고 있던 것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꽃 핀 것을 볼 수 없어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그냥 가려고 돌아서다가 딱 한 송이 핀 하얀 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른다.

 

처음으로 만나는 꽃이다.

 

 

 

 

아마도 이 근방에서는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 포플러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았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그렇게 많이 심었던 나무이지만 다 베어내 버려 요즘은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게 되었다.

 

 

 

 

띠풀이 무성히 자란 밭에는 금불초도 간간이 자라 꽃을 피웠다. 

 

 

 

사위질빵이 여러해살이 목본 덩굴식물이라는 것을 저 굵은 줄기가 증명한다.

 

 

 

맷돌바위 제각 울타리에는 누리장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고 

어머니와 형님, 그리고 두 동생과 함께

진주로 내려가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찾는다.

 

손에 든 끈으로 심심풀이 삼아 매듭을 꼬고 있는

아버지의 표정은 지난 주에 비해서 참 평화롭고 맑아 보여서

우리가 괜한 일을 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편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이튿날 저녁 

자정을 훌쩍 넘어 두 시를 지난 시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마치 산소 자리를 잡지 않아서 돌아가실 수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한 세상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산과 골짜기와 풀과 나무,

지게와 쟁기와 논밭과 곡식들이 노동을 만나 이루는 넉넉한 한 세상이 

잦아든 숨결을 따라 아들딸들의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가 버렸다.

 

얼마되지 않은 수확을 위해 고단한 노동을 잠시도 멈출 수 없었던 터전에

새털처럼 가벼워진 육신은 파릇파릇 잔디 이불을 덮고 말없이 누웠다.

 

 

이렇다 할 큰 욕심도 없이 사셨던 분,

가진 것이 없고 줄 것이 없다 늘 미안해 하셨던 분,

부모되어 가진 작은 소망조차 바람에 풀어 버리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