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무료히 시간을 보내다
구름에 살짝 가려 햇살이 좀 편해진 늦은 오후 다시 산책을 나선다.
참새피가 꽃밥을 잔뜩 달고 있는 모습이다.
참샘이에서 띠밭골로 접어드는 개울에
나무를 파서 만든 물홈통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요즘에야 웬만하면 콘크리트 수로 아니면, 합성수지관을 사용하는데...
밭뚝외풀은 꽃이 지고 피고 하는 중이다.
잎자루 없는 타원형의 잎에 잎가장자리가 밋밋한 것이 특징이다. 잎자루가 있다면 그냥 외풀...
이 풀은 산들깨일까, 아니면 그냥 들깨풀일까...
그리고 만나는 네잎갈퀴 종류, 좀네잎갈퀴로 봐도 되는 것인지...
쑥부쟁이 종류로 보이는 이 풀은 톱니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 개쑥부쟁이에 가까운데,
개쑥부쟁이에 특유한 털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늘 아리송해 하는 녀석이다.
대추나무는 대개 3맥이 뚜렷한데 이 녀석은 가운데맥만 제대로 보이고 잎 또한 작다.
산대추나무가 아닐까 싶은데 꽃이 좀 늦어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한쪽에 아주 동그란 열매 하나가 달렸다.
이 주변에는 바위솔이 많이 자라는데
혹시나 하고 살펴보았지만 아주 어린 개체들이 보일 뿐...
오전에 작업했던 곳을 뒷산 발치에서 바라본다.
우거진 버들숲 앞쪽으로 길이 나 있고, 그 길의 저 왼쪽 끝이 아버지를 모실 산소 자리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
붉게 핀 배롱나무꽃 자 너머에 보이는 봉우리가 '벼락꼭대기'이다.
어린 시절 소먹이러 다닐 때면 참 아득히 높아 보이던 봉우리였는데...
율무도 이제 꽃이 피는 모양이다.
이곳의 석잠풀은 꽃잎술에 얼룩무늬가 없는 것이 색다르다. 그래서인지 더욱 편안한 느낌을 준다.
좀깨잎나무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풀거북꼬리에 비하면 꽃이 훨씬 탐스러운 느낌이다.
이렇게 한 바퀴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자형은 삼가 집으로 돌아가고 없고 동생도 친구 아버지상으로 합천 가고 없다.
고향에서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맞이하는 저녁 ,
술잔 주고 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상례였는데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술잔조차 부담스러워 자리에 누워 버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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