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날을 앞두고
형님, 그리고 바로 아래 두 동생과 함께 고향을 찾는다.
주중이라 간병인에게 아버지를 맡기고 홀로 집에 와 계신 어머니가 세 아들과 딸손녀들을 맞는다.
지난 토요일 진주 병원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리 오래 버티실 것 같지 않다시며
산소 자리 잡아 놓은 곳 진입로에 물이 차고 나무와 풀이 너무 우거져
물을 빼고 풀과 나무를 베어내어 대비해야 한다며 형제들 날짜 잡아 내려오라고 거듭 당부하신다.
차도가 별로 없긴 하여도 아직도 의식은 분명하여서
여름은 무사히 넘기시고 견디기 편한 가을은 맞이하시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되받기도 어려워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날짜를 맞추다 보니 7월 말밖에는 시간이 없어
급히 준비를 하고 고향집을 찾은 것이다.
도착한 저녁 자형에게서 다음날 예초기를 가지고 오겠다는 전화가 온다.
일찍 일어나 다음날 아침 집 앞 개울을 따라 산책을 한다.
아직 햇살이 들지 않은 아침의 무궁화꽃이 청초하여 한 동안 쳐다본다.
어린 시절 '남궁억전'을 읽고 감동을 받아 집 주변 언덕에 얼마나 많은 무궁화를 심었던가.
어느 동생이 자리를 옮겨 심긴 했지만 이 나무도 내가 꺾곶이를 통해 길러낸 나무 중의 하나이다.
마음껏 덤불을 이룬 누리장나무가 꽃대궐을 이루었다.
하늘수박이라고 불렀던 하눌타리(하늘타리) 흰 꽃도 아직 졸음처럼 남아 있는 어둠의 기운을 밀어내는 듯 환하게 피었다.
때죽나무 열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아직 아침결인데 걷다 보니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산으로 발길이 향한다.
부처나비이지 싶은 녀석이 유난히 눈에 자주 띈다.
산이건 집 주변 개울이건 이 나비는 아주 지천이다.
산 속의 논밭들은 다 묵어 버리고 개울 주변의 논밭에도 농약을 치지 않으니 생태 환경이 좋아져 곤충들에겐 천국이 되었다.
개암나무 열매가 여물어 가고 있다.
산자락을 도는 길가엔 나도개피가 한창 꽃밥을 내빼물고 섰다.
왕자팔랑나비는 나방처럼 저렇게 철퍼덕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배풍등이라는 것이 내 고향에도 존재하는 것을 안 지는 얼마 안 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가
자형이 오길 기다리는 시간 다시 맷돌바위 쪽 개울로 발길을 돌린다.
집 앞에 꽃 핀 익모초
그리고 이것은 이름이 좀 낯설긴 한데, 아마도 드렁새가 아닌가 싶다.
논둑에 잘 자라는 풀이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따온 이름이라면 '두렁'새가 되어야 할 텐데
어째서 '드렁'이란 이름을 붙인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식물학자들의 무신경 탓으로 돌려야 할지...
'드렁방동사니'란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마주나는 잎의 겨드랑이에 쌍을 이뤄 핀 인동덩굴의 꽃
이름은 모르지만 잠자리의 모습이 이름다워 셔터를 누른다.
어릴 때 '먹잘래비'라고 불렀던 물잠자리.
우리 집 뒤안 그늘진 대숲에도 많았고 그늘진 물가에도 아주 흔했던 추억의 잠자리이다.
이 녀석은 앉아서 주기적으로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한련초 잎사귀 위에 앉은 부전나비
저 건너편 집에서 아침 먹으러 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햇살이 환하게 퍼졌는데 누리장나무에는 수십마리의 박각시나방들이 꿀을 찾아 부지런히 수직 비행을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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