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뒤 자형과 누나가 예초기를 싣고 오자
우리는 작업할 장소인 점반으로 향한다.
숨이 막힐 듯한 땡볕 속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며
3형제와 자형, 누나가 함께 나무와 풀 베는 작업을 한다.
100m쯤 되는 거리 수년 간 마구 자란 수풀을 낫과 톱, 예초기로 베어내고
삽과 괭이로 고여 있는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물길을 내었다.
예초기를 메고 칡덩굴과 잡풀을 베어내는 자형은 비를 맞은 듯 옷이 흠뻑 젖었고
형님과 누나, 동생은 익숙지 않은 삽으로 물길 내느라 숨가쁜데
나도 빽빽이 들어선 버드나무 베어내는 톱질에 지칠 대로 지친다.
그렇게 애쓴 노동 끝에 드러난 길의 모습이 이렇다.
이만하면 1톤짜리 타이탄 트럭 정도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니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이 있어도 큰 걱정은 없으리라 싶다.
땀이 범벅된 후줄그레한 모습으로 연장을 집에 갖다 놓고
독뫼 옆 느티나무 그늘이 있는 개울로 가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시냇물에 몸을 담근다.
준비해온 양파 조각에 소주 한잔으로 더위를 달래며...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가 거처하시던 사랑방 문을 열어 젖히고
더욱 뜨거워져 가는 볕살을 피해 처마밑 그늘에 앉아서 바람을 쐰다.
마당끝 옥빛 하늘 아래 노랗게 핀 풍성한 삼잎국화꽃이 시원스럽게 아름답다.
바로 옆 뽕나무 그늘에는 네발나비가 호흡을 고르고 있다.
무료한 시간 다시 개울로 산책을 나섰는데,
누리장나무에는 박각시나방과 나비들이 쉴 새 없이 날아들고 있다.
호랑나비 한쌍은 서로를 어르며 사랑 나누기에 여념이 없고
화려한 제비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어 눈길을 붙든다.
옥수수 수꽃이삭
며느리밑씻개풀
봉의꼬리의 포자가 이 모양으로 잎뒷면 가장자리를 따라 달린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곳에선 제피나무라고 부르는 초피나무는 열매가 제법 여물었다.
이제서야 꽃이 피기 시작하는 산초나무에 비해서는 많이 빠르다.
무슨 잠자리일까...
몇 년 전만 하여도 논에 가득했던 부들이 보기 힘들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버들숲이 들어서면서 햇빛이 차단된 탓이다.
어릴 때에는 그 존재가 있는 줄 몰랐던 개도둑놈의갈고리가 묏등 언덕 여기저기에 꽃을 피웠다.
그렇게 자주 찾던 남한산에서는 한번도 꽃핀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어쩌다 찾은 고향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부전나비 한 쌍이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고 있다. 미동도 하지 않고 사랑에 도취한 모습...
멀지 않은 곳에 금창초가 때늦은 꽃을 피웠다. 나비들의 사랑에 자극받은 것일까...
가래도 꽃이삭을 물밖으로 쏘옥 내밀고 있고...
사상자로 보이는 열매, 벌써 잎은 다 지고 줄기만 남은 모습이다.
아까 몸울 씻었던 개울가에서 만난 골풀 식구,
골풀로 보기에는 줄기도 많이 가늘고 이삭도 작아 보이는데... 그래도 골풀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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