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대모산의 방울비짜루 암꽃과 수꽃, 솔나물, 긴제비꿀

모산재 2008. 7. 28. 01:04

지금쯤 분명 피었을 타래난초를 만나러 건너편 산언덕으로 가기 위해 

잠시 들길로 들어선다.

 

 

 

가지꽃이 피었다.

옆에는 검은 자줏빛의 매끈한 열매도 달렸다.

 

참 푸근하고 넉넉한 장면이다.

 

 

 

 

향도 좋지만 쑥갓꽃도 참 아름답지 아니한가...

 

 

 

 

우엉꽃도 피었다.

 

 

 

 

그런데 꽃매미 약충 두 마리가 줄기에 붙어 있다.

 

 

 

왼쪽의 검정벌레가 오른쪽 붉은 벌레로 성장하고,

붉은벌레가 분홍날개를 달며 매미같은 모습으로 바뀐다.

 

한눈에 저 튀는 색깔이 이 땅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중국에서 들어와 주로 가죽나무나 참죽나무 등을 따라 다니는 벌레인데

요즘 부쩍 개체수가 늘어 언론에서도 종종 다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되는 벌레이다.

 

 

 

원예종 백목련은 아닌 듯하고, 토종 목련의 열매가 아닐까 싶다...

 

 

 

 

아파트 단지 뒷마당에 황금달맞이꽃이 환하게 피었다.

 

 

 

 

그냥 엉겅퀴일까  가시엉겅퀴일까 헷갈리는 녀석,

가시가 그냥 엉겅퀴로 보기에는 억세어 아무래도 가시엉겅퀴 쪽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언덕으로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이게 웬일, 어제처럼 벌초를 한 것인지 풀꽃들의 세상은 아주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가파른 언덕 쪽에는 예초기 칼날을 피한 곳이 더러 보여 다행이랄까...

 

 

 

딱 한 송이 눈에 띄는 노란 원추리꽃이 눈길을 붙들고

나는 먼산과 상수리나무를 배경으로 작품 사진 하나 만들고자 온 정성을 들여 본다.

 

 

 

 

층층이꽃도 요 한 녀석만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용담은 자취조차 보이지 않고

산부추는 예초기 칼날의 흔적을 간직한 채 꽃대를 밀어올리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는 애기수영, 전초를 담기에 알맞은 모습이어서 한 컷! 

 

 

 

 

그리고 작년 이맘때 타래난초가 지천으로 피어났던 곳을 찾으니

어찌하여 꽃은 고사하고 뿌리잎 등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인지...

 

 

 

크게 실망하고 휑한 풀밭을 바라보다

비탈진 언덕에 화를 면한 방울비짜루 꽃을 발견한다.

 

 

 

그 동안 방울비짜루가 암수딴그루라는 걸 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고

'꿩 대신 닭'이라는 격으로 오늘은 타래난초 대신에 방울비짜루 연구에 몰두하기로 한다.

 

 

흐린데다가 벌써 해가 지고 있어서 요 녀석들이 초점거리에 잘 맞춰지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

 

 

길쭉한 꽃을 단 위의 녀석이 바로 수그루인데,

아주 낑낑대며 좁살보다 작은 꽃 안의 꽃밥을 초접사로 담기를 수십차례... 

 

 

 

그렇게 해서 건진 것이 겨우 이것이다.

 

세 갈래의 꽃잎 안쪽에 주황색 꽃밥이 보이니 분명 수꽃일 터.

 

 

 

그리고 이렇게 화관이 짧은 녀석이 바로 암그루인데,

자세히 보면 암술이 살짝 나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장면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면 분명해진다.

 

꽃가루받이가 끝난 것인지 암술 밑에 씨방이 제법 두툼하게 부풀었음을 볼 수 있다.

 

 

 

 

방울비짜루 관찰을 끝내고 빈 풀밭 언덕을 거닐다가

뜻밖에도 점점이 핀 작은 흰 꽃들이 보이는데,

꽃받이를 닮았는데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아무개 님의 웹도감에는 바로 이 풀꽃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참꽃받이로 올려 놓고 있는데...

 

 

 

거센털개지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아래의 것이 참꽃받이라고 하니

어느 것이 참꽃받이일까...

 

 

 

 

묏등의 풀들은 모두 깎여 나갔는데

이 가느다란 풀만이 외롭게 하늘거리고 있어 낑낑대며 기념 촬영해 주었다.

 

아마도 겨이삭 종류가 아닌가 싶은데 자신은 없다.

 

 

 

 

 

비탈에는 산들깨(아니면 들깨풀?)로 보이는 풀들이 한참 자라고 있다.

 

 

 

 

그 흔하게 피던 솔나물꽃도 다행스러이 딱 한 그루 나를 위해서 남아 주었다.

 

 

 

 

ㅎㅎ 이게 웬 횡재...

 

제비꿀만 흔하게 자라는 풀밭에서 긴제비꿀은 언제 만나보나 하고 살피는데

딱 한송이 꽃을 피운 긴제비꿀이 나를 보고 방긋 웃고 있지 않는가~.

 

 

 

 

타래난초를 만나지 못한 것을

다른 몇 가지 풀꽃을 발견하는 것으로 보상 받았으니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