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의 층층이꽃, 풀거북꼬리 꽃, 댕댕이덩굴, 거꾸로여덟팔나비

모산재 2008. 7. 30. 02:26

아직은 다소 이른 계절이 아닌가 싶은데,

볕 좋은 산성길 따라 층층이꽃이 무리지어 제법 환하게 피었다. 

 

 

 

지난번에 담았던 범꼬리가 더욱 만발한 모습이어서 셔터를 눌렀다.

 

 

 

아직도 흰이질풀과 쥐손이풀을 잘 헷갈리는데,

이 녀석은 쥐손이풀에 틀림 없으렷다~.

 

 (...했더니 ㄷ님이 흰이질풀 같다고 지적해 주시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줄기와 화경의 흰털들이 옆으로 퍼진 것이

 아무래도 쥐손이풀이라기보다는 이질풀 쪽이 맞는 듯하다.

 잎패임도 덜한 수더분한 모습도 그러하고...)

 

 

 

언덕에 보이는 이 어린풀은 참꽃마리로 보면 될까...

 

 

 

점심을 김밥으로 대충 때우고 산을 오르니 배도 고프고 기운도 좀 달린다 싶은데

마침 막걸리 팔고 있어서 한 대접 청해 원샷!

시원하게 들이키고 기운 차린다.

 

ㅎㅎ 한 잔 덕분에 발걸음도 가벼이... 

 

 

이런 모양의 잎을 가진 쑥이 제비쑥이지 싶다.

 

 

 

 

무늬 어여쁜 나비 한 마리 갑자기 나타나 아주 어지럽게 날아다니는데

그 놈 정지 동작 담으려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하얀 무늬를 가만 살펴보니 그 이름도 재미있는 거꾸로여덟팔나비이다.

 

 

 

성벽을 배경으로 활량나물 꽃이 환하게 피었다.

 

웬 사나이가 성가퀴(여장) 붙들고 서 있는 거지...

 

 

 

꼬리가 3갈래로 갈라지지 않는 풀거북꼬리 꽃이 예쁘게 피었다.

 

줄기의 위쪽 통형의 꽃받침에 싸여 피는 이것은 풀거북꼬리의 암꽃차례이고,

 

 

 

줄기의 아래쪽에 4~5갈래로 갈라진 꽃받침에 꽃밥을 달고 피는 이것은 수꽃차례이다.

 

 

 

한때 이 녀석을 두고 좀깨잎나무라고 단정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네이버 블로거 ㅋ님이 거북꼬리 이미지로 다소 '래디컬'한 3갈래 잎모양을 제시하는 바람에

풀거북꼬리들이 모조리 좀깨잎나무의 오동정으로 몰려 버리는 사태를 맞은 일이 있었다.

 

좀깨잎나무와 풀거북꼬리는 언뜻 보면 많이 닮았지만

좀깨잎나무는 지상부의 목질부가 아주 뚜렷이 드러나는 나무이지만

풀거북꼬리는 목질부가 없는 아주 분명한 풀이다.

 

좀깨잎나무는 톱니가 몇 안 되는 길쭉한 마름모꼴의 왜소한 잎을 가졌지만

풀거북꼬리는 좀깨잎나무에 비해서는 둥글고 큰 잎을 가졌다.

 

 

물레나물은 언제 피었는가 싶은데 벌써 한창때를 넘기고 있다.

 

 

 

바로 곁에 선 고추나물은 꽃이 피려는 것인지 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우두커니 섰다.

 

 

 

짚신나물도 한컷 담아 본다.

 

 

 

그리고 등산길 내내 짙은 밤색의 나비들이

좀체로 멈추는 법 없이 어지럽게 날아다녀 정신을 쏙 빼 놓게 했는데

요 녀석은 무슨 맘에서인지 잠시 성벽에 앉아 주었다.

 

ㅎㅎ 그런데 너무 멀리 있는 녀석을 줌으로 해결하려다보니

증명 사진은 끝내 담을 틈을 주지 앉은 채 스냅 사진 한장 남기고 훌훌 날아가버리지 뭔가, 쩝~.

 

 

 

(이 나비의 이름은 굴뚝나비라고

공기방울님이 바로 아래 댓글로 알려 주셨다.)

 

 

아까 숲그늘에서 담느라고 그토록 낑낑대게 만들던 뿔나비나방이

빛 잘 받는 파리풀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지 않느냐.

 

똑딱이 카메라이지만 덕분에 비교적 갈끔한 이미지 한 장 얻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렇게 꺼칠꺼칠한 잎과 줄기라면 틀림없이 쇠서나물일터.

('쇠서'가 뭐냐고? 묻는다면 '겡상도' 말로 소의 혀를 '쇠쎄'라고 하는데

 이 발음이 어떻게 해서 '쇠서'로 굳어 나물과 결합된 말이다.

 

 '소의 혀처럼 꺼칠꺼칠한 나물'이란 뜻이 되겠는데,

  나처럼 소 치는 산골 소년 출신이 아니고서야 '쇠쎄'의 감촉을 어찌 알리오~.)

 

 

 

하늘말나리도 이쁘게 피기 시작했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잎이 바퀴처럼 크게 두르며 피는 나리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꽃이 하늘을 보지 않고 옆을 향해 핀다면 이름이 그냥 말나리가 된다.

 

 

 

지금쯤 피었으리라고 생각했던 개곽향은

어찌 된 일인지 두 주 전에 보았을 때와 다름 없어서 좀 서운하다.

 

 

 

둥근이질풀은 어째서 한 송이 꽃만 피웠는지...

 

 

 

볕 좋은 곳에서 자라는 싱아가

이곳에서 아주 어두운 그늘에서 고생이 말이 아니올시다인데,

어찌하였거나 몇몇 개체가 겨우겨우 꽃들을 피워내었다.

 

아마도 처음에는 볕 잘 들었던 곳이었는데 숲이 점차 들어차며 생긴 현상일 것이다.

 

 

 

댕댕이덩굴이 제철을 맞은 듯 꽃봉오리들을 터뜨리고 있다.

 

 

 

 

박주가리도 뒤질세라...

 

 

 

철도 아닌데 털복숭이 개쑥부쟁이가 꽃을 피웠다.

뜨거운 여름에 피어서인지 서늘한 보랏빛도 아니고 붉은빛에 가까운 색깔로 말이다.

 

 

 

나이를 먹는 건지 요즘 들어 산 타는 것을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그만두고 산을 내려갈까 하다가

그 놈의 타래난초는 꼭 보고 싶은데 어쩔꺼나~.

 

여기서 또 산 봉우리를 하나 넘어야 풀밭 언덕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