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5월말, 산성길 따라 풀꽃나무 산책하기 (1)

모산재 2008. 6. 17. 01:20

2008. 05. 25.  일요일

 

 

 

어제도 산성길을 탔는데

오늘도 또 산성을 향해 집을 나선다.

 

그 어디메엔가 자생하고 있는 개지치 비슷한 꽃,

거센털개지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그 녀석을 만나기 위해...

 

오늘은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쪽으로 산성을 한 바퀴 돌기로 작정하고

산성 안에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오른다.

 

 

남문 위에 도착하니 웬일이냐, 온갖 카메라들이 다 모여서 성가퀴(女墻)에 붙어 섰다.

(비디오카메라가 보이지 않으니 무슨 드라마나 영화 촬영은 아닌데...

물론 배경도 저렇게 인공물이 많으니 어울리지도 않고 말이다.)

 

바라보니 저기 성문 앞에 상감마마, 중전마마 차림의 두 남녀가 폼을 잡고 걸어오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나도 덩달아 붙어서서 사진을 몇 방 찍는다.

 

그리고 옆 사람들에게 뭐냐고 물었더니 뭔지를 아는 사람이 없다.

ㅋ... 왜 찍었는지, 아무 의미 없는 사진이 돼버렸다.

 

  

 

 

 

오늘은 서식지를 잃어 요즘은 많이 귀하게 된 것들,

성가퀴 담장에 자라는 부싯깃고사리와 거미고사리(거미일엽초)를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부싯깃고사리인데 이렇게 여름에 접어들 무렵부터 마른 잎들이 생겨난다.

저 잎을 곱게 비비면 솜나물이 그러하듯 부싯돌의 불을 붙이는 재료로 쓰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거미고사리라고도 하는 거미일엽초.

 

저 길다란 잎 끝으로 디딤발을 만들어 부착한 뒤

그곳으로부터 새로운 개체를 번식시키는 특이한 식물이다.

 

 

 

뜻밖에 성의 가장 높은 지대에

습지에 많이 자라는 젓가락나물이 보여서 나를 놀라게 한다.

 

상식과 다르게 생명의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취산꽃차례의 참빗살나무꽃은 사철나무와 피붙이라는 걸 확인하게 해 준다.

중심에 있는 녀석만 먼저 꽃을 피운 것이 인상적이다.

 

 

 

아직도 나도냉이와 유럽나도냉이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

 

꽃과 꽃받침의 비례라든지, 씨방의 길이라든지, 씨방이 달린 각도 등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녀석은 어느 쪽일까, 나도냉이라는 느낌이지만 일단 자료 확보 차원에서 찍어 본다.

 

 

 

노박덩굴이 성가퀴 바깥쪽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틈으로 보이는 꽃을 겨우 잡아보니 죄다 수꽃만 찍혔다.

 

 

 

고광나무꽃이 피었는데

어제 보았던 나무와 동일한 종으로 보인다.

 

비교적 톱니가 촘촘한 것이 얇은잎고광나무일까, 아니면 서울고광나무일까...

 

 

 

오후의 햇살을 받은 붓꽃이 퍽이나 아름다워보여 담아본다.

 

 

 

쥐손이풀도 꽃을 피우고 있다.

 

 

 

성벽을 따라 털장대 일색인 이곳에 장대나물을 만나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털장대에 비해서는 얼마나 매끈하고 튼실하게 자라는 녀석인가...

 

 

 

내가 서울제비꽃이라고 믿고 있는 녀석은 씨방을 열고 까만 씨앗들을 드러냈다.

 

 

 

수피가 꽤 울퉁불퉁한 것이 개서어나무이지 싶은데,

자신은 없고 그냥 서어나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쬐그만' 나방은 정말로 자주 만나는 녀석인데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나 궁금하기만하다 ...

 

 

 

갓핀 산딸나무꽃은 이렇게 녹색에 가깝다.

 

 

 

백당나무꽃이 아직도 남아 있다.

흰꽃이라 좀 어둡게 담았는데도 꽃잎의 윤곽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드뎌 동문에 도착하여 동문의 모습을 담아본다.

 

계단에 앉은 이 아가씨, 잠시 시선이라도 돌려 주었으면 좋을 것을,

오히려 정면으로 바라보시는군...   

 

 

 

 

반대편에서 내려다본 동문의 모습

 

 

 

동문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계단길

 

 

 

성곽을 따라 이 갈퀴류들이 아주 한창때를 맞이하고 있다.

 

좀네잎갈퀴는 남부지방에 산다고 하는데,

이것은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가.

 

가는네잎갈퀴인가, 아니면 그냥 네잎갈퀴인가...

 

 

 

 

풍경 하나 담고

 

 

 

그리고 도착한 장경사

 

이 나무는 무엇일까.

 

 

 

장경사(長慶寺)  전경

 

 

남한산성을 지을 당시인 조선 인조 16년(1638)에 세운 절로 조선 8도의 승려들을 모아 산성을 지을 때 승군(僧軍)들이 훈련을 받으며 머무르던 9개의 절 중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절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절이라고 하지만

건물이나 탑 등은 거의 옛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라 의아스럽기만하다.

 

 

 

다시 북문 방향을 향해 한참 오르노라니 군포지가 나타난다.

군포지란 지금의 초소와 같은 역할을 하던 터를 가리킨다.

 

 

 

 

특이한 모습의 사초가 눈길을 끈다.

여우꼬리사초라는 게 있던데 혹시 이 녀석을 일컫는 이름일까...

 

 

 

과히 사초의 계절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온갖 사초들이 나타나는데

비슷비슷한 모습에 도감을 놓고 보아도 도무지 동정이 쉽지가 않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