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위성류꽃 핀 길을 지나 새모래덩굴꽃을 만나고

모산재 2008. 6. 15. 23:41

2008. 05. 24. 토요일

 

 

5월 하순, 화창한 토요일이다.

 

오늘 하루도 모든 일 다 잊고 산행을 하며 땀 흘리기로 한다.

등으로 타고 흐르는 땀을 느낄 때만큼 상쾌한 시간은 없을 것...

 

 

산으로 들어서기 전 주막거리,

늘어진 뽕나무 가지엔 오디가 까맣게 익어 가고 있다.

 

무심코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카메라 들이대고 낑낑대는 나를 힐끔거리다

오디라는 존재를 발견하고 멈춰서서 저마다 감탄사를 날린다.

 

 

 

그늘에 핀 쇠별꽃을 오랜만에 담아본다.

 

암술머리가 5개로 갈라진 것이야 익히 아는 바이지만

저렇게 10개의 수술 끝에 점점이 달린 꽃밥의 존재는 처음으로 인식한다. 

 

 

 

늘 지나다니던 길인데

위성류가 있는 줄 오늘 처음으로 알았다.

 

아마도 저 총채처럼 핀 하얀 꽃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흔치 않은 녀석이 어찌 이 골짜기에까지 들어오게 됐을까...

 

 

 

자주괴불주머니는 어느새 열매를 매달고 있다. 

 

 

 

큰개별꽃이 무더기로 피었던 곳에서

호기심이 발동하여 뿌리를 캐 본다.

 

한살 먹은 것으로 보이는 어린 녀석은 뿌리가 하나인데

중간 것들은 뿌리가 두 갈래가 보통이고

좀 굵직하다 싶은 녀석들 중에는 3갈래 이상인 것도 있다.

 

뿌리 가까운 마디에는 폐쇄화 봉오리들이 달리고 있다.

 

 

 

관찰을 끝내고서 다시 제자리에 묻어 주고는 길로 내려선다.

 

 

등산로 언덕에 핀, 6장의 단순한 꽃잎을 가진 씀바귀꽃이 새삼스럽게 예쁘다고 느낀다.

 

 

 

벼과, 사초과 녀석들이 눈에 자꾸만 띄는데 

공부해서 좀 알았다 싶었던 것이 한 해가 지나고 나니 도로아미타불이다.

 

왕비늘사초이지 싶은데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이 녀석도 안면이 많은데 이름을 모르겠다...

 

 

 

아마도 새콩이지 싶은 덩굴을 살피다가

오른쪽 뿌리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잎이 3장으로 된 다른잎과 달리 2장으로 되어 있으며

잎모양도 둥글다는 걸 발견한다.

 

이 녀석만 그럴까 해서 다른 개체도 살펴보니 똑 같지 않은가.

여느 잎처럼 얇은 것이 떡잎으로 보이지 않는데 어째서 2장일까... 

 

 

 

백선 꽃이 피었는가 싶어서 들어선 골짜기에는 서양등골나물(사근초)이 진을 치고 있다.

다른 생명들의 터전을 마구 점령해 버리는 녀석들의 만행을 익히 아는지라

눈에 보이는 대로 뿌리째 뽑아서 뒤집어 놓는다.

 

 

 

꽃을 기대하고 찾은 백선은

어찌된 일인지 꽃대조차 올리고 있는 녀석이 단 하나도 없어서 대실망이다.

 

이건 장구채 어린풀로 보면 되겠지...

 

 

 

어린 것은 다 귀여워 보인다.

그늘에서 자라난 붉나무 어린 나무를 담아본다.

 

 

 

고사리는 피하고 싶었는데,

요 녀석에는 괜히 호기심이 생겨 셔터를 누르고 만다. 처녀고사리로 보인다.

 

 

 

새모래덩굴 꽃이 피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암꽃은 없고 죄다 수꽃만 피었다.

 

암그루는 아마도 좀더 늦게 꽃을 피우는 모양이다.

 

 

 

혹느릅나무가 눈에 띄어 담아보는데 초점이 틀려버렸다.

 

 

 

등산로 바닥에 꽃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어

주변의 나무들을 살피는데 도무지 주인을 찾을 수 없다.

  

 

 

엉뚱하게도 길 아래에 있는 나무에 비슷한 꽃의 흔적이 보이지 않은가.

바람이 아래에서 위쪽으로 세게 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무엇이었더라.

 

다른 골짜기에서 보았던 갈매나무와 많이 닮았는데

그것은 잎이 길다랗고 억세었는데 이것은 잎이 둥글고 부드러워 보인다.

 

갈매나무도 종류가 많던데 확인해 볼 일이 머리 아프다.

박사님들의 도감이나 국립수목원의 이미지 자료들은 하나같이 부실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도냉이의 뿌리잎과 줄기잎 모양을 확인하고자 셔터를 누른다.

 

 

 

또다시 초록태백제비꽃을 만난다.

 

 

 

꽃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꽃잎을 펼치고 접사를 해 본다.

 

암술과 수술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 아무래도 폐쇄화가 아닐까 하던 심증이 굳어진다.

 

 

 

족도리풀 꽃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 접사를 해 보았다.

 

저 속에 암술대 6개와  12개의 수술이 2줄로 배열되어 있다.

 

 

 

태백제비꽃의 씨방과 씨앗은 이런 모습이다.

 

 

 

개찌버리사초로 보면 될는지...

 

 

 

능선에 가까운 그늘엔

흰털괭이눈 무성지가 무성하게 자랐다.

 

 

 

드디어 능선에 오르고

이젠 산성길을 따라서 돌아볼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