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에서 쪽동백, 참빗살나무, 붉은찔레꽃을 만나고...
2008. 05. 24. 토
산성 아래로 걷는 길에는 털장대로 보이는 꽃들이 한창이다.
지난해의 마른 꽃대를 배경으로 성벽을 따라 가득 피었다.
생존을 위한 극소한의 땅만 차지하고 하늘만 향해서 자라는 모습은
제발 욕심 좀 그만 부리고 겸손하게 살라고 인간들에게 소리치는 듯하다.
이 갈퀴류의 이름은 개갈퀴~.
단풍마의 전초 모습을 담아 본다.
성벽 돌틈 사이로 바위채송화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꽃 필 때가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아직 꽃맹아리의 흔적도 없다.
성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쪽동백 꽃이 환하게 나를 맞이한다.
봉오리와 꽃이 함께 하는 모습일 때 꽃은 가장 아름답다.
땀도 식힐 겸 바위에 앉아 참외 한 알 깎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나비 한 마리가 꽃은 놔두고 너럭 바위에 내려 앉는다.
뱀눈나비와 비슷해 보이는 이 녀석은 부처사촌나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내려가는데
팔랑나비과임에 틀림없을 나비 한 마리 국수나무 잎에 내려 앉는다.
물푸레나무 꽃을 그렇게 만나고 싶었는데 보이지 않더니
꽃이 지고 난 모습만 이렇게 만난다.
사초과 풀 하나를 만나는데
이게 산괭이사초인지...
어느 새 참빗살나무가 환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곳에는 제철을 한참 지나고도 봄맞이꽃이 피어나는데
개체마다 달리는 꽃송이가 몇 안 되는 것이 특이하다.
아마도 가장 늦게까지 피는 졸방제비꽃도 이곳에 살지 싶다.
성의 가장 남쪽 방향으로 접어든다 싶은 곳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꽃나무를 만나고 탄성을 지른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느낌이 나지 않지만
쪽동백꽃이 이렇게 눈부시게 핀 것을 나는 아직 본 일이 없다.
또다시 팔랑나비 한 마리 만났는데
왕팔랑나비인가 보다 했는데 왕자팔랑나비이다.
왕팔랑나비나 왕자팔랑나비는 무늬가 아주 비슷해서 웬만큼 예민하지 않으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왕자팔랑나비는 수없이 만났지만
왕팔랑나비는 아직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어 아쉽다.
참꽃마리의 화심 색깔이 튀어서 담아 보았다.
말냉이는 꽃의 흔적만 겨우 남긴 채 원반 모양의 열매만 가득 달았다.
이건 무슨 벌레이길래 요렇게 빨갛지.
야사모 모님이 이름이 대유동방아벌레라고 일러 준다.
자료를 찾아보니 요 녀석은 거대한 배부분을 이용해 딱딱거리며 튀어오르는 습성이 있어 방아벌레라고 부르는데,
'click beetle'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윗 녀석을 찍느라고 초점을 맞추는데
눈 앞에 무슨 씨앗 같은 것이 보여 특이하다 했더니 폴짝 뛰지 않는가.
참 희한한 곤충도 다 있다.
멀리 환하게 빛나는 꽃덤불이 보여 뭔가 하고 다가서 보니 고광나무다.
가는 줄기에 시원스럽게 달린 꽃차례가 드물게 아름답다.
고광나무도 종류가 10여 종에 가까운데 이것은 뭘로 봐야 하는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도감들의 이미지 자료로는 동정하기 쉽지 않고.
누군가가 뽀리뱅이를 줄기째 꺾어서 나무에 걸어 놓았는데
털보숭이인 씨앗들이 저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네.
붉게 피는 찔레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물로 만나기는 오늘 처음이지 싶다.
어둠이 깃드는 성벽 아래 바라보는
붉은 빛이 감도는 찔레꽃의 아름다움은 각별했다.
방울비짜루 꽃이 아직도 피고 있어서 담아보는데 초점이 어긋나버렸다.
흔하디흔한 지칭개꽃도 아름답지 않은가.
땅비싸리
아까 골짜기에서 만났던 털갈매나무를 이곳 능선에서도 만난다.
참빗살나무를 다시 한번 담을 때에는
셔터스피드가 1/20초로 맞추기도 힘들 정도였다.
급한 비탈길을 타고 내려오다
산성입구 매표소에서 버스를 만나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 버스를 타고 하산한다.
오늘따라 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에...
편한 것은 산을 찾는 사람이 선택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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