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참죽나무 꽃 필 무렵 대모산의 풀꽃들

모산재 2008. 6. 20. 20:06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산으로 산책을 떠난다.

 

지금쯤 참죽나무 꽃 필 때가 아닌가 싶어

평소에 선택하지 않는 길로 들어선다.

 

 

등산로 입구에서

한뼘도 못 되게 자라는 꼬마 황새냉이류를 만난다.

 

이게 뭔지를 아직 명확히 몰라서 조바심이다.

 

그냥 황새냉이로 봐도 될 것 같지만

어쩐지 이 녀석들이 밭을 이룬 곳을 보면

죄다 손가락 길이 정도로 키가 짧은 데다가

두드러지게 커야 할 맨 끝의 작은잎의 특징이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기대했던 참죽나무는 아직은 꽃차례만 형성되었을 뿐

꽃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필 것 같다.

 

까마득한 나무 높이가 10m는 될 것 같은데

꽃이 피더라도 제대로 된 이미지를 담기는 힘들 것 같다.

 

 

 

감꽃이 피었다.

 

어린 시절 감똘개라 부르면 간식 삼아 주워 먹었던 추억의 꽃!

때로는 벼 이삭줄기에 주렁주렁 꿰어서 목걸이로 걸고 다니기도 했었지...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자그만 감꽃만 피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이것은 죄다 수꽃으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래서 고개를 젖히고 샅샅이 살펴보니...

 

 

 

커다란 꽃받침에 이미 진 흔적만 남은 꽃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암수 한몸인 꽃이었을 것이다.

 

감나무는 암수 한몸인 꽃도 피고 수꽃도 따로 있는 특이한 나무로 알고 있다.

 

이 녀석들은 꽃가루받이를 끝내고 과육 살찌우기에 들어갔을 것이다.

 

 

 

인동덩굴이 금은화(金銀花)란 이름답게

갓핀 하얀 꽃과 노랗게 성숙한 꽃을 함께 달고 있다.

 

 

 

뫼등 언덕 풀밭은 어느 새 개망초 꽃밭이 되었다.

 

 

 

아직도 시리게 푸른 붓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간들간들 길고 갸냘픈 몸매를 바람에 맡기고 선

산해박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으아리꽃은 이제 한창...

 

 

 

꽃잎보다는 꽃받침만 두드러져 보이는 멍석딸기는

붉은 술 덕분에 꽃의 체면을 지켜내는 것 같다.

 

 

 

그리고 나타나는 벼과 풀들의 다양한 모습들...

 

언제 이 이름들을 다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름보다도 일단 안면이라도 익혀 두고 싶은 심정에서 담아보기로 한다.

 

 

이 촘촘하면서도 길다란 꽃이삭은 무엇이며

 

 

 

요 키작은 꽃이삭은 위의 이미지와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

 

느낌으로는 둘 다 도랭이피가 아닐까 싶은데...

 

 

 

애기풀 열매는 이런 모양으로 성숙한다.

 

 

 

꿀풀은 지금이 전성기,

저 꽃이 지고나면 지상부의 풀 전체가 말라버려 하고초(夏枯草)라고도 부른다.

 

 

 

땅비싸리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아마도 벌레집이지 싶은 것들이 잎줄기에 조랑조랑 달렸다.

 

 

 

엉겅퀴가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나는 좀 다른 모습의 벼과 식물,

이것은 분명 도랭이피라는 것이지 싶다.

 

 

 

벌써 해는 지고 땅거미가 내려 앉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제비꿀은 이미 씨방이 성숙해지는 단계이다.

 

 

 

늦게 피는 방울비짜루의 꽃색에는 황혼의 빛이 스며들어 곱다.

 

화관이 길고 암술대가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수꽃이다.

 

 

 

산달래는 뭉쳐서 달린 꽃맹아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이 녀석은 어쩌면 꽃잎은 끝내 감추고 까만 살눈(구슬눈)만 달지 모른다.

 

 

 

그리고 긴 꽃자루를 내밀며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솜방망이 씨앗은 하얀털을 바람에 거르며 이런 모습으로 곱게 익어간다.

 

 

 

신라의 금관에 달린 금붙이처럼 수영의 열매들이 곱게 달렸다.

 

 

  

안개처럼 피는 꽃,

이건 흰겨이삭으로 보면 되는 것일까...

 

 

 

그리고 습한 땅에서 자라고 있는 갈풀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정을 끝내기로 한다.

 

어둠이 밀려들고 산 아래 마을에는 불이 환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는 언덕에서

풀꽃들을 담는 것은 참 어렵다.

 

퇴근 후의 시간, 해 지기 전의 한 시간은 축복 받은 시간이지만...

 

쫓기듯 담은 사진을 살피며

노이즈가 심한 풀꽃들의 표정에 안타깝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