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의 국수나무, 쥐오줌풀, 홀아비꽃대, 층층나무, 갈매나무

모산재 2008. 5. 30. 00:34

 

모레가 부처님 오신 날이니

오늘부터 사흘간의 연휴가 시작된다.

 

고향집에 가족이 모여서 아버지 일을 의논하자는 

어머니의 전화가 있었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기로 한다.

 

뚜렷히 호전되지도 악화하지도 않은 채

오늘로 3개월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병원에 누워 계신데

의사의 처분에 맡기고 지켜볼 뿐 무슨 뾰족한 수도 없다.  

 

막상 외면하자니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지만  

나는 몸이 편안한 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지난 주부터 풀꽃나무 탐사를 가자고 내약이 되어 있었지만

꼭 가고 싶다고 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해 미적대 왔는데

서해안 쪽으로 무작정 가 볼까나 하고 전화를 하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포기하겠단다.

 

 

그래 잘 됐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오전 시간을 빈둥거리다

오후 늦은 시간 바람이나 쐴 겸 남한산을 향한다. 

 

 

벌써 아카시아꽃이 피고 있다.

 

 

 

응달진 골짜기에도 미나리아재비 노란 꽃이 하늘하늘 피었다.

 

 

 

자주괴불주머니는 꽃이 지면서 씨방을 더 많이 매달고 있다.

 

 

 

아직은 꽃봉오리 상태가 더 많지만

국수나무도 드문드문 꽃송이를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이게 그냥 꼭두서니라면

 

 

 

이것은 갈퀴꼭두서니이다.

 

 

 

주름조개풀인지 나도바랭이인지 헷갈리는 녀석 중에

흰줄무늬사사조릿대처럼 무늬종이 발견되어 그 신기함에 한참을 들여다본다.

 

 

 

산딸기 잎에 애기세줄나비가 앉았다.

 

 

 

그리고  태백제비꽃이 흔히 자생하는 곳을 지나다가

또다시 이른바 '초록태백제비꽃'을 만난다.

 

녹색의 길다란 꽃잎이 꽃속을 볼 수 없게 가린 모습이

분명 정상적인 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과연 독립적인 종일까...

 

 

 

흔하게 보이는 참꽃마리지만 한번 담아본다.

 

 

 

쥐오줌풀은 올해 들어서는 처음 만난다.

마타리과로서는 가장 빨리 피는 녀석인데,

 

이곳에 자생한다는 설령쥐오줌풀일까...

 

 

 

그리고 홀아비꽃대 꽃이 한창인 모습이다.

 

 

 

단풍마가 멋진 모습으로 서 있어서 담아본다.

 

 

 

이게 큰제비고깔의 어린 모습이다.

 

 

 

보리수나무도 이제 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추나무꽃

 

 

 

이것은 개찌버리사초이지 싶다.

꼭대기의 수꽃과 그 아래로 차례를 이루며 달린 암꽃의 하얀 암술...

 

 

 

아니, 벌써 쪽동백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앵도 같은 올괴불나무 열매,

꽃차례처럼 한쌍씩 다정하게 잘 익었다.

 

맛을 보면 그런대로 달착지근하다. 

 

 

 

아직 해가지지는 않았는데도 서쪽 하늘을 구름이 가리며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층층나무꽃이 만발하였건만  좋은 사진을 기대하기는 무리인 시간...

 

 

 

어둠에 잠긴 등산로 옆 숲속

튼실한 은대난초가 자라던 곳을 찾았는데

그 녀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고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이 한 녀석만이 외롭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건너편 절 가까운 언덕, 백당나무도 꽃을 피웠다.

 

 

 

갈매나무 꽃이 언제 피는지 확실히 몰라

혹시 하고 찾았더니 역시 꽃은 지고

부풀어 오른 씨방 위에 암술만 싱싱하게 남아 있다.

 

 

 

골짜기 아래쪽으로부터 감미로운 음악이 들리는데

귀 기울여 들으니 '돈 크라이 포미 아르젠티나'가 아닌가...

 

음악회라도 열리나보다 하고 찾은 공원 야외 무대에는

노인 분들이 스포츠댄스를 추고 있었다.

 

 

 

저렇게 무엇에 쫓기지 않고 능동적으로 시간을 이끌며 사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고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