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곰배령 계곡에서 만난 풀꽃나무들

모산재 2008. 5. 22. 00:06

 

어린이날을 앞두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한계령풀을 만나보고자

무작정 백두대간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홍천 쪽 어느 산으로 가야할지, 아니면 태백 쪽으로 가야할지,

그도 아니면 인제 쪽으로 가야할지 미정인 채로  일단 출발했다가

 차 안에서 의논 끝에 제일 북쪽으로 가기로 한다.

 

한계령풀 꽃이 이미 지난 주에 피크를 이룬 것을 아는 지라

최대한 북쪽으로 가야만 조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어쨌든 출발하는 날은 날씨가 아주 괜찮다.

 

미리 수속을 밟으려 했지만 곤란하다는 답변을 듣고

무작정 깊고 깊은 산골에 자리잡은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오후도 2/3쯤 기울어진 시간에야 겨우 도착,

감시 초소에서는 난색을 표하는데 민박집을 찾아들기로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성공이었다.

 

'OO민국'이라는 '허름한 신축' 건물에서 5만원으로 하룻밤 자기로 하는데

식사 해결을 할 수 있는 식당도, 식료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게도 없다고 한다.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 준비를 해가지 않은 상태에서 난감한데

자칭 'OO민국'의 추장인 주인장이 "빌붙어서 해결해보자."고 한다.

 


마침 같은 숙소에 추장과 오랜 동안 교류하던 가족팀이 와 있었고

또 서울서 찾아든 처녀 둘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족팀에 조금이라도 맘 편하게 빌붙기 위해

우리는 다시 동해 방향의 험한 고개를  한참 넘어서

어느 식당에서 삼겹살, 소주 맥주, 그리고 빵을 구입해온다.

 

 

식사 전 아직도 어둡지 않은 시간 주변의 풀꽃들을 산책하기로 한다.

 


골짜기에는 귀룽나무 꽃이 만발하였는데

서울에서 보는 귀룽나무와는 꽃차례가 확실히 다르다.

 

 

핫도그형 꽃차례가 세로티나벚나무보다도 더 뚜렷해 보이고

수형도 가지가 별로 늘어지지 않고 당당한 것이었다.

 

기재문으로 읽을 때는 막연하던 서울귀룽나무와 귀룽나무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등산로 입구 주변 숲에는 선종덩굴(요강나물)이지 싶은 것이 털복숭이 꽃망울을 달고 있다.

 

 

 

 

아, 그리고 이 사초의 이름은 꿩의밥과 관련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나도개감채꽃이 군데군데 피고 있다. 

 

 

 

그리고 길 아래에는 광대수염도 몇 송이 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곳은 고도가 비교적 높은 산간 지역이라 꽃들이 대체로 늦다.

향모도 아직 꽃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개울쪽 언덕에는 덩굴개별꽃들이 무더기로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덩굴개별꽃을 살피다가 낯선 풀을 발견한다.

 

아무리 기억을 짜내어 보아도

이녀석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살피다가 무심결에 잎자루가 다쳤는데 하얀 액이 흘러나온다.


아마도 만삼 어린풀일 듯하다.

 

 

 

이렇게 잠시 풀꽃 산책을 하는 사이에 어둠이 밀려오고

저녁이 준비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숙소로 든다.

 

가족팀 사모님이 마련해 놓은 저녁을

숙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술자리...

 

추장님이 온갖 약초를 넣어 빚었다는 감식초로 칵테일한

소주를 밤 늦도록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튿날 자고 일어나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엊저녁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빗기운이 없었는데

창문을 열고 보니 밤새 흠뻑 비가 내린 듯 질펀한 풍경이다.

 

다행인 것이 날씨가 점차로 개기 시작하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났을 때에는 햇살까지 살짝살짝 비추기 시작한다.

 

산장 옆에는 새로 세워진 듯한 표지석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어제 보았던 나무,

돌배나무인지 야광나무인지 짐작이 가지 않은 나무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리고 이것은 그냥 딱총나무로 보면 될까...

서울 주변에서 보던 것은 꽃받침이 황색에 가까운데 이것은 풀빛인 점이 다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곰배령을 향한다.

두 아가씨도 우리와 함께 가기로 하고 따라 나선다. 

 

등산로로 들어서니 아름드리 줄기에

배꽃 비슷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가 나타난다.

 

꽃은 너무 높은 데다 다른 나무에 가려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고...

수피만으로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일단 연구 과제로 남기자.

 

 

 

검은종덩굴(검종덩굴)인지...

 

 

 

는쟁이냉이가 꽃을 활짝 피웠다.

 

 

 

그리고 이것은 너도바람꽃의 씨방

 

 

 

홀아비바람꽃은 지금 한창이다.

 

 

 

그리고 키가 한 뼘도 안되는 개감수가 꽃을 피웠는데,

아직도 위쪽의 포엽은 꽃을 감춘 채 말려 있는 모습이다. 

 

 

 

이런 물이 명경지수(明鏡止水) 아니겠느냐!

 

 

 

큰앵초가 드문드문 군락을 이룬 곳이 나타난다.

 

 

 

홀아비바람꽃은 너무 흔한데 비에 젖어 나중에 담기로 하고

또 흔한 숲개별꽃을 담아본다.

 

 

 

계곡 풍경을 한번 더!

 

 

 

벌깨덩굴

 

 

 

계곡을 건너기 전쯤 해서

긴개별꽃이지 싶은 녀석들의 군락을 만난다.

 

그런데 아쉽게도 꽃이 아직 피지 않았는데

비에 젖은 이 녀석의 모습의 모습에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애를 먹는다.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 이 어린풀은

민눈양지꽃으로 보면 될까...

 

 

 

다시 계곡을 하나 건너면서 천상의 화원을 향하는 골짜기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