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

모산재 2008. 1. 15. 00:41

 

승선교 밑으로 보이는 강선루

 

 

 

 

 

여러 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산사를 향하여 가는 호젓한 길은 참나무, 서어나무, 나도밤나무, 정금나무, 삼나무 등 온갖 나무들의 무성한 가지들이 울울이 하늘을 가리고 섰다. 여러 나무들이 우거져 덤불을 이룬 숲을 총림(叢林)이라 하는데, 지금 찾는 선암사가 바로 총림이다.

 

많은 수행승들이 한곳에 머물며 좌선하며 수행하는 모습이 나무들의 숲처럼 고요하니 그것이 바로 총림이다. 총림은 선승(禪僧)이 좌선을 수행하는 도량으로 엄밀히는 강원(講院)·선원(禪院)·율원(律院)의 3개 교육 기관을 모두 갖춘 큰 가람을 가리키는데 선림(仙林)이라고도 한다.

 

최대 종파인 조계종은 5개의 총림을 거느리고 있는데 영축총림(靈鷲叢林) 통도사, 가야총림(伽倻叢林) 해인사, 조계총림(曹溪叢林) 송광사, 덕숭총림(德崇叢林) 수덕사, 고불총림(古佛叢林) 백양사가 그것이다.

 

 

그런데 선암사는 태고종이 거느린 유일한 총림으로 태고총림(太古叢林)이라 부른다.

 

* <참고> 사찰에서 최고 어른을 이르는 말로 총림(叢林) 규모의 절에서는 방장(方丈), 총림 아래 단계의 절에서는 조실(祖室)이라 부른다.

 

 

 

 

 

 

고요한 나무숲에도 바람은 불던가... 

 

수도승들이 수행하는 선림도 사람사는 세상이라 지난해 이 돗에서 스님들의 충돌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주차장 주변에는 주지 당선을 축하하고 또 당선에 사의를 표하는 플래카드가 크게 내걸렸다.

 

산사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에 모두들 떨떠름한 표정들이다.

 

 

선암사는 신라 진흥왕 3년(542년) 아도가 비로암(毘盧庵)으로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그보다 300년도 더 지난 신라 말기 헌강왕 5년(875년)에 신선이 내린 바위라 하여 도선국사가 선암사로 창건하였다고도 한다. 고려 선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중건하였는데, 임진왜란 이후 폐사로 방치된 것을 1660년에 중창하였고, 영조 때 불이 나서 사라진 것을 순조 때 다시 중창하였다.

6·25전쟁으로 소실되어 지금은 20여 동의 당우(堂宇)만이 남아 있지만, 그전에는 65동이나 되는 대가람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 절은 선종·교종 양파의 대표적 가람으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송광사와 쌍벽을 이루었던 수련도량이다. 


 

 

 

● 선암사 부도밭

 

 

 

 

 

 

●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

 

부도밭을 지나 산모퉁이를 살짝 돌아서자마자 조계산의 맑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난다. 승선교이다.

 

 

 

 

 

지금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산비탈을 깎아서 도로가 나 있지만, 예전에는 이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경내에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다리의 이름처럼 신선의 세계로 오르는 듯한 느낌에 젖을 정도로 골짜기의 물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이곳은 영화 '동승(童僧)'과 '취화선'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동승'은 절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안동 봉정사 영산암에서 찍었지만, 절 주변의 모습들은 이곳에서 담았다. 한국의 자연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담아 낸 '취화선'도  선암사와 승선교 주변에서 노니는 동자승과 길 떠나는 정심의 모습 등을 담기도 하였다.

 

 

 

 

 

 

승선교는 계곡의 자연 암반 위에 길게 다듬은 돌을 연결하여 무지개 모양의 홍예(虹霓)를 쌓았는데, 정교한 짜임새도 아름답거니와 주변의 냇돌을 그대로 이용한 자연스러움이 더욱 매력적이다. 뭐니뭐니 해도 승선교의 가장 큰 매력은 아치가 만드는 공간을 통하여 보이는 강선루의 모습이다.

 

그리고 강선루와 아치가 수면에 비치어 대칭을 이루는 또 하나의 세계는 비할 수 없이 아름답다. 아치형의 다리가 물에 비친 모습과 하나되어 원을 이루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심우도(십우도)에서 '소도 잊고 나를 잊은' 다음 최고의 깨달음의 단계인 '반본환원(返本還源)'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신선의 세계로 오르는 것이겠거니...!

 

 



 

 

무지개 모양의 양식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벌교 홍교(보물 제304호)와 비슷한데, 건축 수법이나 웅장한 모습이 영조 때에 만들어진 벌교홍교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다리에는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선암사를 중건할 때 이 다리를 놓은 것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조선 숙종 24년(1698)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의 모습을 보기 바라며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그 기도가 헛되자 낙심하여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하는데, 이 때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대사는 자기를 구해주고 사라진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입구에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세웠다고 한다.

 

다리 한복판에는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밑으로 삐죽 나와 있어 장식적 효과를 주고 있는데, 예로부터 이것을 뽑아내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전해오고 있다.

 

 

 

 

 

 

● 강선루(降仙樓)

 

승선교를 지나자마자 작은 계류 흘러내리는 곳에 작은 다리 강선교(降仙橋)가 있고 그 위에 2층 누각을 세웠다.

 

승선교는 신선의 세계로 오른 곳인데, 강선루는 신선이 내려오는 곳이다. 승선교에 들면 신선의 세계에 든 것이니 신선이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

 

강선루 뒤쪽으로 삼나무 숲이 보이고 작은 연못 삼인당을 지나며 절의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돌아본 강선루. 오른쪽으로 승선교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