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가을 비 내리는 하조대와 무인등대

모산재 2007. 9. 30. 22:10

 

하조대와 무인등대, 가을비는 내리고...

2007. 09. 22

 

 

 

 

금요일 오후 퇴근과 동시에 동해로 떠난다. 도사 님이 미리 와서 차를 대령해 놓고 있으니 참 편안하다. 동해안을 따라서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일단 첫날의 목적지를 하조대로 정한다.

 

추석 연휴로 이어지는 날이라 고속도로도 밀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도로는 시원스럽다. 9월도 하순으로 가을이 깊었는데 쑥부쟁이나 구절초 만발한 들꽃은 가을빛이지만 산빛은 여전히 검푸른 여름빛이다.

 

천고마비의 가을은 어디로 가고 주중 내내 추적추적 비가 내려 장마철만 같다. 오늘 다행으로 비는 그쳤다 했더니 대관령 터널을 지날 무렵부터는 날씨가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있지 않느냐.

 

 

 

고속도로 끝나는 곳에서부터 지경해수욕장 접어드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소나무 숲이 펼쳐진 곳에서 어쩐지 해란초가 피어 있을 것만 같아서 차를 세운다.

 

물빠짐이 괜찮아 보이는 곳을 얼마간 찾아 헤매다 과연 해사한 얼굴로 피어 있는 해란초 군락을 만난다.

 

 

 

 

 

 

그리고 둥근바위솔도 만났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앳된 모습이다.

 

 

 

 

 

 

이미 6시에 가까운 시각인데다 날씨까지 흐려 사진이 선명히 담기지 않는다.

 

 

 

곧 자리를 떠 해안도로를 따라 오르니 금방 남애항이 나타난다. 이미 어둠이 밀려와서 항구 마을에는 불빛이 점점이 켜져 있다.

 

 

숙소를 정하기 위해 항구와 해수욕장 사이를 잠시 배회하다 바다가 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워 보이는 민박집이자 횟집인 OO횟집으로 들어간다. 둘이 먹어야 할 메뉴로 가장 값싼 것이 6만원짜리, 우럭회를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시켜 먹었지만 맛조차 신선하지도 않네...

 

마침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한가위를 앞두고 동해안 콘도와 호텔 예약이 거의 끝났다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우리가 본 동해안은 한적하기 짝이 없을 지경인데, 고를 여지 없이 비싼 이런 먹거리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잠은 별 수 없이 횟집 2층에 있는 방에서 민박을 하기로 한다. 텔레비전을 보다 그냥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도 열어 놓은 창으로 파도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곳 남애는 강릉 심곡, 삼척 초곡과 함께 강원도 3대 미항으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인데 '고래사냥'이라는 영화를 촬영했다고 하는 아름다운 어촌이다.

 

 

술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지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터뜨릴 수 없는 절망과 외로움에 갇혔던 7080 시대의 젊은 영혼들은 무작정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 떠나고 싶어했었던가...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추적추적내리고 있다. 제발 비만 오지 말았으면 했는데...

 

식사는 뒤로 미루고 일단 하조대로 향한다. 38선을 넘어서면 금방 나타나는 하조대, 산불로 그 아름다운 풍광을 잃어버린 낙산사는 시오 리만 더 가면 된다.

 

하조대 입구에는 넓고 편안한 하조대 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1976년 처음 개장했다는 해수욕장인데 번잡한 위락시설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아늑하다. 넓고 완만하며 부드러운 백사장, 하조대로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해안선과 바위섬들,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산책로가 낙산사에서 낙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못지 않게 아름다운 풍광으로 보인다.

 

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 정광천이라는 맑은 개천을 건너 남쪽 해안선을 따라 난 길을 따라가면 하조대와 하조대 무인등대가 나타난다.

 

 

 

하조대 무인등대

 

하조대를 건너다 보고 있는 곳에 등대가 있는데, 바다낚시터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아침부터 대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청춘 남녀들이 시끌벅적 다녀간다.

 

 

 

 

 

등대에서 남쪽으로 건너다 본 하조대

 

하조대는 소나무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고 그 앞 암석 꼭대기의 유명한 백년송이 살짝 드러나 보인다. 하조대 일대는 암석해안으로 온갖 기암괴석과 바위섬들로 이루어져 주위의 울창한 송림과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등대 북쪽의 해안 절벽

 

 

 

 

 

 

 

하조대와 등대 사이의 해안 절벽

 

 

 

 

 

 

하조대(河趙臺)

 

 

조선 초 정종 때 하조대라는 정자를 세웠으나 현재는 바위에 새긴 하조대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는데, 근래에 지금의 육각정이 건립되었다.

 

 

 

 

 

 

조선 건국에 공을 세운 하륜과 조준이 고려말에 이곳에 은둔하며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는 혁명을 꾀했는데 뒷날 그들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전해지는데, 하씨 집안 총각과 조씨 집안 두 처녀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전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설이 있다고 한다.

 

 

 

 

 

하조대 백년송

 

 

바닷가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에 노송이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일품인데, 해돋이 장면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대는 날씨에 쪽빛보다도 더 푸르러야 할 바다빛이 잿빛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하조대에서 건너다 본 무인등대

 

 

 

 

 

등대 밑에서 따듯이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도 보인다.

 

 

 

 

 

은밀히 사랑을 나누고 싶은 청춘들에게 이곳은 최고의 장소...

 

 

 

 

 

 

섭해장국의 얼큰하고 개운한 맛

 

하조대를 돌아나오며 광정천(光丁川)이 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 곳에 자리잡은 어느 식당에 아침을 먹기로 한다. '섭해장국'을 전문으로 한다는 광고에 끌려...

 

섭해장국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앞을 흐르는 광정천에는 해오라기 몇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 오르는 물고기 사냥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 섭해장국인데, 섭은 홍합을 가리키는 것으로 수제비와 함께 맛깔스런 크기로 고르게 다듬어 넣은 홍합의 맛이 잘 어울려 해장국으로는 정말 그만이다. (먹던 중 생각이 나서 찍어 좀 그렇다)

 

 

 

 

 

해장국 값이 8천원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담치가 아닌 토종 홍합을 풍성하게 넣어 준 것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것은 아니다.

 

 

 

 

 

섭해장국으로 비내리는 궂은 날씨의 우울을 풀고 이제 풀꽃 탐사를 위해 또다른 목적지를 찾아 빗속을 나선다.

 

 

 

 

※ 남애-하조대 안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