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토란꽃, 양하꽃을 만나고 / 솔체꽃, 백양꽃, 호장근, 감절대, 수염가래, 땅콩, 접란

모산재 2007. 9. 27. 01:26

 

아차산의 가을 풀꽃나무들

2007. 09. 15  토요일

 

 

 

가을이 깊어가는데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계속된다.

 

두 달만에 아이들과 함께 계발활동하는 날인데, 이렇게 날씨가 궂으니 기분 또한 우중충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공원으로 들어설 때쯤 빗방울이 점차 가늘어지더니  공원을 반바퀴쯤 돌아나올 때에는 하늘이 제법 환해지는 게 아닌가...

 

 

아이들과 함께 공원 입구로 들어서니 풀밭 여기저기에 쥐꼬리망초들이 점점이 만발하였다. 비를 맞고 함초롬이 피어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이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오늘 수업을 시작한다.

 

 

 

꽃이 달리는 이삭줄기가 쥐꼬리를 닮았는지... 쥐꼬리망초

 

 

 

 

 

감절대와 호장근이 나란히 꽃을 피우고 있어서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한다. 야생화를 제법 안다는 분들도 감절대를 아는 분들이 별로 없을 것을 아이들이 제대로 기억하랴만 제멋에 겨워 일장 연설한다.

 

 

호장근(붉은호장근)은 잎 모양이 삼각형에 가깝다. 잎밑이 자른 듯한 모습이고 잎끝은 뾰족하다.

 

 

 

감절대는 잎 모양이 전체적으로 둥근데, 잎밑이 둥글게 되어 있는 것이 호장근과 비교된다.

 

 

 

호장근이나 감절대나 둘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같은 호장근 속이니 비슷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도감에도 감절대에 대해서 따로 제시하여 설명해 놓지 않을 지경이고, 

호장근에 대한 설명을 해 놓은 곳에 감절대 사진을 올려 놓았을 정도이니...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아주머니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한동안 우리와 함께 움직인다. 꽃이 비에 흠뻑 젖어 사진은 나중에 담기로 한다.

 

 

 

칼잎용담(과남풀)이 한 주만에 조금 생기를 띤 것 같아 다시 담아 보았다.

 

 

 

 

가막살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이다. 그런데 날씨는 왜 꼭 장마철 같은 건지, 원...

 

 

 

 

좀작살나무 열매도 보석처럼 얼마나 예쁘게 익어가는데...

 

 

 

 

솔체꽃이 이 곳에 있는지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함께 움직이던 아주머니가 알려주어서야 그 존재를 확인하고서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성한 잎새를 단 다른 나무의 가지 밑에 숨어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았으니...

 

 

 

 

백양꽃은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여기저기 꽃무릇(석산)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돌외가 덩굴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지나가며, 이게 '돌외'라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있는 참인데, 꼬맹이를 데리고 지나가던 어느 '엄마'는 아이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이게 산딸기라는 거야, 알겠니?" 한다.

 

아이 보는 앞에서 시정해 주는 게 좀 뭣해서 삥긋 웃고 지나치고 만다.

 

 

 

 

 

늘 보던 긴산꼬리풀이라 무심히 지나치려다, 오늘 따라 하얀 꽃밥이 유난히 눈에 밟혀 카메라를 들이댄다.

 

 

 

 

흔하디흔한 달개비(닭의장풀)꽃, 꽃잎도 아름답지만 저 놈의 암술은 몇 번이고 보아도 자꾸만 마음을 끌어당긴다.

 

 

 

 

닭벼슬 같은 꽃이 징그러운 느낌도 들지만 맨드라미의 저 넓적한 꽃대와 잎이 주는 색감은 정말 괜찮다.

 

 

 

 

 

'소금을 뿌린듯이' 무리지어 하얗게 핀 메밀꽃만 연상하는 사람들,

이렇게 한 그루의 꽃만 만나면 무슨 꽃인지 몰라 헤매더란 말이지...

 

 

 

 

들깨풀인가, 산들깨풀인가...

 

포의 길이가 꽃받침보다 길다면 산들깨풀인데,

포의 길이가 제법 길지만 그냥 들깨풀로 보는 게 맞겠다. 

 

 

 

 

 

 

작년에는 꽃이 제법 흐드러졌던 좀싸리꽃이 올해는 왠지 가난하게 피었고 그마저 비에 젖어 영 초라하다.

 

 

 

 

좀개미취

 

 

 

 

어느 새 날씨는 환히 개어 꽃범의꼬리가 활짝 핀 꽃밭에는 온갖 나비들과 박각시나방이 다 모여 들어 분주하다.  집에 빨리 가고 싶어하는 눈치인 아이들을 돌려 보내고 이 녀석들 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들 사진은 다음 글로 넘긴다.)

 

 

 

두메부추도 한창 피어나고 있지만, 비에 젖어서 좀 초라한 느낌...

 

 

 

 

수염가래꽃도 제철...

 

 

 

 

수염가래꽃 한쪽 옆에는 파가 아닌 파대가리들이 고개를 쳐들고 섰고...

 

 

 

 

이질풀은 언제 봐도 청초한 모습이다.

 

 

 

  

땅바닥에 눈길을 주고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보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석류풀 꽃,

꽃이 워낙 작아 초점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잡초 중의 잡초라고 할 수 있는 한련초도 어느 새 야생화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니, 더 이상 잡초는 없다!

 

 

 

 

비름에도 이렇게 어엿한 꽃이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 초접사를 해 보았다.

 

 

 

 

습지에서 자라는 사마귀풀은 이런 꽃을 피운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토란꽃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얼마나 가슴 설레었는지...

 

열대 원산의 토란은 원산지에서는 꽃을 피운다는데, 우리 나라에 농작물로 들어와서는 좀처럼 꽃을 피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알뿌리가 땅속으로 벋으며 개체 번식을 한다고 하는데 운 좋게도 토란 밭을 샅샅이 뒤져보던 내 눈에 꽃을 피운 모습으로 들어온 것이다.

 

과연 천남성 식구답게 불염포에 싸인 모습으로 노란 꽃이 피었다. 다른 천남성 식구들과는 달리 꽃대가 2~4개 정도로 많이 올라 온 것이 눈에 띈다.

 

 

 

 

 

 

땅콩 밭에선 땅콩 꽃이 한창 피고 있다.

 

 

 

 

 

이제부터는 민가가 있는 거리로 들어서면서 만난 꽃들이다.

 

애기나팔꽃(좀나팔꽃)은 어릴 때 종종 보았던 고구마꽃과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

(그런데, 지금은 고구마꽃을 만나보기가 어렵네.)

 

 

 

 

홍초(칸나)가 이런 모습으로 열매를 맺는 줄을 몰랐다.

 

 

 

 

 

둥근잎유홍초라고 생각되는 녀석의 잎이 저렇게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도 다시 발견한다.

 

 

 

 

체리세이지는 꽃이 철이 따로 없는 것인지, 계절마다 계속 꽃을 보인다.

 

 

 

 

접란의 꽃

 

 

 

 

포인세티아 암술과 수술은 언제 보아도 재미있게 생겼다. 

 

아 이걸 자꾸 세인포티아라고 적었다가 고치길 자주한다. 에베레스트를 에레베스트라고 한다더니만...

 

 

 

 

운남 시상반나에서 야생화로 보던 미모사(신경초)를 화분에서 핀 것을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다.

 

 

 

 

 

여기서부터는 동네로 돌아와서 아파트 화단과 그 주변에서 본 녀석들이다.

 

 

질경이꽃

 

 

 

 

꽃무릇(석산)

 

 

 

 

수까치깨

 

 

 

 

올해는 꼭 놓치지 않으리라 하고,

비에 젖은 화단을 혹시나 하고 헤쳐 들어가 땅바닥을 한참 살펴보고서야 무릎을 쳤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양하꽃,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렇게 오늘 하루의 풀꽃나무 답사는 귀하디 귀한 토란과 양하 꽃을 다 보았으니

만족, 또 만족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