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물고기 전설 서린 금정산 범어사
2007. 08. 16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정오 무렵 범어사에 도착하였다가 먼저 청련암을 돌아본다.
청련암은 범어사를 지나 5분 정도 오르면 나타나는 범어사의 부속암자이다.
제일 먼저 내 눈길을 붙드는 것은 청련암 오르는 샛길이 시작되는 곳에 서 있는 5층석탑.
탑의 전면 각층의 몸돌마다 근엄한 불상이 부조되어 있는데탑을 떠받치고 있는 기단의 저 음각상은 불상과는 대조적으로 서툰 솜씨에 너무나 희극적이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일까...
경내로 올라서서 이글거리는 땡볕 아래 나타나는 장면은 고요한 암자를 기대했던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저 계단 위 금빛 찬란한 불상을 둘러싸고 진을 치고 있는 여러 조상들... 어떤 암자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말인가.
알고 보니 저 금빛 찬란한 불상은 지장보살로 이곳을 지장원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계단 양쪽에 해태 석상 두마리가 지키고 섰고
지옥중생의 구제를 서원하는 지장보살 주위에는 호위하는 수많은 석상들을 사방으로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청련암은 3.1운동 당시 부산 지역의 본거지이기도 했는데, '금강영관'이라는 불교 무술을 수련하는 총본산이라고 한다.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하나로 보고 정적인 명상 기공과 동적인 요가 체조법 등의 무술을 조화롭게 수련하여 심신의 건강을 이루고 나아가 실천적인 깨달음에 이르는 비전 수행법을 익히는 곳.
지장원의 요란함 때문인지 정작 청련암 건물은 눈길을 벗어나 있는 듯 고요하다.
청련암을 대강 살펴보고 범어사 본 절로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향한다.
금어선원 쪽 출입문 곁에 아왜나무 열매가 탐스러워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담아 본다.
그리고 바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길을 향해 걷는데 전화벨 소리...
금정산을 오를 동료들이 도착했다고 절 앞 주차장으로 나오란다.
여기서 범어사를 돌아보는 일을 멈추었다가... 금정산 등산을 마치고 해질 무렵 절 뒤쪽으로 내려오게 되어서 대웅전이 있는 상단에서 거꾸로 일주문으로 내려가면서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나, 구성의 편의상 일주문에서부터 오르는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범어사'라는 절 이름의 유래를 '동국여지승람'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금정산은 동래현의 북쪽 20리에 있다. 금정산 산마루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그 둘레는 10여 척이며 깊이는 7촌쯤 된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어서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그 빛은 황금색이다.
세상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한 마리의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샘(金井)'이라는 산 이름과 '하늘 나라의 고기(梵魚)'라고 하는 절 이름을 지었다.
범어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인 신라 문무왕 18년(678년)에 의상(義湘)대사가 해동의 화엄 십찰 중의 하나로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문무대왕과 의상대사가 고당봉 금샘에서 7일 밤낮을 기도하여 왜적을 물리친 창건 설화에서 알 수 있듯이 유서깊은 호국사찰이기도 하다.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선찰대본산 금정산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사찰로서 영남 불교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절의 경내를 들어서면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왼편 골짜기 쪽으로 천연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된 등나무 군생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부도밭과 함께 당간지주가 눈길을 끈다.
일주문을 향해 벋은 길이 시원스럽다.
그 뒤로 이어지는 불이문, 천왕문의 3문은 일직선 상에 있고, 보제루에 이르러서 오른쪽으로 에둘러서 대웅전으로 오르게 된다.
일주문
일주문은 일직선의 기둥 위에 맞배 지붕을 한 독특한 양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기둥양식은 일심(一心)을 상징한다. 즉 절을 찾는 사람은 청정한 도량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일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조 5년(1781)에 중건한 것이라고 한다.
범어사 일주문은 석주로서 지붕을 받치게 하는 독특한 구조로 유명하다. 특이한 형상의 기둥은 지반에서 1.45미터 정도 높이까지 배흘림을 가진 원통형 석주를 세우고 그 위에 두리기둥을 연속하여 세워서 만들었다. 그 뒤에 겹처마의 맞배지붕을 얹고 측면에는 풍판을 달았다.
천왕문과 사천왕
사천왕은 지상의 가장 가까운 하늘에 있으면서 동서남북 사방을 담당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선을 장려하고 악을 막는 기능을 가진 불법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천왕문은 성역에 이르기 위해서 속진(俗塵)을 걸러 내는 체가름 장치에 해당된다.
천왕문 기둥에는 동산 스님의 친필 주련이 걸려 있다.
帝釋天王慧鑑明(제석천왕혜감명) 제석천왕의 지혜는 밝게 빛나니
四洲人事一念知(사주인사일념지) 세상사를 한 생각에 알도다.
哀愍衆生如赤子(애민중생여적자) 중생을 갓난아기처럼 가엾게 여기니
是故我今恭敬禮(시고아금공경례) 나 이제 공손히 예를 올리노라.
지국천왕(동)과 증장천왕(남)
광목천왕(서)과 다문천왕(북)
맡은 방위 | 이름 | 들고 있는 물건 | 피부색 | 얼굴 특징 | 서 원 |
동 | 지국천왕 | 비파 | 청 | 다문 입 | 착한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리라 |
남 | 증장천왕 | 칼 | 적 | 성난 눈 | 만물을 소생시키리라 |
서 | 광목천왕 | 용, 여의주 | 백 | 벌린 입 | 악한자에게 고통을 주어 불법에 마음을 일으키게 하리라 |
북 | 다문천왕 | 탑 | 흑 | 치아를 보임 | 어리석음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중생을 인도하리라 |
불이문(해탈문)
사찰로 들어가는 산문 중 마지막 문으로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불이(不二)는 분별을 떠난,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절대의 경지를 뜻한다. 현상면에 나타난 것은 삼라만상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 하나가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인 본질면에서 보면 그 모든 것이 둘이 아니다. 즉 불이문은 부처와 중생, 나와 남, 선과 악, 공(空)과 색(色), 반야와 번뇌가 둘이 아니며, 나아가서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문으로, 누구든지 이 문에 들어오면 이 진리를 깨닫고 잃었던 본바탕을 되찾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칸의 좌우 기둥에는 동산(東山) 선사가 쓴 주련이 걸려 있다. 도란 것이 세상의 지식이나 알음알이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는 이 문 안에서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神光不昧萬古輝猷(신광불매만고휘유) 신령스런 빛이 어둡지 않아 만고에 길이 빛나니
入此門來莫存知解(입차문래막존지해) 이 문을 들어서면서부터는 알음알이를 두지 않는도다.
불이문을 지나면 바로 보제루가 높다랗게 나타난다. 정면으로 사진을 담으려니 거리를 얻기도 어렵다. 게다가 해질무렵 역광이어서 그림이 잘 잡히지 않을 것 같아 아쉽지만 생략하고 만다.
보제루는 불이문서 30여 단의 높은 석계를 올라 도달하는 중단 구역의 첫째 건물이다. '널리 중생을 제도한다'는 '보제(普濟)'의 뜻에 부합되게 이 건물에서는 예불과 법요식이 거행된다.
다른 사찰에서는 보제루 밑을 통과하여 대웅전으로 향하도록 되어 있지만 범어사의 보제루는 정면에 석계단을 배치하여 건물 옆으로 통과하도록 하여 다른 사찰과는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보제루의 오른쪽 벽면에는 목우도(牧牛圖)가 그려져 있다. 목우도는 송의 보명(普明)이 창안한 선화(禪畵)인데, 소를 길들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소는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청정한 성품'을 상징한다. 즉 검은 소에서 흰 소로 나아가서 마지막 열 번째는 비어있는 원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오염된 성품을 닦아 청정한 성품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대웅전(보물 제 434호)
높다란 계단 위에 세워져 위엄을 더한다. 지금의 건물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광해군 6년(1614)에 처음 건립된 것으로 묘전 화상이 중창했던 것이다. 모셔진 부처님은 중앙에는 석가모니, 왼쪽은 미륵보살, 오른쪽은 제화갈라보살이다.
범어사 삼층석탑(보물 제250호)
이 탑은 특이하게도 위·아래층 기단의 옆면을 기둥 모양으로 장식하지 않고 대신 안상(眼象)을 큼직하게 조각하였다. 탑신부는 1층 몸돌에 비해 2층 이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평평하고 얇은 지붕돌은 처마가 수평을 이루며, 밑면의 받침이 4단으로 되어 있어 통일신라 후기의 양식을 보여준다.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을 받치던 네모난 받침돌 위에 보주(寶珠:연꽃봉오리 모양의 장식)만 남아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어졌다.
지장전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모시는 법당으로 명부전(冥府殿) 또는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한다. 지장보살은 지옥중생을 다 구제할 것을 서원한 보살로서 우리 민간신앙 속에서도 뿌리 깊이 작용하고 있다.
지장전은 저승 세계를 상징하는 법당으로서 주존(主尊)은 지옥 중생의 구제를 서원한 지장보살을 모셨다. 관음의 신앙으로써 현세의 복락을 추구하고 지장의 신앙으로써 저승의 길을 밝힌다는 불교 원리에 따라 관음전과 함께 대웅전을 좌우에서 협시하도록 세워진 것이다.
가운데 모셔진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 그리고 시왕들(진광대왕, 초강대왕, 송제대왕,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 평등대왕, 도시대왕, 오도전륜대왕)이 있으며 문 입구에는 금강역사가 있다.
나한전 앞에서 요사채로 이어지는 길
한 지붕 아래에 있는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 모습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
이 건물은 왼쪽으로부터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을 한 채에 연이어 수용한 점이 특이하다. 또한 중앙 네 번째 칸의 독성전 문얼굴을 다른 부분과 달리 상인방을 반원형 재목으로 아치 틀기한 건축 수법도 눈길을 끈다.
팔상전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여덟 개의 불화로 조성해 놓은 곳으로 중앙에 삼존소상과 석가모니 후불탱화가 배치되어 있고, 그 왼쪽에는 1978년에 조성된 팔상탱화 중 홀수번호상이, 오른쪽에는 짝수번호상이 배치되어 있다. 팔상탱화는 ①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 ②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③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④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⑤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⑥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⑦ 녹원전법상(鹿園轉法相), ⑧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으로 되어 있다.
* 팔상도 => (통도사) http://blog.daum.net/kheenn/6961295 (용주사) http://blog.daum.net/kheenn/6960914
독성전은 나반 존자(那畔尊者, 빈두로파라수)를 모신 법당이다. 나반존자는 남인도의 천태산에서 홀로 수행한 성자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고 있고, 자신과 남을 이롭게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말법시대의 중세에게 복을 주고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고 한다.
나한전은 석가 삼존과 16 나한을 모셔놓은 전각으로 응진전(應眞殿)이라고도 한다. 나한전의 후불탱화는 1905년에 조성된 불화로서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과 좌우에 연꽃가지를 들고 있는 제화갈라보살과 여의를 든 미륵보살이 있고 사천왕과 10대 제자를 그려 놓았으며 상하좌우 사천왕 중 왼쪽의 사천왕은 허리를 구부린 측면관으로 이채롭다.
산령각
※ 범어사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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