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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

<울릉도 여행 5> 나리분지와 풀꽃나무들 (1)

by 모산재 2007. 8. 13.

<울릉도 여행 5> 나리분지와 풀꽃나무들 (1) / 2007. 07. 24

 

 


평지와 다름없는 나리분지에 들어서도 숲길은 계속되는데

이미 점심때는 지난 지 오래되어 배가 살살 고파진다.

빗길을 넘으며 사진까지 찍으며 오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대강 동서 1.5km 남북 2km, 605,000평 넓이의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울릉도 유일한 평지 들판이다.

 

화산 폭발로 생긴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만들어진 화구원으로

그 안에 다시 분출하여 솟은 알봉(611m)과 알봉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화구원 분지는 둘로 나누어졌다.

 

조선의 공도정책으로 수백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이곳에

120여 년 전 고종의 개척령(1882년)에 따라 개척민들이 들어왔는데

이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먹고 연명하였다 하여 나리골이라 불렀단다.

 

개척 당시 거주민 93호에 500여 명이 거주한 울릉도 제1의 집단부락이었다고 한다.

 

 

계곡의 버섯

 

 

 

예상하지도 못한 연령초를 만난다.

세 갈래의 녹색 꽃받침 위에 싸락밤알 크기만한 열매가 잘 익었다.

 

 

 

선갈퀴 전초 모습을 담아 보았다.

키는 한 뼘 정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땅에 붙어 있는 울릉도 특산의 둥근난티나무.

 

 

 

이것은 무슨 나무일까.

황벽나무라하기엔 수피가 코르크질은 아닌 듯하고,

옻나무로 보자니 뭔가 석연치 않고...

 

그런데 확인해 보니 황벽나무가 맞는 거였다.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작은잎이 5쌍 이내인 섬황벽(섬황경피)나무!

 

 

 

 

울릉도 특산의 두메오리나무

 

 


 

드디어 '신령수'라는 약수터에 도착하였다.

 

성인봉의 신령한 기운을 담은 시원스런 약수를 한 바가지 들이키니

피로가 씻은 듯이 가시는 것 같다.

 

 

 

 

약수터 주변에는 노랑물봉선 꽃들이 피었고,

 

 

 

한켠엔 잘 자란 두메고들빼기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내려오는 길가에는 애기도둑놈의갈고리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그리고 풀섶에 숨은 듯이 조용히 피어 있는 쇠털이슬 꽃

 

 

 

 

이것이 울릉도 자생의 섬딸기,

다섯 갈래로 갈라진 잎이 특징이다.

 

 

 

 


한참을 내려가니 투막집이라는 것이 나타난다.

 

이곳 개척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집으로 육지의 귀틀집과 비슷한데,

울릉도 특유의 가옥 양식인 '우데기'가 사용된 것이 눈에 띈다.

 

처마 아래로 벽 바깥에 따로 억새로 엮은 것을 둘렀는데

눈이 많은 울릉도에서 눈이 들이치는 것을 막고

활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투막집은 섬에서 많이 나는 솔송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우물정자 모양으로 쌓이 올려 흙으로 틈을 메워 만든 집인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그야말로 웰빙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벽까지 새로둘러싼 것이 특이해 보인다. 


나리분지에는 너와집 하나와 투막집 넷을 도지정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투막집에서 가까운 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백리향 군락지가

철망으로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었다.

 

 

 

 

울릉국화는 아직 꽃을 피기에는 멀어

사진을 담지 못해 아쉬웠다.

 


철망 바깥 숲쪽으로 개곽향 식구로 보이는 녀석들이 꽃을 피우고 있어서

철망 틈으로 렌즈를 대고 겨우 담을 수 있었다.

 

 

 

이것은 무슨 나무일까...

 

 

 

애기도둑놈의갈고리(긴도둑놈의갈고리) 전초 모습을 담아 보았다.

 

 

 

그리고 낯선 모습의 양치식물,

확인해 보니 개면마랍니다~.^^

 

 

 

개었던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며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숲 속에 숨어 다소곳이 핀 섬초롱꽃을 당겨서 담아 보았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군부대가 나타나고

반가운 산장 음식점에 도착하여

드디어 기나긴 산행길은 끝났다.

 


먼저 점심부터 시켜 먹는다.

산채비빔밥에 약초맛이 나는 막걸리를 시켜서 곁들인다.

 

식단표를 보니 사진까지 올려 놓았는데

눈개승마 어린풀은 삼나물,

섬쑥부쟁이는 부지깽이나물이라고 해 놓았다.

 

 

이 산장의 바깥 주인은 성적인 표현을 좋아하는지

장승에도, 음수대에도 성기 조각을 이용해 놓았다. 

 

 

 

장승에는 거대한 남성 성기 둘을 조각하였고,

위쪽에는 여성 성기 하나를 조각하고는 두껑을 만들어 살짝 가려 놓았다.

 

 

 

아주머니가 깔깔 웃으며 "존물 맛이 좋아요."라고 해서 머쓱 당황하는데,

"아, 좋은 물도 몰라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두 장승 사이의 여성 성기도 아주머니가 웃으며

뚜껑을 젖혀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 존재도 몰랐을 것이다.

 

 


관광버스가 도착하고 한 무리의 노인분들이 들이닥쳐 

우리는 자리를 일어선다.

 


남은 시간 나리분지와 알봉을 탐사하려 했는데

비가 계속 내려 여의치 않을 것 같아서

천부로 나가 북동 해안을 돌아보기로 한다.

 

4시 50분발 석포행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마을 주변을 돌아본다.

 


동백나무 열매

 

 

 

자줏빛 강낭콩 꽃이 유난히 붉어 보인다.

 

 

 

마당에 놓아 키우는 닭들...

닭의 색깔이 아름다운데, 닭벼슬이 씩씩한 수탉들이 유난히 많네...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고 나리분지를 잠시 떠난다.

 

오늘 남은 시간은 천부에서 섬목 선착장까지의 해안 절경을 돌아보고,

내일 오전에 다시 나리분지로 들어와서 일봉과 그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