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6> 삼선암 바라보며 섬목에서 천부까지 / 2007. 07. 24
4시 50분에 나리분지를 떠나 섬목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말이 버스이지 봉고차 수준이다. 이름은 '우산버스')
그 사이에 내리던 비는 말끔히 개고 햇살조차 밝게 비친다.
할머니 한 분과 아저씨 한 분, 십대를 벗어 났을까 싶은 아가씨,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모두이다.
천부에서 할머니만 남고 두 사람은 내린다.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 섬목 방향으로 달린다.
해안을 따라 그림처럼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들을 가리키며
기사는 신이 난 듯이 하나씩 하나씩 설명을 해 주며
사진 찍을 장소까지 일일이 일러 준다.
중간에 할머니마저 내리고 섬목 못 미쳐서
석포 마을로 오르는 산길을 탄다.
툭 트인 바다가 펼쳐지면서 동쪽으로 관음도가 보인다.
죽도보다는 작은 섬인데, 바로 섬목과 이어지는 방향에 있다.
그리고 멀리 서쪽 추산리쪽으로는 송곳바위가 솟아 있고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수평선이 밝은 빛을 반사하고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왼쪽 가까운 바다에 코끼리바위(공암)도 보인다.
석포마을 오르는 길에 있는 거대한 감탕나무
석포마을에서 다시 돌아나와서 섬목 도선장으로 향한다.
관음도 방향으로 벋어내린 바위 줄기에는 터널을 뚫려 있고
그 터널을 지나면 도선장이 나타난다.
버스애서 내리고, 차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기사는 뜸을 들이더니 만 2천원을 부른다.
바로 이곳이 낚시터이면서 도선장이다.
멀리 보이는 저 산을 넘으면 저동이 보일 것이다.
동북해안인 이곳은 울릉도에서 도로로 연결되지 않았다.
방파제엔 갈매기들이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 해 지기 전까지 여기서부터 천부항까지
아까 버스를 타고왔던 길을 걸어서 가면서
해안 풍경을 즐기고 풀꽃나무들을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참나리와 갈퀴나물
동남 방향엔 울릉도 최대의 부속섬인 죽도(댓섬)
관선터널을 다시 되돌아나오며 만나는 갯까치수영,
다행스럽게 아직도 피어 있는 꽃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은 바위채송화로 봐야 할까...
해안 절벽에 종종 보이는 술패랭이
까마득히 높은 절벽 틈에 살고 있는 풀꽃나무들을
당겨서 담아 보았다.
갈매기들
벌써 6시를 훌쩍 넘겨 해는 뉘엿뉘엿...
멀리 보이는 풍경들이 색깔과 섬세한 선을 지우고 실루엣으로만 남았다.
바다에 떠 있는 바위봉우리는 삼선암으로
맨 뒤쪽 위쪽이 깊게 패인 바위가 일선암
앞쪽으로 보이는 두개의 큰 바위가 각각 이선암과 삼선암이다.
삼선암으로 불려지는 이 바위들은 울릉도가 자랑하는 제1경이다.
이 바위에는 전설이 있는데,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였는데,
한번은 놀이에 열중하다가 돌아갈 시간을 놓치게 되었고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산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앞쪽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바위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으나
뒤쪽에 떨어져 있는 가새바위(일선암)에는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가새바위는 더 놀다 가자고 졸라대는 막내 선녀가 변한 것으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가장 많이 받아 풀도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땃두릅(독활)이 꽃을 활짝 피웠다.
아,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곳 울릉도 특산의 섬현삼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이선암과 삼선암
섬엉겅퀴라고도 부르는 물엉겅퀴
왕호장근의 꽃
뒤돌아 본 관선터널
이것은 무엇일까? 명아주일까...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
옛날 깍새가 많았던 곳이어서 깍새섬이라고 하는데, 개척 당시 경주에서 이 섬으로 왔던 월성 김씨라는 분이 고기를 잡다가 태풍을 만나 이 섬에 피해 올라와 추위와 굶주림에 떨다가 밤에 불을 피워 놓으니 깍새가 수없이 날아와서 잡아 구워먹었다고 한다.
섬의 높이 106m, 면적은 21,600평으로 동백나무, 억새풀, 부지깽이(섬쑥부쟁이), 쑥 등 각종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섬 아래쪽에 2개의 동굴이 있는데, 두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배 위에서 받아먹으면 장수한다는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관음쌍굴은 높이 약 14m로 해적들이 이곳에 배를 숨기고 있다가 지나가는 선박을 약탈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해적들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갯메꽃
해안절벽의 특이한 바위무늬
삼선암 가까운 곳에서 돌아본 풍경
오른쪽 만처럼 들어간 곳이 석포로 올라가는 길 입구인 선창낚시터.
윗사진의 왼쪽 끝에서 이어지는 관음도 풍경
큰 바위가 이선암, 작은 바위는 삼선암
멀리 뒤쪽으로 가새바위(일선암)
길가에 보이는 바위는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의 어미바위
이선암과 삼선암 바위 꼭대기에는 향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막내 선녀가 변하였다는 일선암은
꼭대기가 깊게 갈라져 마치 가위처럼 보인다고 해서 가새바위라고도 부른다.
바위 절벽 위에 핀 참나리꽃 풍경들
멀리 보이는 큰 바위섬을 딴바위라 부른다.
삼선암과는 따로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바위의 높이는 105m로 죽암마을 앞에 있다.
왼쪽 언덕 너머 송곳바위가 빼꼼이 모습을 내밀고 있다.
오죽. 장죽. 왕죽 등 대나무가 많은 동네여서 대바우라 불리는 죽암 마을은
바닷가 골짜기에 있는데 '죽암 막걸리'로 유명하다고 한다.
죽암 앞바다는 진초록 바다가 투명하게 펼쳐져 있고
해변에서는 산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려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해변이다.
천부로 돌아가는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딴바위,
멀리 가새바위(일선암)가 보이고
수평선에는 어선의 불빛 한 점이 떠 있다.
6시쯤 섬목에서 출발한 북동해안 답사 여행은
2시간이나 지난 8시 무렵에야 끝이 났다.
북면의 소재지인 천부에 도착할 무렵
지나가던 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어제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 아니냐고 묻는다.
알고 보니 후배가 머물렀던 추산리 펜션의 주인이다.
숙소를 잡은 곳이 특별히 없으면 추산리로 가자며
다른 손님을 모시고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란다.
그러마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차가 돌아왔는데
그곳에는 음식점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호의야 고마웠지만 취사 준비를 안해 온 터라
시간만 낭비하고 천부의 여관에 방을 잡는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에서
세 곳에서나 끝났다며 퇴짜를 맞은 끝에
겨우 한 식당에서 삼겹살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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