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3> 행남봉 넘어서 행남 해안 산책로 / 2007. 07. 23
5시를 넘을 무렵 도동항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바쁘게 한다.
아직 해는 많이 남았지만 후배 일행은
5시반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
따개비밥이라는 것을 먹었는데,
이것은 굴밥보다도 더 비싸 만이천 원이다.
일정을 거의 같이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들을 보내고 우리는 도동항 뒷산 행남봉을 오르기로 한다.
예비지식이 없는 나는 행남 산책로가 유명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울릉군청을 지나 오르는 비탈길에는
어디선가 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꽃이 피려고 하고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것이 바로 섬엉겅퀴였다.
가시가 없는 잎이 특징으로 잎도 풍성할 정도로 넓은데
부지깽이나물(섬쑥부쟁이)과 취나물(울릉미역취)만큼이나
소중한 채소로 재배하고 있었다.
비탈 밭에는 더덕이 가득했는데
이 한 그루에만 꽃이 환하게 피었다.
나비도 색다른 것이 많았지만 어찌나 바쁘게 날아다니는지...
다행히 요 녀석은 담는 데 성공.
이삭여뀌가 암술을 내밀고 있다.
고개를 넘어서는데 염소 우리가 나타나고 우리에는 새끼들만 가득하다.
우리를 반갑게 쳐다보길래 '매~'하고 울음소리를 흉내냈더니
졸래졸래 따라오기가지 한다.
혀를 낼름 내밀고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좀 귀여운가!
약모밀(어성초)이 울릉도에 자생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골짜기에 가득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고개에는 이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개야광나무와 섬댕강나무의 군락지라고 되어 있는데
산책로 주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골짜기에서 섬자리공으로 보이는 녀석을 만난다.
열매가 8개로 갈라져 있으니 미국자리공은 아니고
열매모양이 뾰족하니 그냥 자리공은 아닌 듯하다.
거의 져 가고 있는 꽃이 유난히 붉다.
그런데 전문 자료에는 꽃이 백색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골짜기 가득 연록색 두릅나무 꽃차례가 우산살처럼 퍼졌다.
꾸지나무 열매 모양을 처음으로 주의깊게 살펴 본다.
벼랑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참나리꽃
다시 바다가 바라보이는 행남봉 고개마루에서 행남 산책로를 내려다 본다.
(이 사진을 담을 당시에는 행남산책로라는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저 앞 방파제 사이가 도동항이다.
맨 저쪽 높은 봉우리가 망향봉,
바로 앞 이쪽의 봉우리가 행남봉이니
그 사이에 도동이 자리잡고 있다.
언덕에서 처음으로 본 울릉장구채,
꽃잎을 뒤로 젖히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고개를 넘어서자 멀리 북동쪽 방향으로
울릉도에서 가장 큰 부속섬 죽도(댓섬)가 나타난다.
저 곳에 유람선이 왕복하는데 농사를 짓는 주민 1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날이 어두워져서 행남등대는 생략하고
바로 해안 산책로로 들어선다.
북쪽 방향의 해안 절벽,
이 절벽 너머는 저동인데, 이 절벽 위에 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행남 산책로는 도동 부두 왼쪽 해안을 따라 행남마을로 개설된 산책로로
울릉도에 가면 꼭 산책해 볼 만한 아름다운 곳이다.
행남은 '살구(杏)남구(木)'의 뜻인데, 마을 어귀에 큰 살구나무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한다.
깎아지른 절벽 해안으로 난 산책로에는 군데군데 자연 동굴과 골짜기가 있고
이를 연결하는 다리들과 오르내리는 계단이 바다 풍경과 어울려 비경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도동의 뒤산을 넘어와서
해안 산책로를 걸어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간다.
어둠이 내린 해안 산책로에는 가로등불이 밝혀졌다.
아, 그리고 하늘에는 반달까지 떴다.
해안 절벽으로 이어지는 길,
어둠 속에서도 흐드러지게 핀 참나리 꽃들이 환하다.
불빛 속에 환상적인 산책로 풍경들
건너편 행남봉 절벽으로 보이는 동굴과 골짜기, 그리고 다리들
저기 방파제가 바로 도동항이다.
다시 도동으로 들어선 우리는
부두에서 오징어회를 시켜서 소줏잔을 기울인다.
그런데 바로 앞 광장에서 어제 강릉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두 아가씨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지 않느냐.
함께 합석하여 저녁 시간을 유쾌히 보낸다.
여행을 하면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절로 반가워지는 법이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 속에 오늘 하루 나리분지까지 버스 투어로 만족하고
내일은 독도를 다녀와서는 돌아갈 예정이란다.
3박 4일 일정을 보내는 우리는 얼마나 느긋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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