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4> 성인봉 넘어 나리분지 가는 길 / 2007. 07. 24
자고 일어난 아침은 흐리다.
두꺼비식당에서 해장국을 먹고 배낭을 지고 나선다.
빗방울이 후두둑 듣기 시작하건만
날씨와 상관없이 성인봉을 넘기로 하였다.
KBS 울릉도 중계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해서
얼마 되지도 않은 거리에 만원이나 내고 택시를 탄다.
중계소 앞에 이르니 비는 더욱 거세어지고
어쩔 수없이 우비를 입는다.
여정 : KBS 중계소 -> 사다리골 -> 팔각정 -> 성인봉 -> 신령수 -> 투막집 -> 나리분지
일어난 아침 숙소에서 바라본 성인봉 오르는 길
뾰족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관모봉인 듯하고,
바로 그아래로 보이는 하얀 탑이 송신탑인 듯하다.
저 송신탑 옆으로 올라 관모봉을 돌아가야 한다.
산 허리의 밭에는 섬엉겅퀴들이 자라고
등산로로 들어서자 길섶 언덕에는 선갈퀴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길게 3갈래로 갈라진 잎이 거북꼬리의 원형인 듯한 모습인데,
이런 모양은 이곳 울릉도에서 처음 본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사진을 찍기도 쉽지 않은데
안개가 잔뜩 낀 숲속이 어두워 촛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고추나물 꽃도 눈에 많이 띈다.
이것은 섬꼬리풀 꽃이 진 모습일까...
말로만 듣던 왕호장근 군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꽃을 보면 차즈기 종류나 들깨풀 종류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종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 확인하다 보니 애기탑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키가 한뼘 정도로 작고 잎모양이 둥글며 잎끝이 둔했으니까...
이것을 거북꼬리로 보는 것이 맞을까.
이렇게 끝이 세 갈래로 나뉘어진 모양의 잎만 거북꼬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바로 옆에 있는 잎이 갈라지지 않은 이것과는 다른 종인가 같은 종인가?
잎의 갈라짐 이외에는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둘다 거북꼬리로 봐야하지 않을지...
혹시 좀깨잎나무일까 비에 젖은 녀석들을 헤치고 살펴보았지만
지상부의 목질은 보이지 않고 밑둥치까지 줄기가 저 모습이다.
바위수국 꽃은 지고 헛꽃만 남았다.
헛꽃의 꽃잎이 클로버처럼 4개로 된 등수국과는 달리 하나로 된 모습이다.
작살나무 같기도 한데, 잎이 워낙 넓어서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새비나무로 보기에도 그렇고,
왕작살나무로 봐도 될까...
빗속에 자세히 살펴보기도 어려운데 원~.
그리고 큰두루미꽃의 환상적인 열매들을 처음으로 접한다.
마침내 팔각정에 이르고...
저 멀리 동쪽으로 저동항이 내려다 보인다.
봉래폭포는 바로 아래 골짜기에 있을 것이다.
비가 와서인지 등산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팔각정 부근에서 아직 채 지지 않은 바위수국 꽃을 발견한다.
울릉도의 숲속을 덮다시피 한 이것은 무슨 고사리일까?
확인 결과 일색고사리랍니다...
무슨 천남성이 이렇게 생겼을까 했는데
확인해 보니 섬남성이라고도 부르는 우산천남성이다.
잎에는 흰 무늬가 있는데, 잎이 달린 모양은 두루미천남성 같다.
바위수국이 등수국 마냥 나무를 타고 올라 꽃을 피웠다.
그렇게 보고 싶은 섬말나리가 보이지 않아서 애를 태웠는데
성인봉에 가까운 곳에 이르니 드디어 자태를 드러낸다.
성인봉에 오르니 짙은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비바람은 거세게 몰아쳐서 사진을 찍는 것조차 애를 먹어야 했다.
성인봉의 높이는 해발 984m,
이 작은 섬에서 바다로부터 오르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높이이다.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성인봉이라 부른다는데,
묘한 것은 울릉도의 어느 마을에서도 성인봉을 볼 수 없단다.
물론 나리분지에서도 그렇다.
연 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가려져 있다니
성인봉은 신비로움에 싸인 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토 어딘가에는 오른쪽 발자국이 있다고 한다.
성인봉은 나리분지를 활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제봉, 미륵산,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고
정상 부근은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의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 1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제는 나리 분지를 향해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분지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를 이루는데,
상당 부분의 구간을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놓았다.
큰두루미꽃 열매가 예뻐서 다시 한번 더 담는다.
비가 그치며 숲속이 좀 밝아지는 느낌이다.
말로만 듣던 헐떡이풀도 둥산로 주변에 지천이었다.
섬노루귀 열매는 또 어찌나 이쁜지...
울릉도 특산의 섬피나무
섬피나무 고목
난티나무
개다래
애기도둑놈의갈고리
드디어 왕호장근의 꽃도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궁금하였던 뱀무 꽃을 발견하고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큰뱀무와는 달리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것이다.
산의 급경사면에는 산마늘이 가득하다.
이곳을 개척했던 사람들이 이 산마늘을 채취해서 먹으며 연명하였다 해서
이곳 사람들은 '명이'라고 부른다.
나무 계단을 다 내려오고
드디어 나리분지로 내려선다.
분지로 내려섰지만 여전히 숲은 이어지고
민가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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