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형제바위를 돌아보며

모산재 2007. 8. 6. 18:42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형제바위를 돌아보며

2007. 07. 21

 

 

 

 

 

 

 

 

 

오전 10시에 배가 떠나는 울릉도 여행을 위해

출발 하루 전 묵호항 도착해서 묵어야 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여객선터미널 부근에 숙소를 정하고

해 지기 전까지 남은 시간에 추암을 돌아보기로 한다.

 

 

날씨는 잔뜩 찌푸리는데,

추암에 도착할 무렵에는 간간이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노(沈東老)가

관직에서 물러나며 세웠다는 해암정(海岩亭)을 지난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여느 정자와는 달리

해암정은 추암 아래 낮은 모래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제대로 받지 못해 쓸쓸해 보인다.

 

 

 

추암 언덕으로 오르는 길 옆 바위틈에는

어쩐 일인지 아직 꽃 필 생각을 하지 않는 갯사상자가 자라고 있고,

 

 

 

 

 

가는명아주(버들명아주)인지, 갯는쟁이인지 잘 모르겠는 풀,

언제 꽃을 피우려는지 모두 이 모양이다.

 

 

 

 

 

 

해암정 곁에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바위 숲들이

바다를 두르고 섰다.

 

저기 가운데 섬처럼 있는 바위를 코끼리바위라고도 하던가...

 

 

 

 

 

 

해안 절벽과 크고 작은 바위섬

깨끗한 백사장과 한가로운 어촌 풍경이 어우러져

생존경쟁에 지친 도시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곳.

 

 

뜻밖에 구기자꽃들이

바위 절벽 군데군데 만발하고 있다.

 

 

 

 

 

 

촛대바위

 

추암을 상징하는 바위가 바로 촛대바위일 것이다.

 

 

한때 "동해물~"로 시작되는 애국가의 일출 장면으로 유명했던

촛대바위는 원래 두 개가 나란히 솟아 있었다는데,

숙종 7년(1681년) 5월 11일의 지진으로 하나가 10척 가량 부러져 나갔단다.

 

바로 옆 바위에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추암은 뛰어난 경승지로 해금강이라고 불려오기도 했던 곳,

희대의 모사꾼 한명회가 세조때 강원도 제찰사로 있으면서

그 경승에 취한 나머지 '능파대(凌波臺)'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능파'란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미인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이르는 말인데,

구운몽의 여덟번째 선녀가 바로 동해 용왕의 딸인 '백능파'임을 생각하면

(비록 구운몽보다는 시대가 앞서긴 하지만)

능파는 미인의 이름으로 통용되기도 했을 것이다.

 

잔인했던 한명회는 이곳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동해의 물결을 바라보면서

엉뚱하게도 미인들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언덕 위에는 비쑥들이 꽃망울들을 잔뜩 달았다.

 

 

 

 

 

 

추암에서 오른쪽 해수욕장 가까운 바다 가운데 서 있는 형제바위,
바위 두 개가 형제처럼 다정하게 서 있다.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일렬로 늘어선 횟집들이 가득 들어서 있어서

작아서 호젓했던 옛 분위기를 찾아볼 길이 없어서 씁쓸했다.

 

 

추암해수욕장의 끝에는 낮은 산이 바다를 향해 나와 있고

거기에는 '해가사의 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삼척시 지역인데, 작년부터 수로부인공원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그곳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수로부인의 환상에 젖는다.

 

동해의 물결이 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밀려드는 해안길을

아름다운 신라의 미녀가 여행하고 있는 장면을...

 

누가 이 아름다운 여인을 납치했는가,

납치범 동해용왕의 정체는 누구인가,

이성을 잃은 포악한 왕이었는가,

아니면 한명회 같은 권력형 무뢰배였는가...

등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저 한 목소리로 해가를 부르며 바다를 향해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 놓아라.(龜乎龜乎出水路)

...그물 던져  잡아 구워서 먹으리라.(入網捕掠燔之喫)" 

외치던 사람들의 목소리 너머로

경주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스캔들로 가득 채웠던 한 여인의 관능을 떠올려본다. 

 

 

***

 

돌아나오는 길 주차장 근처 풀밭에서 만난 사상자,

열매에 털이 가득하고 가시 같은 돌기가 솟아 있다.

 

 

 

 

 

 

 

전동싸리

 

 

 

 

 

좁은 들길에서 만난 장승

 

 

 

 

 

그리고 겹해바라기

 

 

 

 

 

길가 개울에서 만난 검은물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