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변산 여행 (1) : 채석강과 내변산 직소폭포

모산재 2007. 2. 27. 19:52

채석강과 직소폭포

2007. 02. 24~25

 

 

 

개학할 날은 며칠 남았고,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꽃소식에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들뜨고, 어쩌면 변산바람꽃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도사님과 조선생께 전화를 했더니 쾌히 동의해준다. 이사하느라 다 바쁜 사람들이었건만...

 

날짜를 맞추다보니 토요일이다. 오후 안양에서 만나 조선생에게 핸들을 잡는 수고를 맡기고 변산으로 출발한다. 다른 한분도 합류를 하시고... 구름에 가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에 채석강, 격포에 도착하였다. 방파제에 올라 바람을 쐰다. 바닷바람이 아직은 차게 느껴진다.

 

 

채석강, 내소사, 직소폭포를 잇는 변산 땅은 아마도 지리산만큼이나 자주 찾은 곳일 것이다. 초임시절 찾은 이래 전교조 해직 시절에도 종종 찾았고, 복직 이후에는 연말  학급여행의 주코스였고, 또 동료들과의 여행지로도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자주 와도 지겹지 않고 편안하고 정답기만하다.  

 

 

 

 

 

방파제에서 채석강 풍경을 바라보니, 열정에 불타던 청춘의 한 시기 이곳을 찾았을 때의 추억이 절로 떠오른다. 바닷가 민박집에서 우리의 염원들을 진도아리랑에 실어서 밤새 어깨 걸고 춤추며 노래를 불렀던가.

 

 

 

 

방파제와 등대, 그 너머로 지는 해

 

뭐 저렇게 희미하게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희끄무레한 서해바다의 이미지와도 그런대로 어울리지 않은가. 우리 사는 것이 또한 뭐 하나 분명한 것이 없거늘...

 

 

 

 

 

방파제에서 돌아본 격포항

 

 

 

격포항의 한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주꾸미 등 몇 가지 회와 소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란가 했더니, 다시 방파제로 나가잔다. 불을 켜 놓은 포장마차집에서 아주머니가 챙겨주는 안주에 소주 한잔 더 하고 숙소로 들어온다. 그리고 또...

 

 

변산 안내도

 

 

 

자고 일어나니 이슬비가 내린다. 날씨가 희끄무레하다. 생생우동인가를 끓여서 김치와 함께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내소사 쪽으로 달린다.

 

오늘 우리 일정은 직소폭포를 들러 내소사를 돌아본 다음 변산바람꽃을 만나는 것이다. 자생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오지 않은 채 변산바람꽃을 만날 수 있을는지, 그저 운에 맡겨 볼 뿐이다.

 

자주 이용하던 동백산장을 목표로 갔는데 보이지 않아 살펴보니 상호가 바뀌었다.('무심'이라고 바꿨던가...) 담장도 다 트고 온돌방도 없애버렸다.

 

그러나저러나 차는 앞마당 주차장에 세워두고 원암통제소를 향해 마을길을 들어선다. 입구엔 수십명의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이다. 호젓하기로 유명한 산행길이 직소폭포를 가는 내내 시끄럽고 정신사납다.

 

편안하고 호젓한 소나무 숲길

 

 

 

감태나무. 잎이 지지 않아 겨울산에서 유난히 티를 내는 나무다. 노간주나무 다음으로 소코뚜레로 많이 이용된 나무라고 생각된다.

 

 

 

완만한 산 등성이로 편안히 오르던 길이 마지막에 살짝 급한 비탈을 보인다. '재백이고개'라 부르는데, 고개 위에서 왼쪽으로 직소폭포로 향하는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관음봉과 세봉 오르는 오르막길이 갈라진다.

 

 

 

직소폭포로 흘러드는 맑고 아름다운 개울

 

워낙 얕은 재백이고개를 넘어서 이 개울물을 만나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수량이 뜻밖에 많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이 많은 물이 흘러 나온다는 말인가. 개울 위에는 망포대와 신선봉이란 높은 봉우리가 있고 그 아래 넓은 골짜기가 있지만 이곳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 넓은 골짜기에서 흘러드는 물은 사철 수량이 풍부해 직소폭포의 물소리는 언제나 우렁차다.

 

   

 

 

 

 

 

이 개울가를 따라서 걷는 길은 평탄해서 편안하고 찾는 이도 별로 없어 분위기가 호젓하다. 변산바람꽃 자생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나섰는데 혹시나 행운을 얻지 않을까 부지런히 등산로 주변을 살폈지만 꽃의 흔적은 어디에고 보이지 않는다.

 

고사리삼

 

 

 

벌써 꽃을 피운 산거울사초

 

 

 

 

직소폭포

 

내소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직소폭포를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얕은 산 속에 높이 30m의 거대한 폭포가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쉽지 않다. 폭포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서도 물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폭포도 아름답지만 폭포 아래 깊고 넓게 형성된 소도 아름답다. 이 소를 실상용추라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실상용추라는 소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작은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려 옥담이라는 소를 이루고, 다시 옥담에서 흘러내린 물이 선녀탕이라는 소를 이룬다. 그리고 이어지는 굽이굽이 아름다운 바위계곡은 봉래구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옥담

 

 

계곡 아래에는 댐(부안댐)이 만들어져 이 물들은 호수를 이루는데, 부안사람들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

 

붉나무의 벌레집. 약재로 쓰인다는 오배자라는 것이지 아마...

 

 

 

관음봉

 

 

다시 재백이고개로 되나와서 관음봉 방향으로 오른다.

 

 

 

저 멀리 보이는 직소폭포 상류의 넓은골짜기. 왼쪽으로는 신선봉과 망포대, 오른쪽으로는 낙조대가 있다.

 

 

 

 

참나무 혹벌레집

 

 

 

부안댐

 

 

 

이 지점에서 국립공원 관리하는 일을 하는 분을 만나 변산바람꽃에 대해 물으니, 난감해 하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자생지의 훼손이 너무 심각하다며 끝내 미안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만다.

 

 

 

가운데 산 능선이 원암-재백이고개 등산로이다.

 

 

 

관음봉 허릿길에서 내려다 본 내소사 전경

 

 

 

 

관음봉과 세봉

 

 

 

일행 중 한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정녕 저것이 내소사가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란 말인가?"라고 하여 우린 한참 웃었다. 누가 "내소사가 아니라 국립공원의 이데올로기겠지."라고 받으며...

 

 

 

바위손, 부처손?

 

 

 

호자덩굴

 

 

 

내리막길로 쏜살같이 내려가며 마침내 내소사 경내로 접어든다.

 

 

※ 내소사, 직소폭포, 부안댐 근처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