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수목원의 냉초, 소경불알, 참당귀, 곰취, 여우오줌, 감절대, 골고사리

모산재 2007. 7. 19. 15:15

수목원의 여름 꽃들(풀꽃편)

2007. 07. 08  일요일

 

 

 

수목원을 찾은 지 거의 두 달이 다 된 모양이다.

그 동안 풀꽃나무들의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날씨 탓도 있고, 찾아야 할 다른 곳도 있고 해서

미루기만 해왔다.

 

계속되는 장마 속에 날씨는 흐리지만

비가 또 내릴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라

오늘은 꼭 가봐야겠다, 배낭을 주섬주섬 꾸린다.

 

도사님께 전화를 해서 만나기로 하고

문 여는 시간을 맞춰 출발한다.

 

 

딱지꽃이 환하게 피었다.

화단이 체질에 안 맞아서인지 어쩐지 주눅이 든 느낌이다.

 

 

 

열섬인 도심 속이어선지

고추나물 꽃이 활짝 피었다.

(어제 남한산에서 만난 고추나물은 겨우 노란 꽃망울을 밀어 올렸을 뿐인데 말이다.)

 

 

 

야생 상태에서 비짜루 열매는 쉽게 만나지 못했는데

(방울비짜루 열매는 흔하지만...)

내 삶의 불모성을 꾸짖기라도 하듯

아주 조랑조랑 다산으로 달렸는데, 보기만 해도 흐뭇한 걸!

 

 

 

화단 한 구석 빈 자리에

절로 자란 꼬마 지피식물 피막이풀이 나도 좀 봐 달라고 소리지른다.

 

그래 고개를 박고 쳐다보니 꽃이 지나고 열매를 맺은 모습이다.

ㅋ~, 저 녀석의 꽃 피운 모습도 꼭 보고 싶었는데...

(꽃이 워낙 작아 맨 눈으로 보일까 의문이지만...)

 

 

 

은꿩의다리라는 팻말을 지금껏 그러려니 하고 믿고 있었는데.

꽃과 잎을 살펴 보니,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야!"

 

볼링핀 모양의 수술도 그렇고 잎모양도 그렇고

완벽한 산꿩의다리 아닌가 말이다.

 

수목원의 팻말이 워낙 틀린 게 많아

농학박사로 여기(산림청)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이것을 관리하는 전담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쩝...

 

 

 

 

현삼은 아직 꽃을 피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키보다 높이 자란 냉초가 어느 새 꽃이 거의 다 져 가고 있었다.

예쁜 갈색 꽃밥을 제대로 간직한 녀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을 지경이다.

 

 

 

 

아쉽게도 종덩굴 꽃이 거의 다 지고

열매가 달리고 있었다. 

 

 

 

그 동안 큰조롱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이 녀석도 꽃이 거의 지고 박주가리와 닮은 열매를 달기 시작했다.

 

 

 

구릿대로 보이는 녀석이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 넘어 거대하게 잘 꽃을 피우고 있다.

개구릿대, 지리강활 등의 이름에 아직도 혼란을 느끼고 있어

공부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여로의 꽃이 이렇게 크게 피는가 처음으로 느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좋은 환경 탓인지... 

 

 

 

소경불알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녀석이 꽃망울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만삼, 더덕 등의 팻말이 바뀌었는 게 아닌가 싶게

올 때마다 혼란스러웠다는 기억이다.

 

꽃이 피어보면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제때에 볼 수 있을는지... 

 

 

 

참당귀 꽃이 늠름하게 피었다.

이 꽃이 핀 것을 처음 대면하게 되니 감격스럽기도 해서

주변을 맴돌며 여러 방을 담는다.

 

 

 

곰취 꽃도 좀 때 이르다 싶게 만개하였는데

꽃이 참 화려하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본 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흔하디 흔한 미국자리공은 왜 심어 놓았을까.

만나기 쉽지 않은 자리공이나 가꾸면 뭐 어디 덧나나,

혼자 투덜대며 그래도 한 컷 찰깍했다.

 

자리공의 화려한 분홍 꽃밥을 이 녀석에는 볼 수 없다.

이 녀석은 꽃이 피면 꽃밥이 사라져버려 바람맞은 꼴처럼 민망하다.

 

 

 

취나물도 벌써 꽃을 피웠다.

꽃은 큰데 너무 빨리 핀 탓인지 뭔지 좀 맹한 느낌이다.

 

 

 

여우오줌이 해바라기라도 되는 양

포잎들을 후광마냥 잔뜩 두른 채 목에 힘을 주고 섰다.

 

 

 

털복숭이 백선의 열매는 벌써 캡슐을 터뜨리고

씨앗을 대지로 돌려 보낸 모양이다.

 

 

 

대극의 열매를 들여다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다.

왼쪽에는 죄다 수꽃으로 열매를 맺지 못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모두 암꽃으로 열매가 충실히 여물었다.

 

(참고로 대극은  암꽃 수꽃이 따로 피는데,

암꽃은 암술 하나, 수꽃은 수술 하나로 된 특이한 꽃을 피운다.)

 

 

 

쪽풀이 제법 푸르게 자랐다.

아직 쪽의 꽃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이곳을 찾을 때마다 눈길이 간다.

 

 

 

박쥐나물꽃도 이미 지고 있는 모습이다.

 

 

 

도사님과 식물 이름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막연히 호장근이겠지 무심히 넘어갔던 녀석을 보고서

호장근이 아니고 감절대임을 확인한다.

 

당연히 호장근이라고 알고 있는 도사님은

다른 곳의 것도 확인해 보자고 해서 가봤더니 그것도 역시 감절대였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감절대의 잎밑이 이처럼 둥근 데 비하여(원저)

호장근의 잎밑은 일자형으로 자른 듯한 모습을 보인다.(절저)

 

그리고 감절대의 줄기는 아래처럼 자줏빛 점들이 많은데

호장근의 줄기에는 점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호장근과 감절대가 어떻게 다른지는

얼마 뒤에 다른 글을 통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결국 홍릉수목원에는 호장근은 없고

감절대만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뭐든지 빠르기만 한 수목원에

때늦게 광릉골무꽃이 피어서 신기했다.

 

 

 

제대로 된 숲그늘에서 피어서인지

동자꽃이 세수한 듯이 맑은 얼굴을 드러냈다.  

 

 

 

왕미꾸리광이라는 이름의  풀을 처음으로 만나고 알게 되었다.

 

 

 

습지에는 창포가 꽃 피는 시기는 지나고 열매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질경이택사도 희미한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것은 이름을 잘 몰라서 담은 것인데,

아시는 분은 좀 갈쳐 줘요잉~.

 

=> 골고사리라고 한답니다.

 

 

 

이렇게 풀꽃들을 주욱  돌아봤으니

이젠 나무꽃들을 돌아봐야 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