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수목원의 배롱나무, 산겨릅나무, 산닥나무, 개산초, 해변싸리, 덩굴옻나무, 먹넌출, 까마귀베개

모산재 2007. 7. 19. 20:47

수목원의 배롱나무, 산겨릅나무, 산닥나무, 개산초, 해변싸리, 덩굴옻나무, 먹넌출, 까마귀베개

 

2007. 07. 08  일요일

 

 

 

 

배롱나무꽃이 매혹적으로 피었다.

 

어린 시절,

무덤가의 배롱나무 낮은 가지를 타고 놀기도 했지만

독특한 나무의 향기가 좀 거슬리기도 했고

가끔씩은 두껍게 벗겨지는 나무껍질 속에서

지네가 나타나기도 해서 께름칙하기도 했던 나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름진 붉은 꽃잎이 우산살처럼 6갈래로 갈라져서 피고

가운데 수십개의 노란 꽃술이 화려하게 물결치듯 앉은 모습이 특이하게 아름답다. 

 

 

 

수리딸기는 새로 자란 줄기에 달린 잎은

신나무나 아그배나무 잎처럼 잎밑이 귀를 달고 있지만

묵은 가지에 달린 잎은 양쪽의 귀가 사라진 모습이다.

 

 

 

단풍나무과의 산겨릅나무야 안면이 좀 있었지만

 

 

 

개산겨릅나무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직은 그 둘의 차이를 뚜렷이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산겨릅나무에 비해서 수피가 어쩐지 거칠고 줄기가 울퉁불퉁한 느낌이다.

 

 

 

늘 다니던 길 옆에

복자기나무가 이렇게 큰 것이 있는 줄 몰랐다.

복자기나무 껍질은 회백색이라는데 이 녀석은 거의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다.

 

 

 

이것은 꾸지나무로 보면 될랑가...

 

 

 

가침박달나무 열매를 담아 보았다.

 

 

 

담쟁이처럼 숲바닥을 덮다시피 자라고 있는 이것은 바위수국인 듯...

 

 

 

길바닥에 열매들이 엄청 떨어져 있는데,

자식들을 한꺼번에 내보낸 이 나무의 주인공이 누군지를 쉽게 알 수가 없다.

짐작으론 주위에서 보았던 개너도밤나무나 갈매나무의 열매가 아닐까 싶다.

 

 

 

이 잘디잔 노란 꽃을 피운 나무는 처음 보는 것이라 참 신기하다.

 

꼭 싸리처럼 생겼는데 무슨 나무인지 알 수가 없어 궁금하기만 한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것이 '산닥나무'아닌가...!

 

 

 

혈통상으로는 닥나무와는 거리가 먼 팥꽃나무 식구인데

세종때 종이 생산을 위해 왜국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은 나무라 한다.

껍질로 한지를 만들고 밧줄을 만드는 것이 닥나무와 같은 쓰임새였던 것이다.

지금도 남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배 자생지가 있다고 한다.

 

 

개산초가 열매를 달았다.

 

 

 

해변싸리가 몇 송이 꽃을 피웠는데,

잎의 양감과 질감이 어째 얇고 부드러운 느낌이어서 해변싸리가 아닌가 싶었다.

 

 

 

가시오갈피가 열매를 달고

 

 

 

다릅나무꽃을 꼭 보리라 했는데 아직 꽃이 제대로 피지도 않았고

살짝 핀 꽃이 높은 나무 꼭대기에 있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처절한 몸부림으로 이렇게라도 꽃의 모습을 알현하고 싶었다. ㅎㅎ

 

 

 

꽃을 제대로 보지는 못하고 허탈하게 나무를 살피는데

오호라, 며칠 전에 아차산에서 놓쳤던

붉은 무늬에 흰 점이 찍힌 특이한 곤충을 만난다.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는데,

야사모 회원 한 분이 댓글로 알려준다.

 

주홍날개꽃매미의 약충(애기벌레라고 하면 되겠지)이라고...

 

 

 

더 어릴 때의 모습은 등딱지가 저렇게 붉은 것이 아니라  검은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7월초 대모산 가죽나무 잎새에 잔뜩 붙어 있던 그 벌레 아닌가...

 

이 녀석이 좀더 시간이 지나면 주홍 날개가 나서 매미가 된다는 것이다.

 

 

나도밤나무의 열매를 담는다고 한 것이

이렇게 그만 '삑사리'가 된 줄은 몰랐다.

 

 

 

노각나무 꽃은 너무 늦게 만났다.

 

 

 

박쥐나무에도 열매가 달리었다.

 

 

 

열녀목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나무,

높이가 10m가지 자라는 장미과 벚나무속의 일본산 나무라는데

왜 이리 작은 나무만 심어 놓았을까...

하필이면 시대착오적인 이름까지 달고 말이다. 

 

 

  

지금까지 그냥 보고만 지나쳤던 덩굴옻나무를 담아본다.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는데,

담쟁이처럼 바닥을 기기도 하고 다른 나무들을 타기도 한다.

 

 

 

 

'먹넌출'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녀석은

한쪽에는 붉은 열매가 달렸는데 또 한쪽에서는 꽃이 피고 있다.

 

 

 

그런데 열매가 녹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며 검게 익는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그냥 붉은 색이니 어찌된 노릇일까... 

 

같은 갈매나무과로 흰 꽃이 피며

이듬해 여름에 열매가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익는다는 청사조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혹시나 싶었던 까마귀베개는 일부 열매가 달리기도 했지만

(열매를 보면 푸대추나무라는 다른 이름이 잘 어울린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꽃이 남아 있었다.

 

숲그늘인 데다 바람 때문에 깨알 같은 작은 꽃을 담는 데 애를 먹었다.

 

 

 

 

나래쪽동백의 열매에는 이름이 헛되지 않게 '나래'가 달렸다.

 

 

 

무궁화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굴피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벌써 오후 3시를 넘었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도사님 의견을 따라

수목원 앞 멸치 국물로 맛을 내는 국수집으로 향한다.

값이 3천원 안팎인 멸치국수와 콩국수를 각각 곱배기로 시켜 먹는다.

 

수목원 담장에서 담쟁이꽃을 찾는 데 성공

(이미 꽃은 지고 열매가 달리고 있는 시기인데...)

 

 

 

그리고 담장을 배경으로 따스한 볕바라기를 하며

계요등도 꽃이 만발하기 시작한다.

 

 

 

회기역 근처에서 시원한 맥주를 몇 잔 마신 뒤에

느긋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