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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여행

중국 운남 (2) : 웬양(원양)의 하니족 다락논(라이스 테라스)

by 모산재 2007. 2. 3.

 

중국 운남 여행 (2) 웬양(元陽)의 하니족 다락논

2007. 01. 20

 

 

 

 

다락논의 일출을 본다고 6시에 일어나야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내게는 고역이다. 우스개로 "그 해가 그 해야!" 하고 뭉길 수도 없다. 어린 시절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던 그 논바닥 보러, 그 논바닥 위로 매일 같이 보는 해를 보러 이 먼 곳까지 왔지 뭔가...

 

"그 해가 그 해가 아니"라는 걸 느끼지 못한다면, 살아가야 할 이유조차 사라져 속절없이 시들어 버릴지 모른다. 삶에 경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얼마나 두려운가!

 

 

눈 비비고 나와보니 여전히 짙은 안개, 땅바닥은 물을 쏟은 듯이 번질거린다. 까마득한 산 언덕에 붙은 다랑이논은 우기의 비가 아니라도 이 안개비만으로도 충분히 관개가 가능할 성싶다. 이곳 웬양은 1년 중 절반 이상이 안개가 낄 정도로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크고 습도가 높은 곳이라 한다.

 

 

3m 거리에서 담은 숙소 입구 오선생의 모습이 이렇다.

 

 

 

 

 

안개를 헤치고 버스는 출발한다.

 

 

중간중간 차창 밖으로 다락논들이 나타나면서 우리들은 조금씩 감동할 준비가 되어 간다. 버스에 올라 거의 한 시간이나 달려서야 다락논(라이스 테라스)이 거대하게 펼쳐진 다의촌(뚜어이슈,多依村) 마을에 이른다. 원양에서 27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특히 일출이 아름답다는 마을이다. 벌써 도로 주변 산 언덕에는 삼각대 행렬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제대로 된 풍경을 좀체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한 순간 안개가 걷히면서 다락논들이 모습을 드러내다가, 다시 또 안개로 덮이기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몇 줄기 햇살이 스며들면 붉은 빛깔을 머금는다.

 

 

 

 

다락논이 있는 이 곳은 홍허(紅河)를 끼고 있는 해발고도 1,400m에서 2,000m에 이르는 산간지대. 1,300여 년이라는 긴 세월 하니족들의 피와 땀으로 개간한 것이라고 한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틈틈이 주변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어둑한 안개 속에 사진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애를 먹지만, 이름은 알 수 없어도 새로운 생명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다랑이논의 일출에 결코 못지 않다.

 

 

양치식물로 보이는 이 풀은 무엇일까...

 

 

 

석송의 한 종류인 물석송이 습한 땅 곳곳에 자라고 있다. 

 

 

 

>부들레야가 찬 이슬을 맞으며 흰 꽃을 피웠다. 중국에서는 밀몽화(密蒙花)라 부른다고 한다.

 

 

 

이 땅에선 볼 수 없는 딸기나무 종류.

  

 

 

날카로운 긴 가시를 가진 장미과의 나무에 흰 꽃이 피었다.

 

 

 

 

짙은 안개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다락논은 한층 신비롭고 환상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물을 채운 논은 하늘의 표정을 담는 거울이다.

 

안개가 끼면 잿빛 안개를, 푸른 하늘이면 푸른 하늘을, 붉은 노을이 끼면 붉은 노을을 그대로 담을 것이다.

 

 

 

 

 

 

 

 

드디어 안개가 걷히며 다의촌(多衣村)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논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엉뚱하게 나는 고향의 논밭을 떠올린다. (물론 이곳의 논과는 규모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집에서도 빤히 보이는 너머띠나 아니면 띠밭골, 또는 좀더 멀리에 있는 한들이나 두심이의 삿갓배미 논밭들... 산비탈을 괭이와 삽으로 깎아서 만든 사람들의 수백년의 노동과 지금 다시 묵어가는 그 논밭들...

 

 

이곳 논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곳에도 어느 날 영농 기계화가 이루어지게 될까, 그래서 바둑판 모양의 논이 만들어질까. 아니면 고향의 논밭처럼 묵어가게 될까...

 

 

 

 

해가 떠오르며 라이스테라스가 환히 드러난 시간, 다시 바로 아래 논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풀과 나무들을 관찰하기로 한다.

 

 

무슨 나무 열매인지... 블루베리나 들쭉 같기도 하고...

 

 

 

또 하나의 딸기나무는 꽃봉오리를 달았다.

 

 

 

논가 풀섶엔 자운영이 꽃을 피웠다.

 

 

 

이 붉은 열매는 무엇일까?

 

 

 

찾아보니, '요지화(腰只花)'· '편타수구(鞭打绣球)' 등으로 불리는 현삼과의 풀 Hemiphragma heterophyllum인 듯...

 

 

꽃은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출처 : Bhutan Biodiversity Portal

 

☞ 더 보기=>  http://www.plantphoto.cn/tu/1251048

 

 

환하게 드러낸 라이스테라스를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다시 길을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보는 다랑이논 풍경

 

 

 

이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콩과 식물. 잠두 (蚕豆=누에콩), 학명은 Vicia faba.

 

 

 

주홍서나물과 닮았는데, 꽃의 색깔이 다르다. 이 지역에 흔한 잡초 풀꽃이다.

 

 

 

 

 

이렇게 10시가 넘을 때까지 아침 식사를 거른 채 다락논 풍경을 담느라 시간을 보낸다. 논들의 곡선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나는 생명들에 더 관심이 많다. 아쉽게도 양치식물들은 지천인데 겨울이라고 꽃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 또 다른 다락논 풍경이 펼쳐져 있는 멍핀(勐品) 마을을 찾는다. 아침에 잠시 머물렀던 판즈화멍핀(樊枝花勐品) 초등학교가 있는 멍핀 마을의 이 논들을 대면하며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구원양에서 동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는 이곳 멍핀다락논(맹품제전, 勐品梯田)은 원양의 계단식 논밭 중에서 해질 무렵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한다.

 

아마도 서쪽을 바라보는 곳이라 그러리라.

 

 

 

 

 

 

그러나 저 까마득히 높다란 곳의 하니족 농부들의 마을, 저 까마득한 계단을 이루며 내려가는 다랑이논, 그 거리가 멀어지는 것만큼의 까마득한 노동... 

 

 

 

 

 

또 그 만큼 까마득한 거리를 보일수록 경이로움에 젖는 관광객...

 

마을 주민의 안내를 받아 초등학교 앞을 지나 전망이 좋다는 언덕으로 내려가며 나는 이런 생각에 젖어든다.

 

 

다시 언덕에 서서 내 손은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