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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여행

중국 운남 (1) : 젠수이(건수)에서 웬양(원양) 가는 길

by 모산재 2007. 2. 3.

 

중국 운남 (1) 젠수이(建水)에서 웬양(元陽) 가는 길

2007. 01. 19

 

 

 

 

 

두 번째로 찾는 운남 땅!

 

05년 여름 11박 12일간의 짧지 않은 여행 동안,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던 그 운남 땅을 이 겨울에 또 찾아 나섰다. 처음 낯선 땅을 찾던 그 설렘은 없다. 그러나 메마른 일상에 시달려 아프던 몸과 마음이 이 여행을 통해 작은 생기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는다.

 

쿤밍(昆明)에서 젠수이(建水), 웬양(元陽), 그리고 징홍(景洪, 시솽반나西雙版納 태족傣族 자치주의 주도), 그리고 후투샤(호도협虎渡峽), 리쟝(麗江)으로 이어지는 11박 12일의 여행은 일행 중 한 분이 여권 문제로 출국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맞이했으나, 긴급 조치로 간신히 함께 출발할 수 있었다.

 

쿤밍행 비행기는 여객기라기보다는 골프채를 실어나르는 화물수송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프 여행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8일 호후 9시에 떠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쿤밍에 도착했다. 2시경 호텔(雄業大酒店)에 투숙하여 버릇대로 술판을 벌인다.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여행의 설렘에 하루도 그냥 자는 법이 없는 첫날의 술자리 정담은 우리 방에서 새벽 4시까지 계속되었다.

 

 

 

 

 

7시에 일어나 아침은 흰죽으로 때운다. 그리고 8시에 젠스웨이(건수), 웬양(원양)을 향해 베이징로를 따라 전세버스는 달린다.

 

 

 

아침 호텔 앞 출근으로 붐비는 쿤밍 거리

 

 

 

 

 

젠수이(建水) 가는 길

 

이곳에는 귤이 유달리 많이 난다. 길가에는 이렇게 귤을 파는 농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인민폐 10원이면 10여명이 나눠먹을 만큼의 귤을 살 수 있다. 귤맛은 제주 밀감보다 훨씬 낫다.

 

 

 

 

 

 

젠수이(建水)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되어서 임안반점에서 미센(쌀국수)으로 요기를 한다. 이곳이 꿔차오미센(過橋米線)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식당 이름 '임안(臨安)'은 여진족의 금나라에 밀려 세웠지만 결국 몽골에게 망한 남송(1127-1276)의 수도로 지금 이름은 항저우이다.

 

 

 

 

 

 

저 하얀 재료가 뿌리에 가까운 수선화 줄기라 했던가... 맛이 독특하다.

 

 

 

 

 

 

 

꿔차오미센(过桥米线=過橋米線)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고 있다.

 

 

운남성 웬양의 동쪽에 있는 고을 멍쯔현(蒙自縣)에 남호(南湖)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이 호수 안에는 다리로 연결된 섬이 하나 있는데 마을 학동들의 공부하는 곳으로 애용되었던 모양이다.

옛날 리총(李聰)과 왕차이(王才)라는 두 젊은이가 이곳 남호에서 장원 급제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리총의 집은 섬에서 가까워 매일 따뜻한 식사를 할 수가 있었지만, 왕차이의 집은 멀어 아내가 식사를 가지고 오는 동안 다 식어버려 항상 식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왕차이의 처는 고심고심하다 어느 날 닭을 한 마리 잡았다. 닭을 곤 솥을 들여다 본 왕차이의 처는 무릎을 탁 치고 그 유명한 과교미선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닭국물 위를 덮고 있는 뽀얀 닭기름이 보온 작용을 하여 잘 식지 않음을 안 왕차이의 처는 닭국물 위를 닭기름으로 덮어 왕차이에게로 가지고 간 후 그 곳에서 쌀국수를 넣어 대접한 것이다.

아내의 정성으로 왕차이는 장원급제를 하고 동네사람들은 부인이 매일 다리를 건너며 만들어 준 쌀국수라해서 꿔차오미센이라 불렀다.

 

 

 

건수(젠수이, 建水)의 옛거리 풍경

 

 

 

 

 

 

 

다시 웬양(元陽)으로 출발한다.

 

1시간쯤 지나면서 높은 산의 고갯길로 접어들고 안개는 자욱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한계령을 넘어가는 듯 아슬아슬한 고갯길인데, 짙은 안개로 대나무 등 나무들의 실루엣만 흑백으로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되풀이한다.

 

 

 

 

 

 

그리고 홍허(紅河)가 보이는 산마루 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웬양의 다락논을 보러 가는 길인데, 저 멀리 산 등성이에 커다란 호수가 경이롭게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보이는 다락논(梯田)들! 웬양에서 볼  다락논들의 서곡인 듯하다.

 

 

 

 

 

저 강이 남동 방향으로 흘러흘러 베트남 북부 땅을 적시며 하노이를 지나 통킹만으로 들 것이다.

 

 

 

 

 

 

전망을 즐기다 잠시 주변에 핀 꽃들을 관찰하여 담아본다.

 

 

칡을 닮은 관목에 보랏빛 꽃이 피었다. 콩과식물임은 틀림 없는데...

 

 

 

 

 

 

처음보는 꽃. 중국에서 천리광(千里光, Senecio scandens)이라고 부르는 꽃인 듯...

 

 

 

 

 

감국과 비슷한 꽃 그러나 잎 모양이 다르다.

 

 

 

 

 

 

다시 버스에 오르고 출발한다.

 

 

홍하변에 자리잡은 남사(南沙, 신원양)를 지나서 다시 까마득한 고갯길을 향해 달린다. 달리면서 보니 양재천변에서 그 이름을 몰라 애태웠던 것(나중에야 큰개사탕수수임을 확인)과 똑 같은 모습의 억새풀이 지천이다. 저 풀의 씨앗이 어떻게 해서 양재천까지 오게 되었을까...

 

 

다시 산길은 안개 속에 묻히고, 한 시간 가량을 달려서야 까막득한 산등성이 안개에 묻힌 웬양 신가(구원양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새롭게 조성된 거리라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로 땅바닥은 마치 비가 내린 것처럼 흠뻑 젖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다랑이논의 일몰을 보게 되어 있었지만, 시간도 늦었거니와 짙은 안개 때문에 불가능...

 

운남(雲南)이란 이름이 '구름의 남쪽'이 아니라 구름이 이는 남쪽이라는 뜻인 줄 이제야 알겠다.

 

 

 

 

 

 

'제전공우(梯田公寓)'란 길가의 숙소에 잠자리를 정하고 저녁을 먹으러 광장으로 내려선다.

 

 

광장의 자욱한 안개 속에 넓게 자란 고무나무의 실루엣이 그럴 듯해서인지 사진에 담는 분도 있다. 광장 곁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시장골목의 꼬치구이집(병규씨가 마띨다라고 부르는 단발머리 아주머니가 운영하는)에서 한잔 술을 즐기며 하루의 회포를 푼다.

 

물론 그 자리가 끝나고 우리 방에서 또 술자리는 이어졌다. 술에 원수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