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실크로드(9) : 천마의 고향 천산 천지에서 설산 보고타봉을 바라보다

모산재 2006. 9. 11. 22:56

 

<제 9일> 2000년 8월 6일 일요일

 

천마의 고향 천산 천지에서 설산 보그다봉을 바라보다

남산 파오촌  → 호텔  → 천지(天池) → 야시장

 

 

 

파오촌의 아침

 

일어난 아침, 매우 상쾌하다.

 

공기는 서늘(싸늘?)하고 햇살은 명랑한데,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다. 바위산 꼭대기 가파른 비탈 초지엔 밝은 햇살에 점점이 양떼들이 풀뜯는 장면이 보인다. 화장실이 없어 다들 적당히 볼일들을 보고, 주전자를 들고 물 세 웅큼으로 파오식 세수를 한다. 그야말로 초환경친화적이다. 파오 뒷산은 울창한 삼나무 숲, 건너편은 초지다.

 

모두들 따스하게 느껴지는 햇살을 쬐다, 명랑함과 상쾌함이 가득한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아침은 쌀을 끓여 미음처럼 만들어 내 놓는데, 다들 주독을 다스리며 맛있어하며 먹다. 

 

호텔로 돌아오니 12시 30분. 짐을 방으로 옮긴 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천산 천지(天池)

 

오후 1시 30분, 호텔을 출발하여 천지로 향하다. 오른쪽으로 보고타봉의 설산을 끼고, 북으로 난 고속공로를 달린다. 오른 편으로는 보고타봉의 구릉들이 부풀어 올라 있고, 왼편으로는 준가르 사막의 대평원이 펼쳐진다. 

 

1시간 20분간 달려, 천지 나들목(立交橋)에서 천지행 도로로 접어든다.

 

구릉 사이의 얕은 계곡길, 보그다봉을 향해 거슬러 오른다. 계곡 물가에는 녹지가 이어지고, 공기는 조금씩 서늘해진다. 오를수록 산들도 푸르러지고, 계곡도 맑아지며 수량도 풍부해진다. 사막의 특징이다. 파오들이 계곡 숲 그늘 속에 그림같이 들어앉은 휴양 지대가 나타나 한동안 이어진다.

 

멀리 구름 속에 설산 보고타봉이 바라보이는 천지의 모습

 

3시를 넘어서 파오촌이 있는 계곡, '신장천지중심(旅游接待中心)'이란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북경의 고위 관리가 이곳을 방문하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는 소식, 이 나라도 역시 그런가 생각하며 쓴웃음. 다시 천지를 향해 오른다. 흰거품을 내며 소용돌이치는 상류의 물은 아주 맑고 수량도 풍부하다. ‘석협(石峽)’이라고 적힌, 물살 거센 좁은 절벽의 골짜기를 지나니, 바로 천지 입구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 45원.

 

호수 앞 산 중턱, 천지로 오르는 언덕 곳곳에서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는 걸 보며 천지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20분이다. 해발 1912m 고지대에 자리잡은 천지, 백두산 천지보다 약간 낮은 수면이다. 넓이가 약 4㎢라는데, 백두산 천지보다는 좀 작은 규모다. 백두산 천지는 물이 드는 곳은 없고 나는 곳만 보인다는데, 이곳 천지는 드는 곳은 보이는데, 나는 곳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 한다. 그만큼 신비감도 백두산 천지가 월등하다는 것이다. 

 

천지는 주나라 목왕이 서왕모를 만났다는 곳이며, 한무제가 대원국에서 구했다는 한혈마(汗血馬), 곧 천마(天馬)의 산지다. 

 

호수에는 유람선, 주변 언덕에는 파오촌을 형성하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다. 호수 안 저 멀리 눈 덮인 보그다봉 봉우리가 신비롭게 보인다.

  

 

천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저녁 시간, 그리고 야시장 구경

 

돌아오는 길, 시내에서 양탄자, 옥공예품 가게를 잠시 들른 후, 저녁식사를 하다. '자형화대주점(紫荊花大酒店)'. 홍콩을 상징한다는 자형화 꽃잎 다섯이 그려져 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호텔 앞 길 건너 야시장 구경을 나섰다. 입구는 먹자광장으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시장은 꽤 길고 큰데, 그러나 생활필수품 위주로 소박하다. 다만 술의 종류는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다. 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음악이 들리는 음반 가게에서 왕뤄빈(王洛賓)의 CD를 10원을 주고 사다. 시장이 끝나는 지점엔, 도시를 적시는 물살이 홍수처럼 흐르는 수로가 가로놓여 있어, 이 시장의 활기만큼 인상적이다.

 

호텔로 돌아와 다 함께 2층 로비 비어룸에서 생맥주를 한잔씩하다. 한쪽에 컴퓨터가 있어, 아이들 생각나 인터넷으로 들어가 봤더니, 메일들이 모두 한글지원이 안돼 암호처럼 배열된 간자들로만 뜬다.

 

방으로 돌아와 룸에 있는 맥주를 꺼내 마시고 모자라, 병철 형의 그 능란한 조형기식 영어 주문 솜씨("텐 바틀쓰 삐주", 삐주는 맥주의 중국말)로 10병의 맥주를 더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