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고구려

고구려, 백두산 순례 (5) : 연길 가는 길, 그리고 연길의 밤

모산재 2007. 1. 1. 22:39

 

고구려, 백두산 순례 (5)

연길 가는 길, 그리고 연길의 밤

 

2006. 08. 15 오후

 

 

 

백두산 천지를 돌아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연변 조선족 자치주도인 연길로 향한다.

연길까지는 다섯 시간 가까이의 거리...

윤동주와 용정촌, 그리고 두만강이 우리의 내일 일정이다.

 

날씨가 환하게 개어 햇살이 명랑하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이 정겹다. 논과 밭이 푸르고 산도 푸르다.

가까이 보이는 산 언덕에는 온갖 꽃들이 흐드러제게 피어 내 마음을 붙든다.

산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 땅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직 이곳은 개발의 흔적이 없으니, 어린 시절 농촌을 다시 찾은 듯하다.

 

얼마간 달리다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한다.

한 칸짜리 재래식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볼일을 보는 동안 나는 주변 산책을 한다.

 

 

저 멀리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누렁이 한 마리가 보인다. 

중국이라기보다는 우리 땅 어디에선가 만난 듯한 풍경이 아닌가...

 

 

 

 

길가 풀섶에는 처음 보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언뜻 층층이꽃과 비슷해 보이는데 억센 털이 촘촘하고 가지도 많이 번 모습이 층층이꽃과는 다르다.

 

 

털향유란 꽃이다.

 

금강산 이북의 습한 땅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식물인데 이름과는 달리 향유와는 모습이 다르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진 곳에는 보랏빛 각시취꽃이 풍성하게 피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달구지풀,

우리 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꽃인데 제주도에서나 만날 수 있다.

 

 

 

만나기 쉽지 않은 이런 꽃들을 보며 괜한 걱정이 생긴다.

 

아직도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의 산과 들처럼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

이곳에도 제초제를 흔하게 사용하는 때가 조만간 올지 모른다.

저 생명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노랗게 핀 금불초,

 

 

 

다시 버스는 달리고, 피로감으로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는 동안에 연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덧 해는 서산 너머로 떨어지고 서녘 하늘은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고 있다.

모두들 창가에 붙어서서 혹은 감탄하고, 혹은 셔터를 누르고...

 

 

 

 

 

 

 

7시를 훨씬 넘긴 시간에 연길에 도착하다.

 

거리에 폭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우리 동포들이 광복절 행사라도 벌이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이곳에서는 여러 이유로 광복절 행사를 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이날을 '노인절'로 정해 일제시대를 살아온 노인들끼리 모여

세대적 동질감을 확인하는 날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라는 것이 중국 내에서의 광복의 의미를 내세울 수 없는 조선족의 현실이고,

또 그 의미를 자손들에게 계승시킬 수도 없는 세대간 의식의 단절이라는 것이다.

 

북한 식당인 '해당화'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연길의 야시장을 구경하기로 한다.

 

 

시장이 제법 크긴 했지만 조명시설이 없어 어둡다.

실크로드 도시들의 야시장처럼 먹자노점 등이 별로 없어 흥청거리는 분위기도 없다.

 

 

 

 

 

 

안주거리로 포도 몇 송이를 사서 숙소(개원호텔)로 들다.

많은 사람들이 발마사지하러 가고 난 시간,

무철도사님과 술자리를 만들고, 나중 수현형네 가족과 합류해 맥주를 마시다.

 

 

밤이 깊어 수현 형네 가족이 잠자러 돌아간 뒤,

아직도 아쉬움이 남은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꼬치구이집으로 간다.

 

'뀀성'이라고 부르는, 밤새 운영하는 상당히 넓은 술집인데 젊은이들로 초만원이다.

 

 

 

 

20여 가지나 되는 꼬치구이를 다양하게 즐기며 마시는 맥주 맛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꼬치구이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연길을 다시 찾으리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새벽 세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