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고구려

고구려, 백두산 순례 (1) : 인천항에서 영구항까지 배를 타고 떠나다

모산재 2006. 12. 30. 00:52

고구려, 백두산 순례 (1) : 인천항에서 영구항까지 배를 타고 떠나다

2006. 08. 12~13

 

 

 

허겁지겁 배낭을 챙겨 전철을 타고 다시 동인천역에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인천항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무철도사님은 이미 와 있었고, 일행들도 속속 모여든다.

 

전교조인천지부와 한겨레신문이 주관하는 6박 7일의 고구려, 백두산 순례 여행은 예정보다 한 시간 넘긴 1시쯤 배가 인천항을 떠나며 시작된다. 발해만의 동쪽에 자리잡은 영구(잉커우)항에 도착할 때까지 꼬박 24시간을 배 위에서 보내야 한다.

 

우리가 탄 배는 PanKorea Yingkou Ferry Co.의 Arafula Lily호. 우리가 배정 받은 객실은 갑판 바로 아래층 4인실인데, 우리 방은 무철도사와 나, 그리고 인천지부의 한 선생님 등 셋이 쓰는 행운을 누렸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배가 출발하자마자 선상에서의 점심 식사 시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슬렁거리며 레스토랑으로 가서 먹는 식사 시간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갑판에 올라가서 바람을 쐬며 북쪽으로 거슬러오르며 펼쳐지는 망망대해와 서해안의 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다. 지루해지면 객실로 들어가 늘어지게 잠을 즐긴다.

 

맞는지는 모르지만 인천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남서쪽으로 빠져 공해상으로 나가서 북쪽으로 향한다고 한다. 최초의 등대섬이라는 팔미도를 둘러, 덕적도를 바라보며 섬 구경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섬이 덕적도일까...

 

 

 

한잠을 자고 있는데, 저녁 먹을 시간이라고 깨운다. 

 

저녁 식사 후 갑판에서 지는 해와 수평선을 바라본다. 구름이 많아서 일몰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서해바다는 어둠 속에 잠기고, 함께했던 분들과 소주 타임을 가진다.

 

 

 

 

보름을 조금 넘긴 날짜인지 저녁 9시쯤 동쪽 수평선 위로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날씨가 흐려서 떠오를 때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잠시 얼굴을 비쳤다.

 

 

 

 

잠자리도 선실 창가에서 쉬고 있다.

 

 

 

자고 일어난 아침 하늘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바람이 거세고 간혹 후두둑 비가 듣는다. 갑판 위의 미니 수영장 물이 심하게 파도치며 물보라가 되어 갑판 위로 흘러 나온다. 내려다보는 바닷물에는 유영하는 해파리떼 풍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도사님은 그 와중에 독서를 즐기시고...

 

 

 

 

외숙모와 시조카 사이인 이 분들이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서늘한 날씨 탓인지 잠자리도 미동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데, 나도 객실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 편안함을 즐긴다. 아름다운 사람을 생각하면서...

 

 

 

 

점심 식사를 막 마쳤을 때, 배는 어느 새 영구항에 도착하다. 예정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은 오후 2시! 입국 수속이 늦어 좀 짜증스럽기도 하다. 보따리상들은 왜 그리 많은지...

 

인구 10만 정도의 작은 항구 도시 영구(잉커우), 센양 등 중국 동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새로 조성되는 도시이지만 중국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항구라고 한다.

 

 

 

 

늦은 점심, 음식이 찔끔찔끔 나오는 바람에 다 먹은 줄 알고 일어선 사람들이 다시 앉는 해프닝도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일행은 2대의 버스를 타고  중국에서 가장 좋은 고속도로라는 잉커우-센양 6차선 고속도로를 달려 환인(졸본성)으로 향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함께한 일행끼리 간단히 자기 소개 시간을 가진다. 소개가 끝나고 "노래라도 부르자."는, 진행을 맡은 인천지부 선생님의 제안에 별 반응이 없어 내가 불쑥 일어나 노래를 부른다. '광야에서'를 같이 부를 것을 제안하고 "~ 해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 모두 우렁차게 불러서 분위기가 이어질까 했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졸다가 독립군이 말달리던 만주벌판을 그렇게 버스를 타고 무심히 달린다.

 

 

중간 휴게소에서 만난 일본조팝나무꽃과 방아깨비

 

 

 

 

 

저녁 8시경 무순(푸순)시를 지나다.

 

인구 120만이나 되는 큰 도시,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은 혼하(渾河)로 요하(遼河)와 함께 발해만으로 흘러드는 강이다.

 

 

 

 

영안교(永安橋)라는 다리

 

 

 

 

이곳 푸순으로부터 환인에 도착하기까지는 4시간을 더 달려야하는 강행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둠에 잠긴 풍경은 지평선이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던 벌판이 아니었고, 무수한 골짜기와 고개를 돌고 넘는 산속이었다. 이제 다 왔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고개를 넘을 때에는 10m 앞도 내다 보기 힘든 짙은 안개가 자욱하였다.

 

 

밤 12시가 다 되어 환인에 도착하였다.

 

환인정방빈관(桓因正方賓館)이라는 호텔에 방을 정하고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