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5

실상사, 지리산자락에 앉아 천왕봉 바라보는 편안한 절집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오후 지리산을 중도에 포기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실상사로 향한다. 마천을 들렀다 다시 되돌아서 인월 방향으로 만수천을 끼고 얼마간 달리다 보면 강 건너 너른 들판에 자리잡고 있는 실상사를 발견할 수 있다. 실상사 앞에서 내리니 이미 점심 시간도 훌쩍 지났다. 가게에서 우유를 사서 배낭에 준비해온 빵을 꺼내 점심을 먹는다. 옆집 식당 여주인이 튀김을 만들고 있다가 나중에 오라며 막걸리와 쑥튀김을 맛보라고 준다. 맛이 괜찮아 실상사를 둘러본 뒤 먹으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빵으로 허기를 달랜 뒤에 실상사로 향한다. 실상사를 가기 위해서는 남강의 상류인 만수천을 건너야 한다. 지리산 골골물들이 다 모여들어 제법 넓은 강을 이룬 만수천은..

퉁방울 눈에 벙거지 쓴 모습이 정겨운 실상사의 세 돌장승

실상사 입구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해탈교 양쪽에는 벙거지를 쓰고 퉁방울 눈을 한 해학적인 표정의 돌장승 셋이 세워져 있다. 시골사람들은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 장승을 벅수라고 부른다. 장승은 천하대장군, 지하대장군처럼 보통 한 쌍으로 세우지만 이 곳의 장승은 남녀 구분이 되지 않고 모두 모자를 쓴 모습이다. 원래 돌장승은 만수천 양쪽에 한 쌍씩 모두 4기가 세워져 있었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쪽에 있던 돌장승이 1936년 홍수 때 떠내려 가 버리고 지금은 셋만 남았다. 돌로 만들었기 때문에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장승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세 돌장승은 중요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장승은 민간신앙에서 잡귀를 막고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마을 어귀에 세우는데, 이 돌장승을 실상사로 건너..

변산 여행 (2) : 내소사가 좋은 두 가지 이유

내소사가 왜 좋다는 거지 2007. 02. 25 내소사가 좋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느 절이 좋데, 라고 물으면 내 주변 사람들 상당수가 내소사를 꼽는다. 뭐가 좋은데, 라고 물으면 전나무 숲길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더러는 유홍준씨의 영향인지 대웅전과 꽃창살문을 대기도 하지만.) 전나무 숲길, 아름답다. 월정사의 숲길처럼... 그런데 나는 좀 독특하다. 내소사가 좋은 첫번째 이유는 관음봉 기슭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아서이다. 그래서 나는 낮에 내소사를 정문으로 드는 법이 없다. 이곳을 찾은 둘쨋날 아침이면 언제나 먼저 직소폭포 가는 호젓한 길을 걷고, 그리고 관음봉 허릿길을 지나 내소사로 내려가는 것이다. 내소사 뒤 능가산 봉우리 관음봉을 향해 땀을 살짝 흘리며 올라와 내리막길로 접어..

일본 여행 (1) 오사카, 백제인이 세운 일본 최초의 절 시텐노지(사천왕사)

일본 여행 (1) 백제인이 세운 일본 최초의 절, 시텐노지(사천왕사) 오사카 / 2006. 01. 11 해가 기울 무렵 무덤이 있는 곳을 지나 석무대(石舞台)를 둘러본 다음 시텐노지(四天王寺) 경내로 들어서려니까 문 닫을 시간이 다 됐다고 들여 보내 주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아직 닫히지 않은 입구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며 셔터를 누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시텐노지는 우리 고대문화의 일본 전파를 증언해 주는 의미 있는 절이다. 한반도와의 문화 교류를 기념하는 '사천왕사 왓소이'라는 행사가 해마다 벌어지는 것도 그런 문맥이다. 시텐노지는 6세기 말 중국과 한반도의 문물을 받아들여 아스카(飛鳥) 문화를 주도하던 쇼토쿠(聖德) 태자의 발원에 의해 일본 최초로 지어진 절이다. 당시 일본 조정은 ..

일본 여행 200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