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전 4

부여 (16) 부여 무량사의 부속전각들 / 명부전, 영산전, 원통전, 산신각, 청한당

구릉이 흘러내리는 넓은 터에 자리잡은 무량사는 특이한 가람 배치를 보인다. 주법당인 극락전이 넓은 마당에 자리잡고 그 앞쪽에 오층석탑과 석등이 천왕문과 일직선을 이루고 있는데, 부속 전각들은 법당의 서쪽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명부전(冥府殿)만 극락전의 너른 앞마당 동쪽 담장 곁에 자리잡고 있다. 1872년 원열화상에 의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창건되었다고 한다. 저승 세계의 한가운데에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협시하고 있다. 좌우로는 원유관에 문관복을 입고 홀을 든 모습의 시왕(十王)이 홀수(1.3.5.7.9)대왕과 짝수(2.4.6.8.10)대왕으로 늘어져 배치되어 있다. 시왕상의 양쪽 끝에는 악귀를 쫓는 인왕상이 세워져 있다. '검수지옥'이라 적혀 있는 오관대왕의 모..

고창 (10) 선운사, 시왕의 웃음 번지는 유쾌한 명부전

선운사 너른 절마당, 서쪽 축대 위에 맞배지붕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염라대왕(염마왕)이 다스리는 저승 세계를 나타낸 명부전(冥府殿)이다. 퇴색한 모습이지만 선운사를 찾으면 내가 꼭 그 내부를 들여다보게 되는 유쾌한 전각이다. 여느 절의 명부전과는 달리 선운사 명부전에는 봄바람이 부는 듯 시왕의 웃음이 피어나고 있다. 명부전은 대개 법당 오른쪽 뒤에 있는데, 절 안에서 격이 떨어지므로 건물의 크기나 양식에서 차이가 난다. 죽은 이의 넋을 제도하는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어 지장전(地藏殿)이라고도 하며, 지옥의 심판관인 시왕을 모시고 있어 시왕전(十王殿),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곳이므로 쌍세전(雙世殿)이라고도 한다. 본래는 지장전과 시왕전이 각각 독립된 전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고려말 이후 부처님..

실상사, 지리산자락에 앉아 천왕봉 바라보는 편안한 절집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오후 지리산을 중도에 포기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실상사로 향한다. 마천을 들렀다 다시 되돌아서 인월 방향으로 만수천을 끼고 얼마간 달리다 보면 강 건너 너른 들판에 자리잡고 있는 실상사를 발견할 수 있다. 실상사 앞에서 내리니 이미 점심 시간도 훌쩍 지났다. 가게에서 우유를 사서 배낭에 준비해온 빵을 꺼내 점심을 먹는다. 옆집 식당 여주인이 튀김을 만들고 있다가 나중에 오라며 막걸리와 쑥튀김을 맛보라고 준다. 맛이 괜찮아 실상사를 둘러본 뒤 먹으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빵으로 허기를 달랜 뒤에 실상사로 향한다. 실상사를 가기 위해서는 남강의 상류인 만수천을 건너야 한다. 지리산 골골물들이 다 모여들어 제법 넓은 강을 이룬 만수천은..

인간의 애절한 사랑과 시왕의 너털웃음이 함께하는 선운사

관매도를 다녀오는 길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창 고인돌 떼무덤을 둘러본 후 선운사로 향한다. 호남의 내금강이라고 불리는 선운산도 오르고 싶었지만 일정이 부족하여 선운사만 돌아보기로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관광객들이 줄을 있고 있다. 관광 비수기라는 겨울에도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진 절이다. '도솔산'이라고도 하는 선운산에 포근히 안긴 선운사는, 조선 후기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산중 곳곳에 흩어져 있어 장엄한 불국토를 이루기도 하였다고 한다. 김제의 금산사(金山寺)와 함께 전라북도의 2대 본사로서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 경관, 소중한 불교 문화재들을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참배와 관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맨 처음 찾았던 1989년 겨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