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18

고창 (7) 선운사 부도밭 백파율사비, 백파와 추사의 서한 논쟁

일주문을 지나면 도솔천 개울을 따라 절집까지 이어지는 호젓한 길로 접어든다. 오른쪽으로는 울창한 전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숲속에는 꼭 들러보아야 할 부도밭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밭'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 년 전에 찾았을 때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다. 그냥 넓은 땅에 자연스레 늘어서 있던 부도들이 새롭게 다진 터에 위치가 조정되어 정비되었고, 주위에는 흙돌담에 일각문까지 세워 격을 갖추었다. 그야말로 부도전(田)이 부도전(殿)으로 탈바꿈했다. 이곳 부도밭은 추사 김정희가 백파선사를 기리는 글을 새긴 백파율사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부도밭이 많이 찾는 것도 바로 이 백파율사비가 있기 때문이다. 비석의 주인공인 백파 긍선(白坡 亘璇 : 1767~1..

고창 (6) 선운사 일주문, 미륵보살이 거처하는 도솔산으로 들어서다

천연기념물인 송악을 둘러보고 선운사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화창한 날씨인데도 도솔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시리게 차갑다. 그래도 맑은 솔향기 느껴지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리고 금방 부처님 세상임을 알리는 일주문이다. 선운사가 있어 선운산이라 부르지만 원래 도솔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일주문에도 '도솔산 선운사(도솔산 선운사)'라고 써 놓았다. 집안 아저씨 뻘인 김충현의 멋드러진 글씨로... 도솔산이란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잠시 '도솔(兜率)'이 뭔지 알아보고 가자. 그래야 도솔산과 도솔계곡에 담긴 부처님 세계가 조금 이해될 거 같다. 이 땅에는 도솔이란 말이 참 많이 쓰인다. 유리왕이 지었다는 '도솔가'도 있었고 월명사가 지었다는 '도솔가'란 말이 전해진다. 불교에는 '도솔천'이..

고창 (5) 선운사 입구, 고창 삼인리 송악(천연기념물 제367호)

고창읍성을 돌아보고 난 다음날 선운사로 향한다. 오늘은 선운사를 돌아보고 난 다음에 선운사 골짜기를 따라서 도솔암과 마애불, 그리고 낙조대와 투구바위까지 돌아볼 계획이다. 선운산 정상이 336m라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다. 고창 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 가는 버스는 거의 매 시간 단위로 있어 불편함이 없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있지만, 그것은 낭비의 시간이 아니라 설렘의 시간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은 느긋해서 좋다. 차창으로 명랑하게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즐기며 20~30분쯤 달렸을까. 어느 새 버스는 선운사 물이 흘러내리는 도솔계곡을 들어서고 있다. 5년만에 찾은 선운사, 그리 달라진 풍경은 없다. 관자노리가 얼얼할 정도로 계곡 바람은 싸늘한데, 먼저 바로 개울 건너편으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송악..

고창 (4) 고창읍성(모양성) 동헌(평근당)· 내아-객사(모양지관)-등양루

풍화루(豊和樓)에서 오른쪽(서쪽) 언덕으로 올라서면 읍성의 중심 관아인 동헌과 내아가 있고, 그 위쪽으로는 객사가 자리잡고 있다. 동헌과 객사가 있는 언덕은 서쪽 응달이라 하얀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솔숲 사이로 오후의 서늘한 산바람이 불어내리고 있는 길을 오르노라니, 언덕길 옆으로 우물이 하나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우물은 아마도 동헌과 내아 전용 우물로 사용되었으리라. 읍성 안에는 모두 네 개의 우물이 있는데, 전시에는 주민들이 성 안으로 들어와 기거하며 싸울 수 있도록 대비해 놓은 것이다. 우물을 돌아 언덕을 오르자 금방 눈 쌓인 넓은 마당이 나타나고 동헌과 내아가 나타난다. 야트막한 산언덕을 배경으로 전망 시원한 곳에 앉은 뽄새가 아름답다. 고창읍성 동헌은 1988년, 내아는 1989년에 복..

고창 (3) 고창읍성(모양성) 공북루-척화비-향청-관청-작청-풍화루

고창읍성은 고창읍의 남쪽 성주봉인 장대봉(108m) 산자락 좌청룡 우백호의 지세를 최대로 이용하여 축조한 성곽이다.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부르는데, 백제 때 고창 지역이 모량부리로 불렸던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나주진관, 장성 입암산성 등과 더불어 왜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호남의 요충지로, 단종 원년(1453)에 세워진 것이라고도 하고 숙종 때 완성되었다고도 하나 확실하지 않다. 성곽 전체의 둘레는 1,684m, 높이 4~6m 정도이다.관아를 비롯해 22개 건물이 있었다고 하나 전란에 모두 소실되어 버렸고 동문·서문·북문 등 3문과 치(雉) 6곳, 옹성(甕城), 수구문(水口門) 2곳 등이 남아 있다. 거칠게 다듬은 자연석으로 쌓은 성벽은 비교적 잘 남아 있고, 읍성으로서는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

고창 (2) 신재효 고택, 판소리박물관과 동리국악당

고창 향교를 둘러본 뒤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 군청 맞은편 남쪽 산자락으로 보이는 고창읍성(모양성)으로 향한다. 고창군청 앞 네거리를 지나 고창읍내를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개천을 건넌다. 고창읍성으로 들어서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음이 눈에 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느티나무. 서낭목이었을 나무가 아름다워 한참 올려다본다. 푸른 하늘에 펼치고 있는 가지의 모습이 수염뿌리처럼 섬세하다. 읍성으로 향하는 길은 황토색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소나무 가로수를 심었다. 산성에 어울리는 조경을 위해 애쓴 흔적이다. 그리고 다가서는 낯익은 고창읍성.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을 가만히 타고 오르는 성곽의 모습이 시야를 채운다. 고창읍성을 들어서기 전 꼭 들러야 할 곳이 나타난다. 바로 조선 후기 판소리 이론가로 판소리..

고창 (1) 고창 향교, 전학 후묘의 산지형 향교

극성을 떨던 한파가 물러서고 따스한 볕살이 내리는 날이 이어지는 주말, 봄기운을 찾아 남녁 땅 여행에 나서기로 한다. 처음엔 남해안 섬으로 갈까 아니면 안동이나 영주 쪽으로 갈까 했는데, 결국 선운사가 있는 고창으로 마음을 정한다. 문득 오랜동안 선운사와 고창읍성(모양성)이 그립기도 하고 선운산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내려 군청 옆 어느 식당에서 갈비탕 한 그릇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창향교. 고창향교는 고창읍 교촌리에 있다. 조선시대의 공립학교인 향교가 있는 마을은 보통 교동이라 불리는데, 고창향교가 있는 마을은 교촌이라 불린다. 바로 군청 뒤쪽에 있는 마을이다. 고창 군청의 동쪽, 초등학교 사이로 난 넓은 길을 따라 100여 m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