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168

향기가 아름다운 '흰 개나리', 미선나무(White Forsythia)

미선나무는 겨울을 나기 전 좁쌀보다도 작은 꽃봉오리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이듬해 3월이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개나리 꽃모양의 흰색(때로는 분홍색) 꽃이 다닥다닥 수북하게 달린다. 꽃은 종 모양의 통꽃으로 꽃부리가 4갈래로 나뉘는데 암술 하나에 수술 둘이 들어 있다. 향기가 없는 개나리꽃과는 달리 미선나무꽃은 은은하고 매혹적인 향기를 자랑한다. 미선나무는 미선나무속의 단 하나뿐인 종으로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충청북도 괴산군 송덕리, 진천군 용정리, 영동군 매천리,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등에서 자생하는데 이들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북한에서도 평양 대성산 미선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미선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은 모두 흙이 거의 없는 돌밭인데, 물기가 있으..

메꽃과의 기생식물, 새삼(Cuscuta japonica) 이야기

새삼은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 기생식물이다. 나팔꽃이나 메꽃 종류와 친척이지만 이들처럼 수분과 영양분을 섭취할 튼튼한 뿌리와 넓고 푸른 잎이 없고 오로지 덩굴과 꽃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꽃이라고 하여도 어찌 화려한 나팔꽃에 감히 비할 수 있겠는가.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꽃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빈약하다. 새삼은 처음에 씨앗에서 싹이 자라나 나선형의 덩굴을 만든다. 덩굴을 뻗어 칡이나 쑥 등 숙주식물에 이르면 그 때까지 있던 뿌리는 사라지고 줄기에서 흡기(吸器)가 숙주식물의 줄기에 파고들어 영양분을 흡수한다. 결국 숙주를 고사시키며 자라난 새삼은 꽃을 피우고 토사자(兎絲子)라는 열매를 맺는다. ↓ 남한산 새삼의 생명력은 대단해서 웬만한 콩과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생명력과 세력을 자랑하..

백목련 꽃과 열매, 목련 이야기

아직도 찬바람이 이는 4월 양지바른 정원에서 순백의 꽃을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우며 진한 향기를 선사하는 백목련. 봄꽃 중에서 목련처럼 풍성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드물 것입니다. 중국 악기 비파처럼 생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갈색 열매 속에 보석처럼 붉은 열매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백목련은 이른봄 꽃봉오리가 붓처럼 뾰족하게 생겨 목필화(木筆花)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영명은 Yulan이며, 목련 종류를 통칭할 때는 속명인 Magnolia로 부릅니다. 백목련의 원산지는 중국 중부지방입니다. 에 목필화가 언급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뜰에 심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난초처럼 진한 향기를 풍겨 목란(木蘭) 또는 옥란(玉蘭)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꽃말..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 | crape myrtle), '떠나는 벗에 대한 그리움'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 | crape myrtle), '떠나는 벗에 대한 그리움'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다'고 해서 백일홍나무로 불리던 것이 소리나는 대로 배기롱나무로 불리다가 배롱나무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꽃이 백일 동안 피는 것은 아니며 원뿔 모양의 ..

우산이끼 암생식기와 수생식기 Marchantia polymorpha

학교 정원의 플밭을 거닐다 우산이끼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쪼그려 앉아 관찰을 시작한다. 우산이끼라는 이름은 생식기관(생식기탁)이 우산처럼 펼쳐지는 데서 생긴 이름인데, 암그루와 수그루 모두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갈래갈래 찢어진 우산 모양을 한 것이 우산이끼의 암생식기탁이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 접시 모양을 한 것이 우산이끼의 수생식기탁이다. 찢어진 우산 모양의 생식기탁(홀씨주머니)을 뒤집어 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포자낭(홀씨주머니)은 생식기탁의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서 포자(홀씨)가 떨어져 새로운 우산이끼가 싹트게 된다. 아래 사진은 동그란 접시 모양의 생식기탁을 가진 수그루다. 이곳에서 정자를 내보내면 암그루의 난자와 수정한다. 그런데, 우산이끼는 포자..

푼지나무, 암꽃과 수꽃

푼지나무(Celastrus flagellaris)는 노박덩굴과의 노박덩굴속 덩굴나무이다. 노박덩굴(C. orbiculatus)과 달리 기근(공기뿌리)이 있고 턱잎이 짧은 가시 모양으로 되어 떨어지지 않으며, 잎이 보다 작다. 산기슭 비탈진 암석지대나 숲 부근 등에서 바위나 돌담, 나무 등을 타고 오르며 자라는데, 노박나무와 잎과 꽃, 열매 등의 모양이 아주 비슷하다. 하지만 노박덩굴에 비해서 줄기는 가늘고 잎도 훨씬 작은 귀여운 나무다. 동전처럼 작은 잎에서 '푼지'라는 이름이 절로 연상되는 느낌이다. 다래덩굴처럼 벋어가는 특성으로 '청다래넌출'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4~5월에 꽃을 피우는데, 암꽃이 피는 나무와 수꽃이 피는 나무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이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1~3개의 황록색 꽃이..

분꽃나무(섬분꽃나무)와 산분꽃나무

아직은 이른봄이다 싶은 4월이면 분꽃나무는 꽃을 피운다. 야생화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홍릉수목원에 '산분꽃나무', '분꽃나무'도 꽃을 피웠다. 나무꽃으로는 앙증스러울 정도로 어여쁜 꽃이라 사람들은 카메라를 대고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홍릉수목원이 붙여준 이름 그대로 '산분꽃나무' '분꽃나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다. 두 꽃나무는 꽃과 잎의 형태와 질감, 그리고 색깔에 확실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산분꽃나무'는 화관이 가늘고 길며 붉은 데 비하여, '분꽃나무'는 화관이 두툼하고 짧으며 흰빛이 더 두드러진다. '산분꽃나무'의 잎은 얇은 데 비하여 '분꽃나무'는 다소 두툼하다. 그리고 '분꽃나무'는 개화시기가 좀 늦다. 홍릉수목원의 '산분꽃나무'는 산분꽃나무가 아니라 분꽃나무이다. 홍릉수목원의 '분꽃나무'..

깊은 산 골짜기의 새봄맞이, 큰괭이밥 Oxalis obtriangulata

아직 이르다 싶은 4월 초인데 계곡 속에는 봄이 일직 찾아든다. 노루귀, 너도바람꽃은 벌써 피었고 복수초,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햤다. 깊은 산 숲속 물맑은 골짜기에서만 피는 큰괭이밥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계곡 주변 바위틈에는 붉은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다섯 장의 흰 꽃잎을 조심스레 펼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다. 가녀리고 길다란 갈색 꽃대에 단 하나만 달린 꽃은 버겁다 싶게 큼지막한데,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꽃이다. 괭이밥의 꽃말이 '빛나는 마음'이라 하는데 화사한 꽃잎을 자랑하는 큰괭이밥에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꽃대의 아랫도리 부분에는 이제 갓 태어난 파란 잎들이 내년에 필 꽃들의 자양을 마련하기 위해 조심스레 오무린 손아귀를 펼치고 있다. 꽃이 지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