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168

일상의 행복과 그 속에 숨은 행운, 토끼풀(clover) 이야기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답던 추억 생각난다 그 바닷가 그대와 단둘이서 쌓던 모래성 파도가 밀리던 그 바닷가도 이제는 가버린 아름답던 추억 그대가 만들어준 이 꽃반지 외로운 밤이면 품에 안고서 그대를 그리네 옛일이..

가을 숲속의 꽃고사리, 고사리삼

고사리삼(Sceptridium ternatum)은 참 특이한 양치식물이다. 모든 생명들이 자기 존재를 알리는 봄과 여름에는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 때 부스스 일어나 땅 위로 고사리 같은 앙증맞은 푸른 잎새를 슬며시 밀어 올린다. 무성하던 풀들이 생기를 잃고 스러져 숲이 허전해 질 무렵 비로소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것이다. 생김새는 얼마나 단아한가. 짧은 잎자루에 여러 개의 깃털 모양의 잎이 모여 부채처럼 펼쳐지는 넓적한 영영엽은 땅바닥에 붙은 듯한데, 긴 잎자루가 줄기처럼 쑥쑥 자라 오른 영양엽은 보석처럼 동글동글한 포자낭을 조랑조랑 단 사랑스런 모습이다. 낙엽지는 휑한 숲속에 영양엽 하나와 생식엽 하나로 단아한 아름다움을 맘껏 뽐낸다. 그래서 '꽃고사리'라는 이름으로도..

연꽃(Lotus) 이야기, 하회마을 흰 연꽃을 감상하다가…

예정에도 없이 5년만에 찾게 된 하회마을은 다소 낯선 풍경을 거니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마을 가까이에까지 차를 타고 가던 예전과는 달리 한참 떨어진 곳에 상가와 함께 주차장이 생겼다. 1킬로는 더 되지 싶은 길, 유유히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걷는 강변길은 성가시기보다는 색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겨울에 왔기에 기억에 없는 것일까. 하회마을 입구에서 만난 연꽃 습지는 낯설고도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꽃이 거의 지고 있었지만 흰 연꽃만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따금씩 따가운 햇살을 파라솔로 받으며 멀리 강뚝길을 따라 걸어가는 여인들의 모습과도 어울려 풍경은 한순간 낭만으로 가득 차는 듯하다. 흙탕물에서 긴 꽃대를 올리고 한 송이씩 피어난 흰 연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찌든 일상을..

냄새 풍기는 청순미인 같은 꽃, 누린내풀(Coryopteris divaricata)

어여쁜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고 했던가. 풀꽃 중에도 이처럼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있다. 누린내풀이 바로 그러한데, 아래에서 보듯 바람에 하늘거리는 푸른 꽃들의 자태가 청순하고 가냘픈 미인에 못지 않은데, 손길이 살짝 닿기만 해도 고약한 냄새에 코를 감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찌 보면 액취가 심각한 청순미인이라고나 할까... 바이칼의 물빛이나 하늘빛보다 더 파란 꽃잎, 뱀이 혀를 낼름거리는 듯 내밀고 있는 기다란 꽃술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꽃술을 가만 들여다 보면 암술 하나가 수술 둘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마편초과의 나무로 역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도 어여쁜 꽃을 자랑하는 것으로 누리장나무가 있으니, 풀을 대표하는 누린내풀과 나무를 대표하는 누리장나무는 냄새 풍기는 청순미인으로..

붉은 열매 아름다운 산앵도나무(Korean blueberry)

철쭉이나 산철쭉, 진달래 등이 그렇듯 주류 진달래과 나무들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달지 않는데, 새큼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열매를 다는 나무들도 있다. 백두산에 자생하는 들쭉나무 열매는 들쭉술의 훌륭한 재료가 되고 있고, 그리 맛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예전 시골 아이들은 정금나무 열매의 새큼한 맛으로 군것질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전국의 높은산 능선 주변에서 자생하는 산앵도나무도 입추를 지날 즈음이면 따가운 햇살을 듬뿍 담은 붉은 열매를 매단다. 열매가 아주 작은 것이 먹기엔 좀 그렇지만 새큼달콤한 맛은 괜찮은 편이다. 맛이야 어쨌든 열매를 조랑조랑 달고 있는 풍경은 초여름에 피는 작은 꽃들에 못지 않게 앙증스럽고 아름답다. ↓ 천마산 ● 산앵도나무 Vaccinium hirtum var. kor..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중국 원산으로서 절이나 민가의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며, 옛날 양반집 정원에 심었기 때문에 ‘양반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명은 trumpet creeper라고 하는데 트럼펫을 닮은 꽃이 나무나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 오르며 트럼펫을 부는 듯한 모습 때문인지 꽃말은 ‘명예’, ‘자랑’, ‘자만’ 이다. 전설에 의하면 땅을 기어가는 가련한 꽃이었던 능소화가 소나무에게 ‘나도 먼 곳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하자, 능소화의 아름다움에 반한 소나무가 쾌히 승낙하여 나무나 담을 붙잡고 자라게 되었다고 한다. 또 임금을 기다리다 지쳐 죽은 궁녀의 혼이 덩굴꽃으로 피어났다는 비련의 전설도 전하고 있으니, 도도함이 표현된 서양의 꽃말과 비련을..

암꽃, 수꽃이 따로 피는 달래(Allium monanthum)

달래는 들달래, 쇠달래, 애기달래라고도 불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이다. 달래는 대개는 산지 초입 양지바른 계곡 주변 다소 습하고 서늘한 곳에서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중부 이북 지역에서 자생하며 남부지역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작은 풀이다. 4월에 부추보다도 훨씬 가느다란 잎이 한두 개 자라나고 하나의 꽃대 끝에 밥알 만한 작은 꽃이 달린다. 꽃은 대개 하나 달리지만 둘이나 셋 달린 경우도 흔하다. 영명이 'Uniflower onion'로 된 것은 아마도 꽃이 대개 하나만 피는 특성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흔히 알싸한 매운 맛의 미각을 돋우는 봄나물로 즐겨 먹는 달래의 제이름은 '산달래(Allium grayi)'로 되어 있으므로 혼동하기 쉽다. 산달래는 산과 들에 두루 흔하게 보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