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91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감국 향기에 취하다 (2)

아침에 흐리던 날씨가 해가 나면서 환해졌습니다. 바다의 물빛도 옥빛으로 맑아지며 토끼섬과 입파도의 풍경이 언뜻 그림엽서의 열대섬처럼 아득합니다. 옛날 이 섬은 유배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곳에 귀양살이 온 분들도 이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걸으며 복잡한 상념에 젖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섬 어디를 둘러 보아도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라곤 보이지 않는데 그들이 겪었을 삶의 고초가 어떠했을지 절로 상상이 됩니다. 토끼섬 뒤쪽의 모습이 점차로 선명히 나타납니다. 등대가 있는 풍경이 참 근사하지요. 당진화력발전소 두 알씩 짝을 지어 까맣게 익은 인동덩굴 열매 섬의 서쪽 해안에는 감국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차고 거센데 진한 꽃 향기 맡으며 마음은 따스해집니다. 이 녀석도 감국꽃일 듯한데 왜 이런 색깔..

우리 섬 여행 2007.11.20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감국 향기에 취하다 (1)

국화도의 마스코트 토끼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입파도 선유도 섬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만에 다시 뭉쳐서 국화도를 찾기로 합니다. 빗방울이 살짝 비치는 금요일 어스름지는 저녁, 한 주일의 고단한 노동에 지친 마음을 후련히 털고 각기 다른 곳에서 세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출발합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두 시간을 좀더 달린 끝에 석문방조제를 지나 당진의 장고항에 도착합니다. 작은 항구마을에는 식당의 불빛들만 환한데 고픈 배를 굴밥으로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만원짜리 비싼 밥이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항구의 어느 펜션에서 모두들 다시 만나 오 선생님이 가져온 더덕주 한 항아리와 신 선생님이 가져온 매실주 한 병을 다 비우며 즐거운 하룻밤을 보냅니다. 창밖에는 바람이 밤새 씽씽 서늘한 소리를 내며 산 언덕과..

우리 섬 여행 2007.11.20

선유도 여행 (7) : 낙조와 어둠에 잠기는 고군산군도

오후 4시 반에 육지로 나가는 마지막 배가 있다.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의 여유가 있어 서해 섬의 독특한 장례 풍속인 초분(草墳)을 찾아보기로 한다. 관광 안내도에 선유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곳에 초분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어 그 주변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고 안내 표지도 없다. 가까운 상가 주인에게 물어 보아도 그런 곳이 있는 걸 모른단다. 결국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는데, 숙소로 돌아와서 주인 할아버지에게서 이야기를 들으니 선유봉 아래 쪽에 있단다. 헉~ 그곳은 다시 찾아 갔다 오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다. 아쉽지만 그냥 포기하고 만다. 지금은 이곳에서도 사라져 버린 풍속인 초분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는지... 피문어를 이렇게 바지랑대에 매달아 말리고 있다. 동네 아저씨 한 분은 이곳의 ..

우리 섬 여행 2007.10.28

선유도 여행 (6) : 무녀초등학교 꼬마들과 축구 한판

선착장이 있던 진리를 지나면 산기슭으로 길은 가파르게 이어지고, 높다란 산허리에 무녀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걸려 있다. 무녀도로 이어지는 선유대교 역시 86년말 장자교와 함께 개통되었는데, 차량은 통과할 수 없는 좁은 다리이다. ▼ 선유대교에서 내려다 본 무녀봉과 마을 무녀도는 면적 1.75㎢에 5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고려 말경 이씨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촌락이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무녀도라는 섬 이름은 장구 모양의 섬과 술잔 모양의 섬 나란히 붙어 있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추는 형상 같아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옛 이름은 '서들이'였다는데, 이는 바쁜 일손을 놀려 부지런히 서둘러야 살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무녀1구를 '서들이' 무녀2구를 '모개미'라 ..

우리 섬 여행 2007.10.26

선유도 여행 (5) : 장자할매바위 만나러 장자도 가는 길

선유도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과 두 개의 커다란 화강암 봉우리 망주봉이 그림처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보여 준다.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명사십리라 하는데 선유8경의 하나이다. 휘영청 보름달 뜨는 밤이면 이 풍경은 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 해수욕장에 명사십리란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십리(4㎞)에 많이 못 미친다. 해수욕장 길이는 1.5㎞ 정도인데, 백사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최근 바지선으로 모래를 실어 날라서 모래언덕이 생겼다고 한다. 백사장은 한가롭게 거닐며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로 더욱 정겹다. 그저 말없이 거닐며 풍경에 젖어드는 사람들, 발 벗고 물결을 맞으며 장난치는 젊음들, 다정히 손잡고 기대며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또 개펄이 있는 곳에서 조개를 줍는 가족들... 섬들이 울을 치듯이..

우리 섬 여행 2007.10.25

선유도 여행 (4) : 남악리 몽돌해수욕장과 망주봉 주변

개천절 아침이다. 이 나라 한아버님 단군께서 이 땅에 세상을 처음 여신 날이니 국경일로 기념하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단군 할아버지로 해서 만들어진 '단일민족'의 신화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고 있는 현실 아닌가. 이 땅에 사는 누구이든 이 땅의 역사에 동참하면서 이렇게 하루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일어나자 마자 산책을 나선다. 아침의 맑은 공기가 폐부 가득, 상쾌한 기분을 느끼면서 느릿느릿 어제 일몰을 바쁘게 보았던 몽돌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슴프레한 하늘 아래 섬들도 바다도 아직 가을빛은 아니다. 남악리 마을의 어느 집 마당 화분엔 흰꽃나도사프란과 말라바시금치가 꽃을 피우고 있다. 말라바시금치는 그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인데, 생긴 모습과는 달리..

우리 섬 여행 2007.10.25

선유도 여행 (2) : 선유도 북단 산의 조망/ 바위손,실부추,층꽃나무,말오줌때,바위손,바위하늘지기

망주봉의 바위봉우리가 그림처럼 아름다워 선착장에 닿아서도 한 컷 더 담아본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선유도의 북단에 있는 선유3구 남악리의 어느 민박집이다. 숙소에서 차가 우리를 맞으러 나왔지만 다른 방문자들과 합승하기에는 자리가 비좁아 차가 숙소를 다녀올 동안 우리 일행은 걷기로 한다. 해안을 따라 우리가 걷는 길 주변은 상가들로 이어지는데, 길은 전동차(툭툭이?)나 자전거를 탄 관광객들이 분주히 지나다닌다. 그래도 숙소 차량 외에는 차량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별로 없으니 풍경은 한가로워 좋은 곳을 잘 선택해서 왔다는 생각이 든다. 망주봉 앞에 넓게 펼쳐진 갯벌이 얼마나 편안하고 넉넉한 풍경인가. 마침 밀물이 시작되었는지 작은 물줄기들이 고랑을 따라 앞다투어 밀려들고, 그 물줄기를 앞서기나 할 것처럼 망둥..

우리 섬 여행 2007.10.22

선유도 여행 (1) : 새만금 방조제와 나란히 달리는 선유도 뱃길

선유도 여행 (1) : 새만금 방조제와 나란히 달리는 선유도 뱃길 2007. 10. 02 개천절을 끼고 하루 전 우리는 호남선 KTX에 몸을 실었다. 9월 초 불갑사 여행 중에 의견이 모아져 제안된 선유도 여행에 무려 12명의 동료들이 호응해 용산역으로 모여 들었다. 나로서는 말로만 듣던 KTX를 처음 타 보는 것인데, 시속 300km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리까지 2시간이 채 못 걸려 도착하고, 대기하고 있는 이리- 군산 열차를 탄다. 오후 2시 50분, 군산항에서 선유도 들어가는 마지막 배를 탄다. 다행히 날씨는 쾌청하다. 선유도까지는 1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배를 타고 가는 내내 멀리 새만금 방조제가 옆으로 따르고 있다. 아니 배가 새만금방조제를 끼고 달린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 수평선 너..

우리 섬 여행 200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