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감국 향기에 취하다 (2)

모산재 2007. 11. 20. 22:58

 

 

 

아침에 흐리던 날씨가 해가 나면서 환해졌습니다.

 

 

바다의 물빛도 옥빛으로 맑아지며

토끼섬과 입파도의 풍경이 언뜻 그림엽서의 열대섬처럼 아득합니다.

 

 

 

 

옛날 이 섬은 유배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곳에 귀양살이 온 분들도 이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걸으며 복잡한 상념에 젖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섬 어디를 둘러 보아도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라곤 보이지 않는데

그들이 겪었을 삶의 고초가 어떠했을지 절로 상상이 됩니다.

 

 

  

 

토끼섬 뒤쪽의 모습이 점차로 선명히 나타납니다.

등대가 있는 풍경이 참 근사하지요.

 

 

 

당진화력발전소

 

 

 

두 알씩 짝을 지어 까맣게 익은 인동덩굴 열매

 

 

 

섬의 서쪽 해안에는 감국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차고 거센데 진한 꽃 향기 맡으며 마음은 따스해집니다.

 

 

 

이 녀석도 감국꽃일 듯한데 왜 이런 색깔로 핀 것일까요.

아니면 원예종 국화 씨앗이 이곳에 날아와서 꽃을 피운 것일까요...

 

 

 

몇 개 달리지 않은 꽃사과처럼 굵은 해당화 열매와

 

 

 

까치밥나무 열매 같이 여럿이 달린 작은 찔레 열매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어느 쪽이 더 마음이 끌리는가요?

나는 아래의 찔레 열매입니다. 나는 산골에서 자랐답니다.

 

 

 

다시 한번더 감국꽃을 담아봅니다.

산국과는 달리 설상화 꽃잎이 유난히 길어 보입니다.

 

꽃이 어찌나 크고 탐스러운지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그리고 진한 향기를 다시 한번 더 폐부 깊숙히 들이며 달콤함에 젖어 봅니다.

 

 

 

잘 보이지 않던 해홍나물이 바위틈에 숨어서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저렇게 뜨겁게 한 생이 저물어 갑니다.

 

 

 

노박덩굴의 저 노란 가종피와 붉은 씨앗의 색감은

이 계절의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듭니다.

 

동심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가을의 풍경이어서 사진을 담는데도 공을 들입니다.

 

 

 

 

남서쪽 도지섬이 보이는 곳으로 돌아서며

다시 한번 더 토끼섬을 담아 봅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굴밭이더군요.

 

아주 지천이어서 퍼질러 앉아서 굴이나 실컷 따먹어도 좋으련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보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 듯하여 발길을 재촉합니다.

 

 

 

팽나무 속의 이 나무는 이름이 무엇일까요...


열매가 검으니 팽나무는 아니고 검팽나무나 푸조나무, 폭나무, 풍게나무 쪽일텐데 열매자루가 짧으니 푸조나무로 볼까요.

 

 

 

그리고 벼랑 위에는 또 대나물꽃이 보입니다.

이 섬에는 대나물이 꽤 흔하게 자랍니다.

 

흰 꽃과 함께 갈색 씨방 속에 담긴 씨앗을 담아 봅니다.

 

 

 

 

그리고 남서쪽 방향으로 도지섬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 섬도 토끼섬과  마찬가지로 지금 같은 썰물 때에는 바닷길로 이어집니다.

 

 

 

 

 

섬의 이쪽 해안은 자연굴이 바위에 엄청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은 섬 사람들이 관리하는  곳인 듯합니다.

 

 

 

이것은 또 무슨 나무일까요...

 

 

 

분꽃나무 열매이겠지요.

이 섬에는 분꽃나무도 꽤 많이 자생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꾸지뽕나무 열매는

어쩌면 저렇게 풍성하게도 달렸는지요.

 

해안 절벽 위 워낙 높이 자란 가지에 달려 있어서

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도지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꽤 넓습니다.

 

파도가 거세게 부딪치는 걸로 보아 벌써 밀물이 시작된 듯이 보입니다.

 

 

 

 

갯가에는 도지섬에서 마을로 연결되는 콘크리트 길이 나 있습니다.

 

굴이나 바지락 등을 실어나르기 위한 길인가 봅니다.

 

 

 

꾸지뽕나무 잎과 열매 줄기의 모습을 다시 한번 더 담아 봅니다.

 

 

 

 

도지섬을 돌아 다시 동쪽 해안으로 접어드니

아침에 도착하였던 국화도 선착장과 등대가 멀리 나타납니다.

 

이곳 해안은 단조롭고 검은 자갈돌이 덮인 갯가는 칙칙합니다.

 

 

 

언덕 위 나뭇가지 끝에 흰 꽃이 피어 있어 살그머니 당겨서 담아 봅니다.

 

아마도 철 모르고 핀 벚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꽃나무 열매

 

 

 

 

이렇게 섬을 일주하고 나니 벌써 오후 1시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바쁘게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다시 펜션으로 돌아오니

바지락과 굴을 캐러 갔던 동료들이

그 사이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올려서 잡은 넙치로 회를 뜨기도 하고

매운탕과 바지락탕을 끓이기도 하며 점심식사를 거나하게 준비하느라 모두들 분주합니다.

 

나는 그저 숟가락과 젓가락만 들고 넙죽넙죽 받아먹기만 해도 되니

이렇게 팔자 좋고 호사스런 여행은 달리 없을 것입니다.

 

ㅎㅎ 어느 새 감국의 향기는 잊어 버렸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