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선유도 여행 (4) : 남악리 몽돌해수욕장과 망주봉 주변

모산재 2007. 10. 25. 14:12

 

개천절 아침이다. 이 나라 한아버님 단군께서 이 땅에 세상을 처음 여신 날이니 국경일로 기념하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단군 할아버지로 해서 만들어진 '단일민족'의 신화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고 있는 현실 아닌가. 이 땅에 사는 누구이든 이 땅의 역사에 동참하면서 이렇게 하루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일어나자 마자 산책을 나선다. 아침의 맑은 공기가 폐부 가득, 상쾌한 기분을 느끼면서 느릿느릿 어제 일몰을 바쁘게 보았던 몽돌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슴프레한 하늘 아래 섬들도 바다도 아직 가을빛은 아니다.

 

 

 

 

 

 

남악리 마을의 어느 집 마당 화분엔 흰꽃나도사프란과 말라바시금치가 꽃을 피우고 있다. 말라바시금치는 그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인데, 생긴 모습과는 달리 식용 채소로 쓰인다고 한다.

 

 

흰꽃나도사프란

 

 

 

 

 

말라비시금치는 관엽식물로, 또는 과즙을 염료로 이용해 왔다. 원산지인 열대아시아에서는 다른 채소와 마찬가지로 쌈이나 샐러드 등으로 식용되고 있고 카로틴과 비타민C,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장을 부드럽게 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황궁채, 또는 말라바시금치

 

 

 

 

 

 

 

몽돌해수욕장

 

 

이름 그대로 주먹만한 몽돌이 해안을 덮고 있는, 남악리 북쪽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해수욕장이다. 물가로 내려서니 파도가 칠 때마다 몽돌들이 부딪치며 자그르르 소리를 내는데 듣기에도 경쾌하다.

 

 

 

 

 

 

해안 절벽에 드문드문 꽃을 피운 해국

 

 

 

 

먹고 버린 씨앗에서 자라난 싶은 참외 꽃

 

 

 

 

 

 

그리고 다음 장면은 선유도 자전거 일주를 끝낸 뒤 남악리 오른쪽 해안선을 돌아보며 만난 것들이다.

 

 

 

때늦은 꽃을 피운 벚나무

 

 

 

 

 

멀리 갯바위 너머로 보이는 관리도

 

 

 

 

갯장구채 열매

 

 

 

 

해국 근생엽일까...?

 

 

 

 

 

망주봉과 선유도해수욕장과 작은 섬들이 만드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

 

 

 

 

 

아기를 업은 모습의 장자할매바위

 

 

 

 

숙소 뒤 작은 텃밭에 핀 뚱딴지 꽃

 

 

 

 

 

민박집에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선유도 일주 여행을 나선다. 

 

 

선유 3구인 이곳에서 출발하여 망주봉, 선유도해수욕장을 거쳐 장자대교, 장자도, 대장도를 돌아본 다음 선유대교 건너 무녀도를 구경하게 될 것이다.

 

 

 

 

 

속도를 즐기며 모두들 씽씽 달려가는데, 나는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풀꽃들 눈맞춤하고 풍경도 담고, 속도로부터 벗어난 한적한 섬에서, 세월아 가거라 느긋하게 오늘 하루의 시간을 얌냠 음미하기로 한다. 아침과는 달리 오전의 햇살이 맑아졌다.

 

처음 보는 것이어서 무엇인지 몰라 몹시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장구밥나무 열매란다. 잎과 수피를 보고 닥나무와 가까운 종이거나 팥꽃나무과인 주로만 알았다. 꽃만 보다가 열매를 보니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과연 두 알씩 붙어 있는 열매의 모습이 장구 같지 않은가.

 

 

 

 

 

햇살 좋은 길가 언덕에 핀 잔대 꽃

 

 

 

 

갯고들빼기일까 싶어서 담았는데 아무래도 이고들빼기인듯...

 

 

 

 

 

넓게 드러난 갯벌 너머로 보이는 선유봉과 장자도

 

 

 

 

 

그렇게 만나고 싶던 여우팥 꽃이 길가 풀섶에 남아 있다. 아마도 이 녀석이 가장 늦게 핀 여우팥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쉽게도 또 보고 싶었던 여우콩은 종내 꽃과 열매 둘 다 볼 수 없었다. 

 

 

 

 

 

앞서 달려간 동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망주봉 못 미쳐 갈림길에서 나는 망주봉을 오른쪽으로 끼고 왼쪽 전월리 쪽으로 들어선다. 망주봉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전월리는 '밭너머'에 있는 동네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앞 바다는 넓은 개펄을 드러내고 있는데 갈대가 밭을 이루고 있다.

 

 

 

다시 길을 따라 얼마간 더 가니 망주봉이 끝나는 곳에 몇 집 되지 않는 신기리라는 마을이 나타난다. 망주봉 앞으로 펼쳐지는 넓은 개펄, 이곳을 선유팔경의 하나인 '평사낙안'이라고 한단다.

 

평사낙안은 선유도 마을 뒷산에서 망주봉을 바라보면 은빛의 모래사장이 보이고, 가운데에 잔디밭이 있고 수령을 알 수 없는 팽나무 한 그루가 자리잡고 있는데 4개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있고, 모래 위에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동쪽 신기리에서 바라본 망주봉

 

 

 

 

 

민가 옆 낮은 산 언덕에 핀 구기자 꽃

 

 

 

 

 

이제 망주봉 앞으로 돌아서 다시 선유도해수욕장 쪽으로 페달을 밟는다. 망주봉 아래, 바로 앞에 보이는 습지에서 갯개미취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잠시 살펴 보기로 한다.

 

 

 

 

 

갯개미취꽃도 꽃이지만 줄점팔랑나비들도 떠들썩하니 날아다니고 있다. 너럭바위에는 큰꿩의비름 붉은 꽃들도 피었다.

 

 

 

 

 

 

 

그리고 나문재로 보이는 녀석도, 대부분 열매를 달고 있었지만, 꽃밥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여 담아 본다.

 

 

 

 

 

선유도해수욕장(명사십리해수욕장) 사주가 멀지 않은 갯가 언덕에는 갯사상자가 열매를 조랑조랑 달고 앉았다.

 

 

 

 

바닷가의 이고들빼기

 

 

 

 

 

다시 사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망주봉을 바라본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2개의 산봉우리가 선유도 한 가운데 나란히 서 있는데,

군산에서 타고 오는 배 위에서도 수평선 너머 아스라히  바라보이는 이 풍경은 선유도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해발 152m의 이 봉우리가 여름철에 큰비가 내리면 큰 망주봉에서 7∼8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망주폭포'라고 하는데, '선유8경'의 하나가 되었다.

 

 

망주봉에는 천년 도읍을 이루기 위하여 왕이 되실 분이 북쪽에서 선유도로 온다는 말에 젊은 부부가 나란히 서서 북쪽 방향을 바라보고 기다리다 굳어져 바위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큰 봉우리는 남편 봉우리이고 작은 봉우리는 아내 봉우리라는 이 전설은 위대한 지도자를 기다리는 섬사람들의 안타까운 소망을 담고 있다. 이 전설은 조선시대의 비결서인<정감록>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범씨가 고군산(선유도)에서 천년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다스린다는 믿을 수 없는 예언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는 다르게 섬에 유배된 선비가 임금을 그리워하며 이 바위산에 올라 한양을 바라본 데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전한다.

 

 

 

 

깎아지른 바위절벽이라 등반하기 어려울 듯한데, 망주봉은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정상에 오를수 있다고 한다. 예전엔 명사십리 쪽인 이 절벽으로 밧줄을 타고 올랐다고 한다. 망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압권이라는데, 장자도, 관리도, 보농도, 광대도, 횡경도,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등 고군산군도의 모든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서해 제1의 낙조대로 선운산 낙조대, 변산 월명암 낙조대 등이 있지만 낙조의 격은 망주봉에 비할 수 없다고 한다. 미리 정보를 알았더라면 엊저녁 일몰을 이곳에 올라서 보았을 것을...

 

 

 

이 녀석의 이름은 무엇인지... 갯댑싸리로 보기에도 버들명아주로 보기에도 뭔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갯질경이 꽃, 이 반투명의 노란 꽃잎을 제대로 담아 봐야지 하고 꽤 노력했는데도 이런 모습으로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제 해수욕장과 사주 언덕을 거쳐 장자도 쪽으로 이동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