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되어 살다가 섬이 그리워져 남해의 외로운 섬, 소매물도를 찾는다. 누님 저 혼자 섬에 와 있습니다. 섬에는 누님처럼 절벽이 많습니다. 푸른 비단을 펼쳐놓은 해안가를 거닐다가 소매물도 다솔커피숍에 철없이 앉아 풀을 뜯고 있는 흑염소들의 뿔 사이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봅니다. 누님이 왜 섬이 되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하룻밤 묵고 갈 작정입니다. 정호승 시인이 썼다는 소매물도 문 닫은 분교에 남긴 '소매물도에서 쓴 엽서'라는 시 한토막이다. 욕망과 욕망이 거센 파도가 되어 부딪치는 도시에서 외로운 섬이 되었다가 파도가 버거워진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섬으로 찾아든다. 서울을 떠나 육지의 끝을 향해 달려서 닿은 육지의 끝 통영, 다시 그곳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바닷길을 달려서 닿는 곳이 매물도다. 거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