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91

소매물도(1) 절벽이 되어 파도를 맞이하는 섬

섬이 되어 살다가 섬이 그리워져 남해의 외로운 섬, 소매물도를 찾는다. 누님 저 혼자 섬에 와 있습니다. 섬에는 누님처럼 절벽이 많습니다. 푸른 비단을 펼쳐놓은 해안가를 거닐다가 소매물도 다솔커피숍에 철없이 앉아 풀을 뜯고 있는 흑염소들의 뿔 사이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봅니다. 누님이 왜 섬이 되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하룻밤 묵고 갈 작정입니다. 정호승 시인이 썼다는 소매물도 문 닫은 분교에 남긴 '소매물도에서 쓴 엽서'라는 시 한토막이다. 욕망과 욕망이 거센 파도가 되어 부딪치는 도시에서 외로운 섬이 되었다가 파도가 버거워진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섬으로 찾아든다. 서울을 떠나 육지의 끝을 향해 달려서 닿은 육지의 끝 통영, 다시 그곳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바닷길을 달려서 닿는 곳이 매물도다. 거제도..

우리 섬 여행 2009.02.16

청산도 여행 (7) 초분(풀무덤)

해질 녘 지리해수욕장에서 국화리로 넘어가는 도중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에서 초분을 만난다. 지난 해에 돌아가신 분의 초분이라는데 처음 만나는 초분에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에 젖으며 우연히 현장에서 만난 이장 님으로부터 초분이라는 장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는다. 초분은 이름 그대로 '풀무덤'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나 관을 땅 위에 올려 놓은 뒤 짚이나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는 풀무덤이다. 초분을 하는 이유는 상주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죽은 즉시 묻는 게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될 때, 또는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민간 신앙 등의 이유로 행해졌다. 전염병으로 죽거나 객지에서 죽었을 때, 익사자의 경우 시신의 물을 빼기 위하여, 집안이 가난해서 장지를 구하지 못..

우리 섬 여행 2008.01.12

청산도 여행 (6) 한겨울에 쑥부쟁이 꽃이 환하게 핀 화랑포 해안 언덕

얼핏 바다를 향하는 악어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거북 같기도 한 화랑포곶을 한 바퀴 도는 길은별나게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당리 '서편제' 촬영지와 '봄의 왈츠' 촬영지를 지나 한 바퀴 일주하는 동안 바다와 나란히 달려서 좋고 한적한 길이어서 더욱 유쾌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쉽고도 의아한 것은 당리에서 들어가는 길은 한동안 좁고 호젓한 길인데 갑자기 잘록한 등성이에서 일주도로가 갈라지는 곳부터는 느닷없이 넓은 아스팔트길이 펼쳐지는 것... 아마도 최근에 도로확장 공사를 벌인 것임에 틀림없어 여기저기 확인을 해보니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인된다. 멀리서 보아도 뚜렷한 일주도로 확장 공사 흔적으로 자연 생태와 경관의 훼손이 적잖이 있었던 듯... 호젓한 산책길로 남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데 이 도..

우리 섬 여행 2008.01.11

청산도 여행 (2) 당리 '서편제' 촬영지, '봄의 왈츠' 촬영 세트장

청산도에 도착하자마자 해지기 전까지 남은 두어 시간을 일주 도로를 따라 편하게 대강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처삼촌 벌초하듯 여기 힐끗 저기 비죽, 체계도 없이 돌아보게 되는데, 게다가 해질녁의 차가운 바람이 거세니 일행은 차에서 내리기도 싫어 차 안에서 눈길 한 번 던지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고인돌도 하마비도, 상서리 돌담길도 그렇게 지나쳤지만 그래도 서편제 촬영지만큼은 모두들 내려서 돌아본다. ▶ 촬영지 1 도청항에서 동쪽 고개를 넘어서면 나타나는 당리 마을, 그 속에 서편제 촬영지가 자리잡고 있다. 온통 울긋불긋한 페인트칠을 한 함석지붕이 가득한 마을에 돌담으로 울을 두르고 새로 이은 지붕이 다정스런 초가집... 집 마루에는 소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아버지 유봉과 혈연이 없는 두 남..

우리 섬 여행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