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국화 향기에 취하다 (3)

모산재 2007. 11. 20. 23:52


늦은 점심을 광어회와 매운탕으로 배불리 먹고

나는 먼저 자리를 털고 카메라를 메고 나갑니다.

 

이번에는 국화도 산능선을 따라 돌아볼 생각입니다.

 

이 시간 모두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즐길 예정이었는데,

횟감이 충분하니 그냥 널널하게 자유 시간으로 되었습니다.

 


 

숙소 언덕 뒤를 돌아 올라가는데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가 보입니다.

 

가만 보니 열매 두개가 붙은 모양이 낯익습니다.

분명 장구밥나무입니다. 장구처럼 생긴 밥?

물론 사람이 먹는 밥이 아니라 새들이 먹는 밥이겠지요.

 

 

 

 


길가 풀섶에는 꼭두서니 열매가 머루처럼 고운 빛깔로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등성이로 올라서니

어느 새 토끼섬은 바닷물 속에 갇혀버린 모습입니다.

 

멀리 입파도가 이젠 너는 내 편이야, 하고 소리치는 듯합니다.

 

 

 


쥐꼬리망초를 이 섬에서 보니 새삼스럽습니다.

꽃이삭이 쥐꼬리를 닮긴 닮았지요...?

 

 

 


등성이로 난 길은 국화도라는 이름을 헛된 것이 아니라는 듯

여러 가지 국화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인위적인 꽃밭이 부담스러운 느낌도 없진 않지만

이렇게 멀리서 보는 풍경이 제법 화사합니다.

 

 

 

만수국이라고 부르는 메리골드,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꽃이지만

이곳에서는 맑은 햇살과 바람 덕에 꽃색도 맑아서 제법 정이 듭니다.

 

 

 

 


길가에는 여러 종류의 국화가 피었습니다.

 

흔하게 보이는 국화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꽃잎의 색깔만 다를 뿐 감국과 거의 다름 없는 이 하얀 꽃잎의 국화와

 

 

 

겹꽃으로 핀 이 노란 국화에 내 맘이 빼앗기는군요.

 

 

 


뜻밖에 붉은 열매가 온전하게 달린 천남성이 숲속에 더러 보입니다.


그런데 잎이 달린 모양을 보면 그냥 천남성이나 넓은잎 천남성,

그리고 큰천남성과도 다르고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남성과 닮았습니다.

 

 

 


요 녀석은 뭘로 보아야 하나요...

그냥 왕고들빼기일까요.

 

 

 


낙엽조차 다 져버린 쓸쓸한 늦가을 숲속에

이고들빼기 불꽃이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줍니다.

 

 

 

 


이것은 또 무슨 나무로 봐야 할까요...

 

비슷한 모양의 나무가 많아서 아리송하기만한데

고수님들의 의견을 들으니 황벽나무일 듯합니다.

 

줄기가 어려 코르크질 수피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잎 모양과 잎맥의 모양이 황벽나무와 거의 일치하는 듯합니다.

 

 


 

이것은 새팥 열매로 봐야 할까요...

 

 

 

 


해안에는 비교적 커다란 감국꽃이 대부분이었는데

산길로는 작은 산국꽃이 주로 보입니다.

 

 

 


이 녀석들은 큰망초의 겨울나기로 봐야 할까요...

 

 

 


풀숲엔 방울비짜루가 노랗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들쳐 보니 아니나다를까,

빨간 열매가 조랑조랑 이렇게 늦게까지 달려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요.

 

 

 

 


참으아리는 마치 늘푸른식물인 양 저렇게 철없이 독야청청입니다 그려.

 

 

 


이건 그냥 작살나무일까요...

 

서울 주변에서는 이렇게 열매가 많이 달린 작살나무를 보기는 어렵거든요.

톱니가 잎밑까지 발달했으니 좀작살나무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새비나무나 왕작살나무쪽일 듯한데,

익숙치 못해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군요.

 

 

 

 


젊은 아지마씨 몇 명이 여기서부터 나를 따라잡는군요.

이것저것 눈 앞에 보이는 식물들은 다 물어봅니다.

 

뭐 사진작가이냐고까지 물어대는데 ㅎㅎ...

 


 

조밥나물도 한쪽에 숨어 있네요.

역시 노란 꽃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가을꽃은 대개 보랏빛이거나 노란 꽃인데

보랏빛꽃은 왠지 마음을 쓸쓸하게 저 푸른 허공 속으로  흔들어 놓지요.

 


 

이 푸르딩딩한 꽃이삭을 가진 여뀌의 이름은 또 무엇인가요...

흰여뀌 같기도 한데 검은무늬 뚜렷한 저 잎이 석연치 않습니다.

 

 


 

그냥 개발나물인가 했는데 잎에 날개 같은 것이 있는 것이 흰바디나물인 듯합니다.

흰바디나물이 이 섬에까지 자생하는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등골나물꽃도 여지껏 피어 있네요.

 

 

 


풀섶에 몰래 열매를 맺은 괭이싸리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남족 끝 등성이에 이르러 보니

도지섬의 바닷길도 이미 물 속에 잠기었습니다.

 

조류가 얼마나 급하게 흐르는지 멀리서 보아도 거센 물살이 느껴집니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낙조를 보러 낙조대 쪽으로 갑니다.


서쪽 하늘에 구름이 잔뜩 덮여서 일몰을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정자에서 내려다보니 선착장과 등대도 거의 물에 잠기려 하고 있습니다.

늘 그런지는 모르지만 밀물 때 저 선착장과 등대 가는 길은 물에 완전히 잠긴다고 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개망초꽃이 환하게 보이는 걸 보니

오늘 일몰은 보기 글렀나 봅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종인지 꽃 모양이 달라보입니다.

 

꽃의 크기도 애매한데,

이쯤 되면 산국, 감국, 갯국화가 막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양대로 북쪽 끝까지 가봤지만

낙조대라는 곳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벌써 어두워지는 하늘 낙조대가 있어 봤자

낙조를 보기는 어렵게 되었는데

일행인 '처자'들을 만나

아쉬운 마음에 함께 서쪽 해안길로 내려섭니다.

 

 


쥐꼬리망초 꽃이 무더기로 핀 것이 눈에 띕니다.

저렇게 흔하디 흔한 쥐꼬리망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왜 없는지...

 

 


 

물에 잠긴 토끼섬,

아직은  해가 넘어가지는 않은 것인지 멀리 입화도까지 윤곽이 또렷합니다.

 

 

 


 

산길 옆 스산히 바람 타는 억새밭을 보며

'처자'들은 알 수 없는 감동에 젖어드는 듯합니다.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다 볼 수 있다는 국화도에서

저녁 해는 구름 속에 숨어 버렸습니다.

 


저 멀리 서쪽으로 노을 빛 아래 가물가물 보이는 섬은 어디일까요. 

 

지도를 보며 요리조리 생각해보니 방향과 생긴 모양으로 봐서

난지도 동쪽에 있는 육도라는 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진화력발전소도 점차 어둠 속에 잠겨 들고

 

 

 


토끼섬도 거센 물결에 밀리듯 조심스레 어둠을 맞이할 자세입니다.  

 

  

 


멀리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그냥 바다는 아닐 것입니다.

(이 분이 누구냐고요? 제가 누군지 알고 있는 분입니다~.ㅎㅎ)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일몰의 장관을 보지 못하여도

저 풍랑 거센 서쪽 해안에서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그래서 아직 내 가슴 속에 말로 다하지 못하는 그 무엇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여전히 내게는 아름다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