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광덕산에서 만난 생명들
2006. 10. 21 토요일
일과가 일찍 끝나 동료 선생님들과 포천 광덕산 산행에 나서다.
등산 위주로 일정이 진행되는 줄 알고 따라 나선 길인데, 가을 단풍 구경 드라이브처럼 되었다.
광덕산은 철원과 맞닿은 곳에 있는데, 20여 년 전 군대생활 이후로는 처음 밟아보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도로가 새롭게 난 탓인지 많이 지나 다녔을 법한 곳인데도 낯설어 보이기만 한다.
백운계곡을 지나 고개마루를 살짝 넘은 곳에서 광덕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정상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
민가가 있는 입구 길가엔 환경위해식물인 둥근잎돼지풀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데,
단풍잎돼지풀과 종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둥근잎과 단풍잎이 한 줄기에 동거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유난히 하얀 미국쑥부쟁이꽃도 활짝 피었다.
아마도 여름 이후에 자란 새 줄기에서 핀 꽃이라서 그런 듯하다.
길 위 언덕엔 뜻밖에 개미취꽃들이 만발했다.
야생에서 핀 개미취꽃은 처음이라 정말 반갑다.
그리고, 그 옆엔 싱아도 때늦게 희고푸른 꽃을 피우고 있다.
오른쪽 아래 마을로 흐르는 계곡은 단풍으로 가득하다.
등산로를 접어드니 금방 잣나무 숲,
조금 오르자마자 먼저 눈에 띈 녀석은 은난초, 씨방 하나만 달랑 달고 겨울맞이 태세다.
산속의 풍경은 거의 겨울이나 다름없이 풀들은 다 말라 버렸고, 나무들도 모두 잎을 떨구었다.
다만 양지쪽 일부에만 단풍이 남아 안간힘으로 달아나는 가을을 붙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냥 이런 풍경...
투구꽃 군락이 많았는데 씨방까지 말라비틀어질 지경으로 겨울이나 다름없는 풍경.
산 속에서의 등산 길 내내 꽃 한 송이 발견할 수 없었다.
잠시 오르막길에서 일행을 불러 한 컷 찰깍.
단풍취 씨방
여로의 씨방이 이렇게 생겼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게 뭘까? 씨방이 장구채처럼 딱딱해 보이는 것이 낯설기는 한데
그 크기와 모양이, 그리고 길쭉한 잎이 마주난 모습으로 보면 용담일 듯하다.
하늘나리씨방
정상(1045m)인데, 시야가 열리지 않아 정상에 오른 즐거움이 반감된다.
한쪽으로 멀리 내려다 보이는 곳이 있지만, 어딘지....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하산길
등골나물은 씨앗을 날리고 있는 모습이고
푸름을 자랑하는 유일한 녀석은 관중으로 보인다.
이건 또 뭘까... 송이풀 식구일까?
모싯대일까, 잔대일까?
이것은 잎의 모양과 열매의 차례로 보아 개시호일 듯하다.
오를 때 미처 눈여겨 보지 못했던 풍경을 골라 담고...
이건 맑은대쑥인가, 넓은잎외잎쑥인가...
산을 내려와 골짜기의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늦은 오후의 햇살이 만드는 가을의 풍경들을 아쉽게 감상하다.
올 때 점심을 먹었던 곳(김치말이국수 식당)에서 술이나 한잔 할까 들렀다가 마땅치 않아 태릉으로 되돌아오다. 막걸리 한잔으로 회포를 풀고...
식당 옆에 있던 두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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