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늦가을 대모산을 오르며

모산재 2006. 11. 12. 13:11

늦가을 대모산을 오르며

2006. 10. 15 일요일

 

 

10월 중순,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햇살이 따스해 대모산 너머 남쪽의 풀꽃들이 생명력을 맘껏 뽐낼 것 같아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선다.

날씨는 따스하지만 가을 가뭄에 시야를 막는 뿌연 대기가 숨막힐 듯한데, 수서역에서 오르는 등산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산 속에 포근히 앉은 빈 밭, 보랏빛 가지 꽃과 열매가 텅빈 밭의 쓸쓸함을 다소 누그려뜨려 주고 있다.

 

 

 

 

밭가에는 자귀풀이 꼬투리를 달고 겨울 채비를 하고 있고,

 

 

 

여뀌바늘도 비스듬히 누워 따스한 햇살을 쪼며 찬 바람을 피하고 있다.

 

 

 

교수마을  뒤쪽  작은 물웅덩이엔 7월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부들, 물상추, 물양귀비가 어느 새 가득 들어서서 자랐고, 물양귀비 노란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다.

 

 

 

물상추

20도가 넘어야 살 수 있는 열대식물인데도 야생에 적응을 한 것일까...

작년 겨울 허옇게 마른 풀들을 본 후 올해 여름이 올 때까지 흔적이 없었는데, 어느 새 이렇게 다시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볼 수 있을는지...

 

 

 

물양귀비

양귀비가 이 보다 아름다웠을까. 관상용으로 남미에서 들여온 녀석인데, 이젠 귀화식물이 되었다 할 정도로 야생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꽃이다.

 

 

 

그리고 농장의 들엔 여러 가지 원예종 풀과 나무들...

 

꽃보다도 보석 같은 보라색의 열매가 더 아름다운 작살나무

 

 

 

조릿대와 비슷하지만 목질이 덜 느껴지는 조릿대풀, 흰줄무늬사사

 

 

 

꽃은 댕강 떨어지고 꽃받침이 꽃처럼 남은 꽃댕강나무

 

 

 

홍자단 열매

촘촘이 융단 보석처럼 붉게 피었던 자리에 붉은 열매 몇알이 남았다. 

 

 

 

시들어가는 가을 향기, 구절초

 

 

 

못골마을을 향해 다시 산을 넘는데, 산등성이는 온통 서양등골나물들...

 

 

 

두릅도 어느듯 까만 열매를 달았고,

 

 

 

묏등엔 벌초 후에 다시 자라난 조밥나물들이 유난히 샛노란 꽃들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보물찾기하듯 찾아낸 큰벼룩아재비꽃!

 

 

 

갑자기 참나무 숲에서 딱~ 딱~ 딱~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려 가만히 정탐해 보니 과연  딱다구리 녀석이다. 커다란 참나무 가지 하나 군데군데 쪼아 상처를 남겼다.

 

 

 

쑥부쟁이도 다시 자라나서 꽃들을 피웠다.

 

 

 

작년에 군락을 이뤘던 장구채는 예초기 세례에 거의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는지, 몇개체밖에 보이지 않는다.

 

 

 

골짜기 농장의 연못엔 아마도 마지막일 듯한 연꽃이 청초하게 피었다.

 

 

 

이 엉겅퀴도 예초기를 맞고 다시 줄기에서 싹을 틔워 자라는 바람에 철늦게 꽃을 피운 듯하다.

 

 

 

 

미역취

 

 

 

도깨비바늘, 흔했지만 다섯잎의 꽃이 온전히 달린 것은 남아 있지 않다. 올해도 때를 놓쳐 이 녀석의 온전한  모습을 담지 못하고 만다.

 

 

 

묏등 위엔 붉은서나물들이 잔치를 벌이는 듯하다.

 

 

 

 

마을을 지나며,

 

아그배나무

 

 

 

다시 산 아래 밭을 지나며

당근, 빨간 뿌리 윗부분이 살짝 보인다.

 

 

 

제비콩(=까치콩=편두)과 베짱이

 

 

 

제비콩 열매

 

 

 

대모산 꼭대기를 향해 오르고

뿌연 매연 속에 드러나는 강남땅, 일년의 대부분이 저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흐린 모습이다.

저 멀리 북한산 도봉산이 그림처럼 가까이 보이는 맑은 날은 열 손가락을 꼽기 어려울 것...

 

 

 

건너편 구룡산 너머 매연 속으로 해는 지고...

 

 

 

 

산해박 열매를 마지막으로 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