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10월 초순, 가을 대모산 언덕의 야생화

모산재 2006. 10. 30. 22:34


10월 초순, 가을 대모산 언덕의 야생화


2006. 10. 04  (수)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날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날 대모산 언덕을 오랜만에 찾는다.

잘 오르지 않던 길, 산 언저리의 작은 밭들 사이로 난 길로 접어드니,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황금보다도 더 따뜻한 뚱딴지꽃(=돼지감자꽃)이다.

 

 

이렇게 화려한 꽃에 누가 뚱딴지니, 돼지감자니 하는 이름을 붙였을꼬...

오후의 햇살에 꽃색이 더욱 찬란한 황금빛을 띠어 따스하고도 화려하다.

 

 

 


그리고 용설채로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 꽃이 지고 난 모습으로 맞이한다.


아래 녀석들은 꽃이 아직 피지 못한 것인데 유일하게 핀 꽃 한 송이를 담았다.

채소로 기른다는 것만 빼면 왕고들빼기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고들뺴기

산 언덕엔 꽃이 거의 보이지 않고 그늘진 빈 밭에 해맑은 모습으로 핀 모습이 아름답다.

 

 

 

등산로 주변 풀섶은 온통 서양등골나물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

10여 년 전만 해도 거의 보이지 않았던 녀석들이 등산로 주변만 아니라 숲의 빈 곳은 거의 다 메꾸고 있다. 

 

 

 

묏등에 도착해 제일 먼저 반기는 녀석들은 쑥부쟁이.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는지 아직 입술 붉은 소녀처럼 살짝 피는 꽃봉오리가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다.

그래도 활짝 제대로 핀 녀석들만 카메라에 담는다.

 

 

 

 

층층이꽃

이 녀석은 철을 가리지 않는지, 초여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꽃 핀 모습을 보인다.

 

 

 

층층잔대

 

유달리 이곳은 층층잔대의 천국이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로 예초기 세례를 받았건만 놀라운 생명력으로 자라 벌써 꽃까지 피웠다.

 

 

 

조밥나물

역시 예초기의 칼날을 비켜서지 못했건만 잘려진 줄기에서 새 가지를 내어 불꽃처럼 뜨거운 꽃을 피웠다.

 

 

 

쑥부쟁이

오히려 예초기 때문에 작은 가지들이 많이 벌어 꽃다발 모양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부추

꽃색이 그늘에서 부는 가을 바람처럼 맑고 서늘하다.

 

 

 

패랭이꽃

 

 

 

이 나무의 이름은...?

아마도 노린재나무일 듯하다.

 

 

 

층층잔대의 뿌리잎이 과연 저렇게 넓단 말인가!

작년, 야생화 사이트에 저 뿌리잎만 보이는 이미지를 올려 물어봤더니,

동의나물이라는 대답이 있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봄부터 아무리 살펴도 동의나물 꽃은 보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야 이 모습 보고 다른 풀들이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난 탓이겠지 했는데,

웬걸, 층층잔대 선 곳마다 뿌리 부분엔 저런 모양의 잎들이 둘러섰다.

 

 

 

작두콩

크기도 해라, 길이가 웬만하면 한자는 되어 보인다.

 

 

 

큰벼룩아재비

묏등 언덕 잔디 밭 곳곳에 단풍이 든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땅에 바빡 엎드려 보지 않고는 눈에 띄지 않는 정말로 작은 꽃, 벌써 꽃은 지고 없다.

가을이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지나가고 있음을 이 녀석을 통해 새삼 느낀다.

 

 

 

톱풀

이 녀석이 가장 늦게까지 남은 톱풀꽃일까...

 

 

 

개솔새

솔새는 안 보이고, 개솔새들이 꽃을 피우고 잎들도 단풍이 곱게 들고 있다.

 

 

 

 

오이풀을 배경으로 산부추 5형제 부추! 찰깍

 

 

 

미역취

추석이 빨랐던 작년 이맘때면 묏등은 온통 미역취 노란 꽃으로 불붙는 듯했는데, 올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너무 늦게 예초기 세례를 받는 바람에 회복할 시간을 벌지 못한 탓이다.

 

 

 

개쑥부쟁이

역시, 지천이던 꽃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추석이 늦은 해는 양지바른 묏등의 풀꽃들에게는 재앙의 해라는 생각이 든다.

거꾸로, 추석이 빠른 해는 풀꽃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는 생명의 기쁨을 맘껏 누리는 해가 되는 것 같다.

 

 

깃털을 달고 날아갈 준비를 하는 왕고들빼기 종자

 

 

 

참새피

 

 

 

 

미나리아재비

서늘한 바람에 봄인 줄 알고 꽃을 피웠겠지. 꽃의 빛깔에도 가을 기운이 서려 있다.

 

 

 

산해박 열매

산해박이 박주가리과라는 사실을 참으로 의아스러워했는데,

처음 본 이 열매로 정녕 박주가리 식구(family)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과꽃

아파트 입구,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과꽃 붉은 꽃이 어둠을 물리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