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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산지, 쩡쩡 얼음 갈라지는 소리를 듣다

모산재 2005. 12. 27. 21:38

 

청송 주산지, 쩡쩡 얼음 갈라지는 소리를 듣다

2005. 01. 05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의 한 골짜기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주산지,

추운 겨울인데도 찾는 발길들이 꽤 많다.

 

학교 운동장만한 아담한 호수는 두꺼운 얼음에 덮여 있다. 간간히 쩡쩡 소리를 내며 얼음 갈라지는 소리는 유년의 기억을 일깨우며 맑고 서늘한 겨울의 감성을 살려 놓는다.

 

호수 속에는 약 150여 년이나 묵은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그 풍치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아름다운 풍치로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었을 것이다.

 

주산지는 숙종 46년(1720년)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 경종 원년에 준공한 인공 호수인데, 준공 이후 현재까지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호수 둑 위에는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주문 옆에 있던 아름드리 왕버들

 

 

 

 

 

 

 

 

 

 

 

 

 

 

 

 

 

 

 

 

 

 

 

 

 

 

 

 

 

주산지 주변 산길을 걷다보면 밑동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아름드리 소나무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일제시대와 해방 후 어려웠던 시절, 송진을 채취하려는 인간들의 칼질 흔적이다. 전국 산지의 아름드리 소나무엔 이런 흉터를 종종 볼 수 있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장면들

 

 

 

 

 

 

 

 

 

 

 

영화의 줄거리

 

만물이 생성하는 봄, 노승과 동자승 단 둘이 사는 숲속 호수 속 작은 암자. 개구리와 물고기에 돌멩이를 매달고 살생을 저지르며 노는 봄날의 동자승.

 

소년으로 자란 어느 여름, 암자에 요양 온 소녀와 사랑(정염)에 빠져 산사를 등진다. 

 

십여 년 후 어느 가을 배신한 여자를 죽이고 암자로 도피해온 남자는 고통에 절규하고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고... 남자를 떠나보낸 고요한 산사에서 노승은 스스로 다비식을 치른다.

 

겨울 산사로 되돌아온 중년의 남자는 이제 내면의 평화를 구한다.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봄,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떠나고...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된다. 노인이 된 남자는 어느새 자라난 동자승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고 있다. 동자승은 그 봄의 아이처럼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맹이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